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 장르는 그냥 드라마구요.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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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쪽과 그 외 나라들의 제목이 다른 것 같더라구요. 한국 제목도 한국에서 만들어 붙인 건 아닙니다.)



 - 호숫가에서 술먹기 게임을 하는 젊은이 무리들이 보입니다. 아주 밝고 활기 넘쳐요. 제가 맨날 호러만 보다보니 호숫가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밝고 활기찬 술자리란 참으로 어색하더군요. 암튼 그렇게 신나게 술 먹고 놀다가 삘 받아서 조금 사고를 치지만 심각하거나 어둡진 않습니다.

 장면이 바뀌면 학교의 교사 회의 시간입니다. 방금 전 그 놈들이 졸업이 다가온 고딩들이었나봐요. 졸업할 때까지 다신 이런 일 없도록 강력히 주의 시키자는 결론을 내리는 가운데 드디어 우리의 매즈 미켈슨이 보이네요. 이 분이 교사라서요.


 뭐 흔한 설정입니다. 나이 먹고 삶에 대한 열정도 생기도 사라진지 오래, 부부 관계도 위기이고 수업도 무기력해서 학생들은 불만 터져요.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할 상황에서 참석한 생일 파티에서 바보 같은 이야기를 듣죠. 사실 인간의 피엔 알콜이 살짝 부족하다나요. 그래서 살짝 취한 상태로 사는 게 인간에게 이상적인 상황이라는 거죠. 그러고는 다들 기분 좋게 취해서 아주 귀엽고 활기차게 노는 아저씨들. 간만에 행복한 미켈슨씨.

 하지만 다음 날엔 다시 가족을 보고, 출근을 하고, 수업을 해야 하구요. 머뭇거리던 우리 매즈 미켈슨씨는 학교 화장실에 숨어 가방에서 술병을 꺼내고는, 훅 들이키고 수업에 들어갑니다.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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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마시고 들어갔더니 수업이 술술 잘 풀리... 죄송합니다;;)



 - 이건 뭐 사람 성향, 취향에 따라 다른 문제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분위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 사건이란 게 저 '음주 실험'이거든요. 술 한 잔 들이키고 수업 들어갔더니 뜻밖에 되게 좋더라! 라고 해서 매즈 미켈슨 & 동료 교사 3인이 남몰래 매일 같이 술 마시고 직장 생활을 한다는 내용인데, 그렇담 당연히 이게 코미디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영화는 의외로 되게 진지하고 심지어 좀 어두워요. 주인공들의 음주가 걸릴 위기에 처할 때면 무슨 범죄물 수준으로 위기감이 느껴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장면이 나올 때도 마냥 밝은 게 아니라 뭔가 그림자 같은 게 느껴져서 애상적인 기분이 들죠. 

 물론 유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냥 무거운 분위기에 살짝 기름 쳐주는 정도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쪽이 훨씬 웃기니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코미디를 보고 싶으시다면, 안 보신 분들은 그 쪽을 먼저 보시는 게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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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이런 장면도 딱히 코미디다! 웃긴다!! 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럽니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신기한 맘에 확인해봤더니, 위에서 말한 저 인간의 피에 알콜이 부족 어쩌고는 야매입니다. 실제로 어떤 과학자가 꺼낸 얘기긴 한데 조크에 가까운 거였다나봐요. 하지만 그냥 설정이 재밌어서 각본에 넣어 버린 거라고 하구요.

 그래서 그 음주 실험이란 뭐랄까, 그냥 '갑갑한 삶을 바꿔보기 위한 일탈'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되게 전형적인 이야기인 거죠. 삶이 무료하고 갑갑해진 중장년들의 몸부림. 그로 인해 좋은 일도 겪고 큰 위기도 겪고 하다가 마지막엔 뭔가 득도(?)하면서 끝나는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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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별 문제 없이 잘 사는 척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이라는 것도 이런 이야기의 공식이고 그렇죠.)



 - 다만 다시 말하지만 그게 가벼운 코미디의 톤이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의 톤으로 흘러간다는 게 이 영화의 컨셉입니다. 

 일단 '직장에서 적당히 술을 걸치면 모든 게 더 잘 풀린다'라는 아이디어가 진지한 드라마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리가 없잖아요.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들이 있고 그게 실제로 다 등장하며 결국 그게 큰 파국을 불러와요. 발상만 튀는 거지 이후엔 다 현실적으로 흘러가서 좀 매정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구요.

