-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스포일러 없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즘엔 선댄스에서 상 받은 인디(급) 호러들은 싹 다 아마존, 디즈니, 넷플릭스가 쓸어가는 듯.)



 - '아이샤'라는 젊은 흑인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세네갈 출신이고, 미국에서 보모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자신의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려 해요. 지금은 사촌 동생이 세네갈에서 애를 돌봐주고 있죠. 내친 김에 많이 모아서 고마운 사촌도 함께 미국에 데려오겠다는 웅대한 포부!

 당연히 이야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집에 일자리를 구해 새 부모, 새 아이를 만나게 되겠죠. 으리으리하기 그지 없는 부자집이고.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다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들을 보모로 쓰네요. 그리고... 대충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줄줄이 벌어집니다. 인종 차별, 문화적 충돌, 사회적 약자 +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갖가지 대접들. 그리고 불길하기 그지 없는 초자연 현상들도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익후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미셸 모나한씨.)



 - 그냥 봤어요. 보면서 감독의 정체(?)가 대충 짐작이 갔고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맞네요. 극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서아프리칸 아메리칸' 핏줄을 가진 사람이고 여성입니다. (하지만 고향은 미쿡이라능!)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쓰고 연출했어요. 

 왜 이런 짐작을 했냐면, 영화가 그 '서아프리카 출신' 이라는 정체성을 굉장히 강하게 드러내며 이야기에 계속해서 녹여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서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만. 흔한 미국 영화들과는 뭔가 다른 감성과 이미지를 계속해서 펼쳐놓는 가운데 주인공 아이샤가 미국인들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네 전통에서 안정을 찾는 식의 장면이 계속해서 나오거든요. 솔직히 아예 그 쪽에서 이민 온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살짝 속았습니다만.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귀여운 아이와 정을 쌓으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행복한 영화... 라면 제가 안 봤겠죠. ㅋㅋㅋ)



 - 블룸하우스 제작 영화입니다만. 이 회사에서 주로 내놓는 화끈(?)하고 단도직입, 자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면 매우 큰 실망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ㅋㅋ 글 제목을 봤으니 아시겠지만 살짝 '이거 호러 맞기는 함?' 이라는 느낌의 영화에요. 가아끔씩 의무 방어전 느낌으로 호러 장면들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매번 그냥 '불길한 느낌!' 정도로 살짝만 보여주면서 클라이막스까지 그냥 가요. 게다가 그러는 동안에 드라마라고 해서 뭔가 막 긴장감 넘치고 대단한 게 들어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딱 잘라 말해서 참 느린 영홥니다. 심지어 좀 심심하구요.


 예를 들어, 이야기의 도입부를 보면 당연히 애가 이상하거나 부모가 싸이코거나 그 집에 엄청난 비밀이 있거나 해야 하잖아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모자라고 평범하게 나쁜 부모와 평범한 아이에요. 근데 이런 집에서 주인공이 보모 일을 하면서 아이 + 부모와 이런저런 충돌과 갈등을 겪는 걸 그냥 디테일하게 쭉 보여줘요. 애 엄마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 애를 돌보지 않아요, 애 아빠는 그냥 게을러빠진 불한당에 바람둥이라서 보탬이 안 돼요, 애는 그냥 애라서 키우기 힘들어요. 그리고 의식적으로 안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은연중에 자신들이 고용주이자 우월한 인종(?)이라 생각한다는 걸 티를 내구요. 그러니 당연히 주인공은 매사가 신경 쓰이고 피곤하고 힘들겠죠. 그게 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니 왜 지들 파티한다고 드레스 코드를 맞추라고 난리여.)



 - 심지어 그런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가 그렇게 강렬하게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예를 들어 급료를, 특히 초과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계속 빡세게 부려 먹습니다. 집에다 내니캠을 설치해 놓고 혹시 뭔 일 없을까 감시를 하죠. 근데 뭐 내니캠이야 그 동네에선 거의 보편화된 아이템인 모양이고, 이들이 수당을 제대로 안 주는 건 그냥 좀 게으르고 무신경한 사람들이라 그래요. 떼어 먹고 무급으로 굴릴 생각을 하는 악당들은 아닙니다. 근데 이게 주인공의 절박한 처지와 맞물리면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거죠. 그리고 그로 인해 점점 멘탈이 무너져 내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안나 디옵(대표작으로는 '어스', '타이탄스' 등이 있네요)이 굉장히 좋은 연기로 절묘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에 이 별 일 없이 평범하게 짜증나고 피곤한 보모 생활 묘사가 꽤 긴장감 있게 묘사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이 집 냉장고입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보셨음 통곡을 하셨을... ㅋㅋㅋㅋㅋㅋ)



 - 그리고 거기에 맞물리는 초현실 요소는 아프리카 토속 전설들에서 가져옵니다. 거미 정령 '아난시'라든가, 아프리카식 인어 전설 같은 게 언급되면서 주인공의 환상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호러 체험들을 독특하게 꾸며주는데. 이게 나름 꽤 괜찮습니다. 솔직히 전혀 무섭지는 않지만 ㅋㅋㅋ 그냥 분위기가 독특하고 시각적으로 개성있게 잘 표현을 해줘서 '뭔진 모르겠지만 이게 아프리카 느낌인가벼'라는 기분이 들게 해요. 

