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천재 물리학자와 비키니 모델

2018.02.06 01:14

겨자 조회 수:2638

한겨레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를 연재하고 있는 신현호씨가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다음은 인용입니다.


[번역 추천 2018--02-04]


천재 물리학자와 비키니 모델 (Tricked, 2014년)


페이스북에서 눈에 띈 5년전 포스팅, 노벨상 수상자에 가까이 갔던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원로 입자물리학 교수 폴 프램튼(2012년 당시 68세)이 이혼 후 인터넷에서 애인을 구하다, 미스 월드 비키니 출신의 스타 모델 드니스 밀라니(당시 31세)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SNS로만 사랑을 나누던 둘은 드디어 만나기로 약속하고, 프램튼은 볼리비아로 향하는데, 밀라니는 갑작스럽게 촬영 일정이 잡혀서 이미 벨기에로 떠나고 없었다. 밀라니는 급하게 떠나느라 가방을 두고 왔으니 챙겨서 브뤼셀로 오라고 하고, 프램튼은 이 가방을 들고 여행을 하다, 경유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체포된다. 가방 바닥에 마약이 가득했던 것.


이 모든 것은 악명 높은 남미의 마약 카르텔이 운반책을 구하기 위해 비키니 모델을 사칭한 것인데, 불쌍한 노교수가 여기에 걸린 것. 그 후 프램튼은 아르헨티나에서 5년 가까이 실형을 선고받고, 학교에서 파면되고, 여러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뭐 그랬다는 얘기. 아 참 옥중에서도 물리학 페이퍼 열심히 쓰셨다고.


그런데 이번에 찾아보니 그가 얼마전에 이 얘기를 책으로 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 부당해고 취소 소송 중이라고 한다. 매우 미국적.


'당신은 천재라면서 어떻게 이런 것에 속아 넘어갈 수 있냐'는 질문에, '지성과 경험은 다르며, 자신은 이런 악당들을 만난 경험이 없고 당시엔 그럴듯한(plausible) 것으로 생각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사랑에 나이가 뭐 대수이겠냐만, 참 갑갑한 얘기. 아마도, '나는 세계적 석학이니, 나의 지성에 이 젊은 모델이 빠졌나보군, 우하하' 이랬을 듯.


이 책 겨우 45페이지 분량의 이-북인데, 번역하면 흥행에도 성공하고,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일부 과학자분들한테 교훈도 되고 하지 않을까 생각.


PS> 왠지 윤예찬님이 아르헨티나 소스의 이야기를 추가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


이에 대한 기사는 뉴욕타임즈 2013년 3월 8일자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읽고 기가 막혔던 부분은 68세와 31세의 사랑이 가능할 거라고 노교수가 생각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세상에는 일어납니다. (이 기사에서는 72와 27세가 결혼) 제가 기가 막혔던 부분은 여기입니다. 


On the third and last day of the trial, the defense exhibited love letters Frampton had written to Denise Milani that they recovered from his Gmail account. They were full of tenderness, vividly imagining their life together in Chapel Hill. She wouldn’t need to work at first; she could accompany him to the office, make friends at the gym, the cafeteria and the supermarket; they’d take walks on the beach, and soon their little baby would arrive. Eventually she could get a contract with Victoria’s Secret.


세번째이자 마지막 공판에서, 피고인측은 프램튼이 드니즈에게 쓴 연애편지를 지메일에서 끄집어내어 공개했다. 부드러움에 가득차 있었고 채플힐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선명히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일할 필요는 없으리라. 사무실에 먼저 따라가고, 체육관, 커피샵, 수퍼마켓에서 친구를 만드는 걸로 시작하자. 같이 해변을 산보할 것이고, 곧 어린애가 태어나리라. 마침내 빅토리아 시크릿과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다. 


31에 만나서 32에 결혼하여 33에 아이를 낳고 애가 세 살 정도 되어서 데이케어 보낼 정도가 되면 여자는 36살이 된다구요...현역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의 나이는 27세, 27세, 22세, 22세, 29세 26세, 27세... 가장 나이 많은 Lily Aldridge 도 32세입니다... 아니 그것보다 여자가 33에 출산을 경험하고 뱃구레 다시 수습해서 36살에 다시 현역 모델이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이런 상상을 하시다니... 초인적인 의지가 없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여자의 커리어와 신체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지네요.  뭐 젝스키스에 이재진이란 사람이 25살의 전문직 여성과 42살에 결혼하는 걸로 동생네 부부가 결혼 날짜를 정해놨다고 하더니만... 제 생각에는 25살의 전문직 여성과 결혼하는 것보다 25살의 건물주 여성과 결혼하는 게 더 쉽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건물을 받은 25세 여성은 연애/결혼할 시간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문직 25세는 커리어 만드느라 바쁩니다. 의대가 6년, 의전원이 8년이죠? 18살에 의대 들어가도 24살에 졸업, 25살이면 인턴 뛰어야 하는 나이잖아요. 


그리고 체육관, 커피샵, 수퍼마켓에서 친구를 만들면... 채플힐이면 랄레이, 더램, 채플힐로 이어지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research triangle)이잖아요. 거기는 길에서 돌을 던지면 석사에게 맞는다는 곳입니다. 전문직 많고 특히 의사가 많죠. 체육관에서 만날 친구는 더램은 33세, 채플힐은 26세가 평균이라구요... 그런 곳에 가슴 사이즈 DDD (기사에 따르면)의 모델을 데려다놓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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