 등장인물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겪는 위기는 다 전형적이지만 전혀 가볍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아픔으로 다뤄집니다. 전개상 술빨로 그게 잘 풀리는 단계에서도 늘 불안함은 남아있고, 영화가 끝날 때도 그게 다 깔끔하고 쉽게 풀리지는 않아요. 친구들의 경우엔 그보다 더하구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워져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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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에게 가장 큰 문제인 아내와의 관계 역시 그렇습니다. 적어도 알콜 빠와!로 그냥 풀려버리고 그러진 않아요.)



 - 하지만 그런 진중함 덕에 결말이 힘을 얻는 거겠죠. 결국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거든요.

 젊음은 짧고, 늙는 건 서럽고.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참 빡세고. 그걸 다 해결해줄 마법 같은 방법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결국 엎어지고 자빠지고 종종 견디기 힘든 비극도 겪게 되지만, 그래도 결국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해라. 뭐 이렇게 말로 요약해서 적어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그걸 이렇게 각잡고 심각하게 파고들고, 또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좋은 각본과 연출로 풀어서 보여주니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 그 뻔한 이야기 도중에 음주 실험을 비롯해서 나름 '훅'이 되어주는 요소들이 있어요.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젊은이들의 밝고 힘찬 분위기와 주인공들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그러다 마지막엔 하나로 모아주는 전개도 효과적이었구요. 배경이 학교라는 핑계로 (그리고 교사들 중 하나가 음악 교사입니다) 학생들의 합창을 깔아서 분위기를 잡고, 클라이막스에선 관객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스킬도 좋았구요. 덧붙여서 이건 제 개인 취향이지만, 제겐 이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의 무뚝뚝한 분위기가 잘 먹히는 것 같아요. 괜히 더 와닿고 뭐 그런 게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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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인방 중 가장 캐릭터 강하고 정이 갔던 체육 선생 아재. 당연히 4인방 중 거의 탑급으로 무뚝뚝하십니다.)



 - 암튼 이쯤에서 또 정리를.

 사실 제가 이런 건전한(?) 영화들 진짜 안 보는 사람인데, 이걸 본 것도 그냥 그 음주 실험 설정이 웃길 것 같아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본 거였거든요. ㅋㅋㅋ 그런데도 마지막엔 상당히 감동 받았습니다. 단단하게 잘 만든 영화라서 그렇겠죠. 역시 다 보고 난 후 검색하고야 알았지만 이거 수상 경력이 화려한 영화였네요. 이런 무식... ㅋㅋㅋㅋ

 뻔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튀는 설정과 좋은 각본, 배우들로 잘 커버해서 전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저와는 다르게 건전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것 같구요. 매즈 미켈슨 좋아하신다면 꼭 보셔야겠죠. 다수의 헐리웃 출연작들과 다르게 진지한 연기란 걸 보여주기도 하고. 특히나 클라이막스 부분에선 배우 본인의 개인기까지 펼쳐가며 감동적인 장면 만들어 주십니다. 꼭 보세요. ㅋㅋ




 + 주인공 교사 4인방이 모두 남자이고, 그들의 아내를 비롯해서 교장까지 여성 캐릭터들은 다들 좀 주인공들에게 위기를 던져주는 역할들이긴 합니다만. 그게 어떤 성차별적 시선으로 해석될만한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그냥 이야기 만들다 보면 성별이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거죠 뭐. 라는 느낌.



 ++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음주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그게 그냥 부어라 마셔라가 아니라 되게 정성들여 뭘 만들어서 먹고, 또 그냥 마실 때는 술에 대한 설명을 좔좔 읊으면서 그럴싸하게 마시고 그래요. 그러다보니 술이 되게 맛있어 보입니다. ㅋㅋㅋ 전 술을 싫어해서 1년에 한 모금 마실까 말까 하는 사람인데, 여기서 나오는 몇몇 술들은 한 번 맛을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 영화가 끝날 때 자막으로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헌정한다는 메시지가 짧게 뜹니다. 검색을 해 보니 참 안타깝기도 하고. 또 이 영화의 진중한 톤이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싶더군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구요. 감독이 그 장면을 어떤 심정으로 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메마른 감수성이 평소의 2배로 폭발해버렸습니다(...)



 ++++ 올레 티비로 보았습니다. 한 달에 두 세 개씩은 이런 영화들을 풀어줘서 제가 그 쓸 데 없이 비싼 요금제를 못 끊네요. 넷플릭스 최상위 요금제 한 달 값인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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