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최영미, 문단

2018.02.08 02:43

겨자 조회 수:2900

1. 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총재가 비트코인 류의 암호화폐가 주류 기관에 무임승차해서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걸 막아야한다고 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월스트릿저널에 실렸네요. "거품과 폰지 사기, 그리고 환경적 재앙의 결합"이라고 비난했지요.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즈 원문을 소개해볼까 하다가, 이승철 시인의 페이스북과,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를 읽고 놀라서 포스팅을 하네요.


2.  이승철 시인의 포스팅 전문은 링크에 있습니다. 제가 아연실색했던 것은 이 사람이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자기가 잘못을 자백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승철 시인의 포스팅 보면, 최영미 시인은 서울대를 나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1993년 황석영 시인이 망명끝에 한국으로 귀국, 안기부에 체포되었기에 국제 엠네스티 본부와 통화하는 데 써먹은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 시인의 영어실력을 보고 작가회의 사무국 간사로 일해달라 했는데, 모 선배시인이 왜 그 여자를 작가회의에서 일하게 하냐고 해서 한달도 못되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영어 잘한다고 써먹고 나서, 선배 시인이 걔 짤라 하니까 냉큼 문단의 조직으로부터 쫓아내고는 그걸 참 잘했다고 지금 말하고 있죠. 할 수 없이 본의 아니게 그만두라고 했다는데, 이승철 시인 본인은 등뼈가 없습니까.


그리고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잔치는 끝났다"가 서정주 시의 표절이라고 주장하네요. 어딜 봐서 최영미가 서정주의 <행진곡>을 표절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잔치는 끝났" 이렇게 다섯자가 겹치면 표절입니까? 이 두 시는 분위기나 시대적 함의가 전혀 달라요. 최영미의 잔치는 운동권들의 거대 집회가 끝난 분위기죠. 서정주 쪽 잔치 분위기가 훨씬 추상적이고 애매해요. 성추행을 폭로하니까 이제는 표절범이라고 딱지를 붙이네요.


서른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서정주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진곡


잔치는 끝났더라.
마지막 앉아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알간 불 사르고,
재를 남기고,

포장을 걷으면 저무는 하늘.
일어서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자.

결국은 조금씩 취해 가지고
우리 모두 다 돌아가는 사람들.

목아지여
목아지여

목아지여
목아지여

멀리 서 있는 바닷물에선
난타하여 떨어지는 나의 종소리.



글을 보니까 이승철씨도 "En 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이라고  언급하네요. 또한, 게다가 이승철 시인은, 이문열 소설가가 전에 같은 인물을 소재로 소설 쓴 것까지 언급하다니, 이건 도대체 소재가 된 인물을 엿먹이자는 것인지, 아니면 옹호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또 뭐, 시집에 등장한 유명인사들과 일부러 만나 그런 사건을 만들어야 했는지, 그것이 의문스럽다고 하는군요. 최영미씨는 유명시인이고 주변 사람들은 유명 문인들이예요. 그럼 사람을 피하여 동굴에 들어가 살란 말인가요? 글 초입에서는 최영미가 피해자인양 코스프레 (거짓 행세)한다고 하질 않나.


이렇게 한국어를 구사해도 시인행세를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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