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있습니다.

2018.04.04 23:19

셜록K 조회 수:1784

집에 쥐가 있어요.
그러니까 6~7년전에 동생와이프가 아이를 가졌을때
제가 살고 있는집에서 1년정도 같이 살았어요.
자기집 두고 여기가 더 좋다고 하니 저야뭐
당신이 편하신대로 하세요.라고 했었죠.

제 방은 창문넘어가 다용도실인데
가끔씩 한밤중에 부스럭소리.
쥐였어요.
낙엽을 쓸고 있는 비질소리인가.
쥐였어요.
뭘까.도둑인가.
쥐였어요.
저층(2층)이니 밖에서 나는 소리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쥐였어요.

간혹 새벽녘 현관앞에서
누군가 전화통화를 하면 선명히 들리곤 했어요..
너무 통화가 오래되면 내려가서 저는 조용히 말합니다.
"당신의 사생활은 보호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현재 28분째 여기서 통화중이시네요."

아무튼 쥐였어요.
세상에 아파트에 쥐가 있을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요.

거실에서 TV를 보시는데 쥐가 지나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관리실에 말해서 쥐잡는 끈끈이를 쥐의 주동선으로 추측되는곳에 배치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야근중 다급한 전화벨소리가 들렸어요.
"쥐가 끈끈이에 붙어서 계속 찍찍거리는데 어떡하니.무서워죽겠다."
하필이면 동생은 당직.

퇴근하고 빠른걸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너무 조용해...
그순간 방문이 살짝 열리는데
어머니.올케.조카2명의 눈만 4단높이로 보였어요.
조카들은 울고 올케와 어머니는 소리지르고 쥐는 끈끈이에 붙어서 노래부르고.
잘 들어보니 쥐의 노래는 솔로가 아니고 듀엣이었어요.
싱크대밑에 왼쪽 큰 엄마쥐.오른쪽 작은 새끼쥐 한마리씩.

이걸 그대로 뒀다가는 이밤의 끝을 쥐와 함께 보내야할테고
아무도 방밖으로 못나오겠다 싶어서
선택의 여지없이 집게로 한마리씩 꺼내어 봉다리에 담았어요.
쥐새끼는 마치 오케스트라 단장의 지휘봉처럼 꼬리를 힘차게 휘둘러댔어요.
집게로 집어서 조카들 보여주려고 문열었더니 까무러치려고 해서 포기.

"찍찍찍.찍찌찍찍찍"

한마리 담고. 또 한마리 담고 집게까지 같이 넣고
두번 묶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어요.
그날 이후 저는 조카들의 영웅(?)이 되었어요.
"쥐잡는 고모","까불지마.우리고모는 쥐도 잡아."
실제로 잡은것도 아닌데말이죠.
전리품이라도 챙겨둘걸 그랬나.

그런데. 쥐가 또 나타났어요.
지난번에 구멍을 막았는데 다른곳을 뚫어서 올라왔나봐요.
이시끼가 싱크대 배수관도 다 갉아놔서 물이 줄줄 새는 바람에 일단 교체.
현재 찐득이를 설치해놓은 상태이고 관리소에서 지하실에 보이는 구멍은 다 막았어요.

이제 독안에 든 쥐!!!
대치동에 있는 쥐새끼를 잡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건하게 기다리는중.

참. 쥐잡은 그날밤.
꿈에서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만났는데
저를 보고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어요.
그래서 제가 집게로 잡아서 쓰레기봉투에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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