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제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 처음으로 무려 2년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라 미칠 듯한 긍정 에너지를 품고 감상한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해주시고... ㅋㅋ;



- 일단 거두절미하고 재밌었습니다. 네. 잘 만들었더군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2002년에 시작했으니 15년 동안 여섯번째 나오는 스파이더맨 영화인데다가 이게 세 번째 '시리즈의 1편'이고 또 이전 스파이더맨들의 캐릭터가 나름 호평 받는 부분들이 많았던지라 뭘 해도 우려 먹기 내지는 재탕 느낌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차별화를 잘 해 냈더라구요. 

 일단 나이를 팍 낮추고 이야기의 스케일을 소박하게 줄여 버린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이전 스파이더맨들은 물론이고 마블 영화판 세계관의 다른 히어로들 이야기와의 차별성이 느껴져서 지겹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이 마블 영화 시리즈들의 비슷비슷한 느낌에 좀 식상함을 느끼는 편이었는데. 그 와중에 나름 신선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정작 이야기 자체는 평범했지만서도 



- 다만 좀 애매하다 느꼈던 건 역시 마블 세계관과의 연결 고리가 작용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이건 그냥 제 취향의 문제인데요. 제가 마블 히어로 무비들을 볼 때마다 재밌게 잘 보고도 늘 껄쩍지근한 느낌을 받는 게 이 지점이거든요. 나름 개별 히어로들의 애환(...)에 집중하려다가 이런 장면들이 나오면 '이건 결국 어벤져스를 위한 밑밥이었다!' 라는 느낌을 받아서 차게 식습니다. ㅋㅋ 게다가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의 사실상 주인공이자 원맨 스타, 하드 캐리의 주인공인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가, 그것도 스토리상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로 계속 나오잖아요. 기다리던 가수의 신곡이 나왔는데 더 인기 많고 유명한 가수가 피쳐링을 하고 또 피쳐링 부분의 임팩트가 커서 노래 주인의 지분을 잠식해버리는 느낌이랄까...

 사실 저도 남들(?)처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를 참 좋아합니다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영화인데... 흠.



- 비록 스파이더맨이 지금 마블 시리즈의 막내이자 지각으로 도착한 추가 멤버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래 최고 인기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입니다. 어벤져스 시리즈 발동 걸리기 전까지 미쿡 바깥 나라 사람들 중에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 같은 캐릭터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나요. 헐크는 유명한데 영화는 다 망하고 아이언맨 역시 마블 코믹스 좋아하는 분들에게나 유명인 인기 히어로였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렇게 하드 캐리 해놓기 전까진 스파이더맨의 인지도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그러한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 버프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심통이 나더라구요. ㅋㅋㅋ 원래 스파이디가 너 따위보다 인기 많았거든!!! 어벤져스 버프 없이 승승장구하던 우리의 이웃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말라고!!!



- 그 외에 맘에 들었던 부분은 생계형 빌런 벌쳐 아저씨... ㅠㅜ

 캐릭터의 개연성은 조금 흔들흔들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마이클 키튼의 포스와 연기력 덕분인지 뭐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히어로와 대등할 정도로 액션씬에서 개성을 잘 살려준 것 같았어요. 보통 이런 히어로물 보면 주인공들 스킬만 열심히 보여주고 악당들은 그냥 '짱 셈, 건드리면 다 터짐!' 정도로 단순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벌쳐 아저씨는 '그냥 날아다닌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름에 어울리는 전투 패턴이나 무기, 기술들을 적재적소에 잘 쓰더라구요. 그래서 액션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그리고 또 다른 점이라면... 스파이더맨 영화답게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다 둥글둥글 착했다는 거? ㅋㅋ

 뭐 정말 못된 악당들이 안 나오는 건 아닌데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 다 상식적이고 (심지어 너무 관대한 거 아닌가 싶은 조단역들이 왜 그리 많은지 ㅋㅋ) 좋은 사람들이어서 보면서 스트레스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 엄청난 사건 사고와 액션의 와중에도 죽는 사람도 거의 없잖아요. 한 명이었나 두 명이었나. 요즘엔 이런 게 좋더라구요.



-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준 만능 수트 때문에 스파이더맨의 능력이 부각되지 않아서 아쉽다는 분들이 많던데. 이번 '홈커밍' 한정으로는 괜찮았어요. 애초에 주제가 그런 건 장식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어르신들은 그걸 몰라요 클라이막스의 액션도 그 주제로 연결되니까요. 다만 엔딩을 보면 앞으로 나올 속편들에선 이 수트 문제(?)가 어떻게될지 모르겠습니다.



- 새로운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는 정말 적역으로 잘 뽑았더라구요. 영화 속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대놓고 디스하는 나불나불 까불까불한 목소리가 새로운 스파이더맨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토비 맥과이어나 앤드류 가필드 버전 피터 파커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이번 시리즈의 스파이더맨 역할론 정말 여러모로 딱이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키에 어려 보이고 평범해 보이는 얼굴, 앳된 목소리까지.



- 리즈 역할의 배우가 참 예쁜 것 같아서 찾아 봤는데 출연작 중 알만한 게 없고... 나이가 한국 나이로 28세로군요. 피터 역할의 톰 홀랜드와 여섯살 차이. 허허;



- 사실 전 시빌워도 안 봤고 어벤져스2도 안 봤는데 이걸 보고 나니 이제사 vod로라도 챙겨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 성공했네요 마블. 기분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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