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0분. 장르는 코미디/로맨스 정도 되겠네요.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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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라!! 라니 뭔가 참 불건전한 영화 같은 느낌이군요.)



 - 나일스라는 남자가 침대에서 깨어납니다. 딱 봐도 별로 애정이 없어 보이는 여자 친구랑 뭘(?) 좀 하려다 말고 나가서 맥주를 마시며 늘어져요. 그 날은 여자 친구의 친구 결혼식이고 딱 봐도 sns 중독에 자기애만 철철 넘치는 여자 친구는 그 결혼식 사회까지 맡았네요. 나일스는 술이나 마시며 비비적대다가... 결혼식에서 갑작스런 활약을 시작합니다. 축사를 하겠다고 튀어나와서 신부의 아름다운 과거지사를 줄줄이 읊으며 사람들을 감동 시키고, 춤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뭔가 뉴타입스런 능력을 발휘하며 멋진 춤을 선보이고. 탁월한 언변으로 우울증 직전처럼 보이는 신부의 언니를 위로하고 급기야 순탄한게 한 번 하려는(...) 순간, 어디서 화살이 날아오구요. 으악으악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옆에 있던 동굴(??)속으로 기어들어가는데. 그 안에는 이상하게 빛나는 뭔가가 있고, 거기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어익후... 는 무슨, 넷플릭스 썸네일 소개글에도 다 적혀 있는 건데요. 침대에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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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자 겸 주연 배우란 것은 촬영장에서 어떤 느낌의 존재일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껄껄껄 너 해고!' 이런 것도 가능할까요.)



 - 그러니까 그 흔한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어 (왜 언제나 넌 내 맘 속에) 난 벗어나고 싶어' 장르의 영화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뭔가 기본 규칙을 비틀어 내는 아이디어가 있겠죠. 이 영화의 아이디어란 그 반복 속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입부의 나일스는 본의 아니게 신부의 언니 새라를 끌어들이게 되고. 이후로는 타임루프 선후배가 콤비로 루프 속에서 몸부림 치고 드립을 치며 그 안에 적응도 하고 싸움도 하고 서로 정도 들고 종국에는 탈출할 길을 찾아 나서고... 이런 식의 전개가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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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까진 모르겠고 제가 아는 배우 한정으론 눈 크기 탑5에 들어가실 분.)



 - 사실 여기까지만으로는 특별하다 우기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러시아 인형처럼'이 깔끔하게 모범적으로 써먹은 아이디어잖아요. 둘이 함께 타임루프를 하고, 서로를 알게 되고, 돕고, 그러다 서로 가까워지고, 결국엔 각자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뭐 배경과 배우들은 다르지만 이야기의 큰 그림은 거의 같은 패턴이에요.

 그런데 뭐랄까, 각본이 의외로 상당히 영리합니다. 여기서 뭐 특별히 신선한 아이디어를 넣는 건 없는데, 대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를 들어 '타임루프 선후배' 둘이서 가르침을 주고 받고 결국 둘 다 적응하는 과정을 이렇게 소소하면서도 재밌게 보여준 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은근슬쩍 이 장르의 규칙을 갖고 농담을 하죠. "맞다, 그럼 이타적인 일을 하면 되겠군요!", "그럼 해 보시죠. 오늘 중에 완결돼서 확실하게 효과를 볼만한 이타적인 일이 뭐가 있어요?" 뭐 이런 식으로 소소한 드립들이 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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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선배와 신입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신입. 캐스팅 참 잘 했습니다. 어차피 한 명은 제작자지만.)



 -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타임루프를 다루는 태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보면 주인공 둘 다 현시점의 인생이 참 별로인 사람들이고, 결국 돌고 돌고 미칠 듯한 뺑뺑이를 돌다가 깨달음을 얻고 성숙해져서 이걸 탈출할 건 뻔한 사실이거든요. 근데 대부분의 다른 타임 루프물들처럼 이걸 '신이 주신 기회'로 처리하지 않아요. 이들이 타임 루프에 걸려든 건 그냥 우연일 뿐이고, 그 둘의 인생이 갑갑했던 것도 역시 그냥 그렇게 된 것 뿐이에요. 타임 루프 덕에 이들이 전에 없던 깨달음과 희망을 얻게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에 저 높은 곳에 계신 보이지 않는 그 분께서 '이만 나가보거라' 하고 내보내주는 식은 아니라는 거죠. 탈출은 결국 셀프!!! 종교야 비켜라! 우리에겐 (야매) 과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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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 분은 언제부터 할배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죠...;; 확인해보니 아직 일흔도 안 되셨네요.)