 다만 이런 호러 요소는 사실... 토핑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마지막까지 본격 호러로는 안 가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겪게 되는 비극적 사건도 망할 고용주들이나 이런 아프리카 전설의 존재들과는 별개로 오거든요. 결국 끝까지 안 무서운 영화 되겠습니다. 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장면을 보고 끼야아아악 무서워!! 하고 놀라실 분이 아니라면 누구나 전혀 안 무섭게 보실 영화에요.)



 - 근데 그래서 재미가 없냐! 라고 하면 그게 참 애매하네요. 딱 잘라서 말하기가 힘들어요. 

 화끈한 호러를 원한다면 물론 봐선 안 될 영화입니다만. 주인공의 보모 생활은 전혀 호러도 스릴러도 아니지만 묘사가 아주 디테일하면서 꽤 압박스럽기 때문에 충분한 긴장감이 생기구요. 앞서 말한 아프리카 전설들은 감독의 개성적인 시각 스타일과 맞물려서 꽤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 몇몇 장면들은 정말로 맘 졸이게 만들기도 하구요. 그리고 또 다시 말하지만 주인공 배우 연기가 참 좋고, 캐릭터도 나름 세밀하게 잘 다듬어져 있어서 말이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 가끔은 아 뭘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곁가지로 새기도 합니다. 저 남자 친구 이야기도 사실 꼭 필욘 없었구요.)



 - 그러니까 뭐. 사실 호러팬들보단 여성 &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하는 장르물들 팬들에게 가장 잘 먹힐 영화라 하겠습니다.

 그런 이슈들에 대해 짚는 부분이 예상보다 예리하고 깊은 느낌이거든요. 적어도 감독이 진심을 짜내서 만든 이야기라는 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호러 주제에 하나도 안 무섭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그래도 그 호러 '분위기' 자체는 꽤 개성 있고 괜찮은 편이고. 몇몇 장면들은 시각적으로 독특하게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호러 쪽으로도 건질 게 없는 건 아니구요.

 그래서 결론은... 이미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시고 제 이 괴상한 글을 읽고도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보세요. 어차피 90분 남짓인데 보고 실망하신들 무슨 큰 일이라도 나겠습니까. ㅋㅋㅋ 결론적으로 저는 괜찮게 봤어요. 블룸하우스보단 A24쪽 취향 영화 아닌가 싶지만, 뭐 그걸 누가 정해 놓는 건 아니니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생각해보면 조단 필의 전성시대 + 블랙 팬서의 히트 이후로 좋은 흑인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 보고 나서 리뷰들을 찾아보니 역시나. 비평가들은 꽤 호평하는 편이고 (주로 숨막히는 유모 생활 묘사 +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을 칭찬합니다) 일반 관객들 평은 상당히 나빠요. 근데 솔직히 이건 보고 나서 재미 없다고 욕 해도 할 말 없는 영화이긴 하구요. 소위 '하이컨셉' 호러 혐오자분들은 보지 마세요. ㅋㅋㅋ



 ++ 극중에서 주인공이 자기가 보는 어린애와 관계 맺는 모습의 묘사가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참 좋은, 유능한 보모이긴 한데 그렇다고해서 그 아이를 막 사랑하고 자기가 (보탬 안 되는) 부모보다 더 아끼고 뭐 그런 식으로 가지 않아요. 프로페셔널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주인공이 남의 집 아이와 친부모 이상의 애정으로 엮이는 식의 전개가 보통이어서 그런지 신선하기도 하고. 또 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5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49
124455 최근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3.10.10 629
124454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괴물(스포약간), 부국제 N일차, 해운대 바다는 좋지만 [1] 상수 2023.10.10 572
124453 태국에서 중고거래 해본 후기 + 글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soboo 2023.10.10 437
124452 [티빙바낭] 고전도 아니고 숨겨진 명작도 아닌 그냥 옛날 홍콩 영화, '대살성여소매두'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10.09 245
124451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의 이야기' 보세요. [4] soboo 2023.10.09 431
124450 넷플릭스 거대괴수물 애니 3작품 [3] DAIN 2023.10.09 333
124449 [넷플릭스] 도적-'칼의 소리' 라는 참 이상하고 뜬금 없는 드라마 [2] soboo 2023.10.09 402
124448 '에이리언 커버넌트' 보고 질문있습니다. [12] thoma 2023.10.09 360
124447 에피소드 #58 [4] Lunagazer 2023.10.09 66
124446 프레임드 #577 [4] Lunagazer 2023.10.09 81
124445 더쿠 커뮤니티 [5] catgotmy 2023.10.09 379
124444 하마구치 류스케 신작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티저 예고편 상수 2023.10.09 228
124443 30일 보고 [5] 라인하르트012 2023.10.09 309
124442 임수정 이동욱 주연 로맨스 영화 싱글 인 서울 티저 예고편 [2] 상수 2023.10.09 312
124441 [찍먹후기] 원피스, 스포일러 알림, 스트레인 시즌1, 더 프랙티스 시즌1 [9] 쏘맥 2023.10.09 213
124440 황후화 (2006) catgotmy 2023.10.09 123
124439 최고의 가성비 갑 식품은 [11] 가끔영화 2023.10.09 412
124438 잠안와서 쓰는 넷플릭스 '발레리나' 감상 [4] woxn3 2023.10.09 532
124437 [왓챠바낭] 똥이 똥인 줄 알면서 굳이 찍어 먹어 보는 사람도 있죠 - '곰돌이 푸: 피와 꿀' 잡담 [10] 로이배티 2023.10.09 393
124436 '오늘을 잡아라'를 읽고 [8] thoma 2023.10.08 2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