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원~

2022.03.19 11:19

어디로갈까 조회 수:690

새벽녘에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수학문제 하나를 두고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꿈이었어요. 문제 자체가 분명치 않달까, 잘못돼 있다는 걸 꿈속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죠.
제가 이런 꿈을 일 년에 서너 번 꾸기는 하는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어요. '지금 나는 꿈을 꾸는 중이다'는 의식이 있었기에 '어서 깨어나야지'하는 의지와 '아니야, 아무리 꿈이어도 이 문제는 풀고 잠깨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팽하게 맞서 있었거든요.

이 꿈의 여파 때문에 뭍에 오른 물고기처럼 의식이 파닥파닥거리는 와중에 휴대폰이 울리더군요. 막내였는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어요.
"누나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철학, 공학,수학, 농학, 문학 중  뭘 전공해보고 싶어?"
'야, 그게 굳이 이 시간에 전화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이냐? 응?"
"심심해서 그러쥬~ 화내는 것보니 태평한 상태신가 보군."
'야!!!!!'
"진정하시고... 궁금한 게 있어 전화한 거니 친절하게 답해주세용~"
"책장 정리하다가 누나 옛노트를 발견했거든용~."
'(흠칫)'
"이런 글귀가 있더만요. <군중 속에 있으면 나는 때로 짜라투스트라가 된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흠칫) 그 노트 있던 자리에 가만히 넣어놓거라. 한평생이 걸려야 답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은 안 받는다.'
"그러니까 누나도 세속을 초월하는 사상을 활달하게 가꾸는 시기가 있었던 거네. 호호"

인생의 델리커시를 모르는 아이에게서 이런 놀림을 받는 기분이란... 에쿠나
단념하자 마음이여~ 부끄러움은 잠을 재울 일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31
124606 게임의 가치 [6] catgotmy 2010.06.24 2986
124605 '패떴2', 5개월 만에 조기 종영 [10] 달빛처럼 2010.06.24 4600
124604 파티, 그 파티. [7] 은밀한 생 2010.06.24 3126
124603 설리(for Sully fans) [10] 가끔영화 2010.06.24 5470
124602 냉장고와 외장메모리의 공통점 [9] 안녕핫세요 2010.06.24 2958
124601 신선놀음을 외국인에게 설명할때 뭐라고 하면 될까요 [9] 메피스토 2010.06.24 3197
124600 국방부, "없다"던 천안함 상세보고서 미국 전달 (내일신문).... 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 [4] nishi 2010.06.24 3016
124599 제 배배 꼬인 인생 위에 하나 더 올라온 스트레스... 흠흠흠... [36] DJUNA 2010.06.24 5143
124598 오늘 박하선 [6] DJUNA 2010.06.24 5222
124597 오늘 있었던 일.. [1] Apfel 2010.06.24 1907
124596 [바낭] Ready for love... 푸념글입니다. [3] lilika 2010.06.24 2097
124595 현 정부의 닉네임을 짓는다면? [21] amenic 2010.06.24 2777
124594 요새 남자 티셔츠 굉장히 타이트하네요.. [6] S.S.S. 2010.06.24 4700
124593 게놈의 시대 (The Age of the Genome) [4] ginger 2010.06.24 2599
124592 풀을 쑤지 않고 감자 삶은걸 넣어도 되는군요 [6] 가끔영화 2010.06.24 3676
124591 요술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3] Kenny Dalglish 2010.06.24 3184
124590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는 것 [2] 츠키아카리 2010.06.24 3072
124589 지금 kbs에서 하는 한국전쟁 다큐멘터리 좋네요. [3] mithrandir 2010.06.24 2527
124588 (IT바낭) 여름철 컴퓨터 소음 얼마나 크신가요? [5] wadi 2010.06.24 2412
124587 강서면옥, 점심특선 = 불고기덮밥 + 냉면 소짜 콤보 [7] 01410 2010.06.24 48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