 - 하지만 가장 맘에 들었던 건 결국 기본적인 캐릭터 & 스토리였습니다. 

 일단 캐스팅이 좋아요. 찌질한 듯, 의뭉스러운 듯한 인상이면서도 씨익 웃을 땐 또 나름 순수하고 귀여워 보이는 앤디 샘버그와 그야말로 거대한 눈망울로 예민 불안 갬성을 뿜뿜하는 크리스틴 밀리오티는 각각 타임 루프 선배, 후배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별 거 안 하고 있어도 그림 자체가 귀엽고 웃깁니다.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공포의 할배 역할 J.K. 시몬스 할배도 무시무시 괴한에서 맘 좋은 할아버지 캐릭터까지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 주고요.


 또 이야기가 좀 뻔해진다... 싶은 타이밍마다 소소한 국면 전환들이 참 적절하게 터져주는데 그게 또 무리수 없이 오히려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와 관계 발전에 활용되고 그럽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잘 흐르고, 그에 따라 캐릭터와 관계들도 변화하고 그래요. 결국 마지막엔 정말 뻔한 전개, 뻔한 결말인데도 참 훈훈하고 기분 좋아지고 그러더라구요.


 대사들도 은근 좋습니다. 그냥 가벼운 타임 루프 관련 드립처럼 흘러가는 대사들이 가만 생각해보면 '작가님 이 장르 참 좋아하시나보다' 싶게 일리가 있고 곱씹어볼만한 구석도 있고 그런 게 많아요. 그리고 로맨틱한 장면들에선 정말로 꽤 로맨틱한 대사들이 나옵니다. 제가 이런 영화를 워낙 안 봐서 그런지 참 낯간지럽고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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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당신'을 맡으셨던 그 분! 이 새라의 아빠 역으로 나오십니다.)



 - 뭐 대충 정리하자면요.

 특별한 아이디어 보다는 잘 짜여진 캐릭터와 드라마, 그리고 장르를 성실하게 공부한 티가 나는 드립들로 승부하는 타임 루프물입니다.

 거기에다가 실력 있는 배우들을 캐릭터에 맞게 적절히 캐스팅해서 박아 놓으니 흠 잡을 데가 없어요. 특별히 대단할 건 없지만 그냥 전반적으로 훌륭한 장르물이랄까요.

 레드 오션급으로 포화 상태인 장르를 캐더라도 이야기의 기본을 잘 갖춰 놓고 만들면 얼마든지 존재 가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작이었습니다.

 게다가 은근 성장물로서도, 로맨스물로서도 준수해서 여러모로 보는 내내 즐겁고 다 보고난 후의 기분까지 좋아요. 이런 영화라면 그냥 고맙죠.

 딱히 호불호를 탈만한 구석도 없는 순둥 무난 착하면서 재밌는 영화이니 다들 부담 없이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큰 기대만 안 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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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도 은근 잘 먹힌다구요!!!)




 + 원래는 훌루 오리지널이었나 보더라구요. 이렇게 이 서비스에서 저 서비스로 옮겨다니는 컨텐츠들을 보면 좀 재밌습니다. 흠. 근데 이건 극장 개봉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2020년 작품이잖아요. 뭐 어쩔 수 없죠. 확인해보니 선댄스에서 공개된 후 훌루에서 냉큼 집어갔다고.



 ++ 영화 시작 직전에 뜨는 회사 이름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더 론리아일랜드'라는 회사가...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제작자 명단에 앤디 샘버그가 들어 있어요.



 +++ 사전 정보 아무 것도 없이 이 영화를 재생한 건 사실 크리스틴 밀리오티 때문이었어요. '가버려라 2020년'과 '가 버려라 2021년'에서 이 분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들었... (쿨럭;) 사실 '블랙미러'의 'U.S.S. 칼리스터' 에피소드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자주 보고 싶었던 분이기도 하구요.

 자꾸 하는 얘기지만 정말 그 에피소드는 캐스팅이 훌륭하기 그지 없었네요. 이후에 제가 호감을 갖게 된 배우들이 참 여럿 나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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