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0 20:57
예전에 송원섭 기자가 '캐러비안의 해적들' 리뷰를 자기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인상적인 말을 해요.
이 영화는 어린이들의 전쟁놀이 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른들이라면 무슨 게임을 하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하겠지만, 어린이들의 게임은 순식간에 룰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 계속 새로운 규정이 등장합니다. 빨간 비행기는 노란 탱크와 싸우면 이기지만 노란 탱크 중에서도 꼬리에 미사일이 달린 탱크는 비행기에게 이기고, 비행기 중에서도 헬리콥터는 모든 탱크에게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새로 등장하는 장난감의 종류에 따라 새로운 규칙이 아주 당연한 듯 인정됩니다. 출처: http://fivecard.joins.com/53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이 평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황당무계한 설정을 덧붙였다가 뺐다가 하는데, 이게 마치 어린애들이 모여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노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상상력에는 현실의 서글픈 부분이 드러나있는 것 같더군요. 이건 미주리 출신의 가난한 고아 소년이, 엄청난 부자인 친부를 찾았다가, 친부가 사이코패스인 걸 알고 도망치는 이야기잖아 하고 생각했어요. 욘두는 빈민가에서 소년을 길러준 갱단 두목이고, 친부인 에고의 저택은 부잣집 그대로예요. 샹들리에 조명에다 사슴뿔 장식을 한 것이나 소파 놓은 것이나, 뭐랄까 텍사스 아니면 몬타나의 대부호 저택을 보는 것 같았어요. 친부 에고의 우주선은 부자들이 타고 다니는 헬기나 비행기를 연상하게 하구요. 현실의 미국에서 욘두는 베테랑이고, 실베스타가 분장한 스타카 (Stakar Ogord)와 그 동료들은, 장례식에 참석하는 퇴역군인들처럼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맨티스라는 외계인이 나오는데, 에고가 데리고 사는 곤충형 외계인이예요. 애완동물이면서 에고를 잠들게 하는 수면제 역할을 하죠. 멍청하고 순진하고 수줍음 많고 사회성 떨어지는 역할이예요. 아시안을 비하하는 조크가 내내 느껴져요. 이 설정 때문에 영화 보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 역할은 엄마가 한국인인 Pom Klementieff (이름은 한국어로 범, 호랑이) 가 연기했다고 하네요.
영화는 때려부수고 불꽃놀이를 하면서 끝납니다. 딱히 올해의 영화는 아니예요. 예매율은 높지만 꼭 극장에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볼수도 있군요...그냥 1편이 더 낫네 하고 말았지요
저는 올해 <로건>으로 만족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