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에 나온 영화였네요. 런닝 타임은 87분... 인데 이 영화에 이런 정보가 필요는 한가 싶구요. 스포일러도 있는 글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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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목보다 주연 배우 이름을 더 크게 적어 놓은 게 인상적입니다. 찰리 채플린!!!!!)



 - 갑자기 왠 찰리 채플린이냐, 하면 아들 때문입니다. 애들 키우는 집이 다 그렇듯이 집에 책이 많아요. 지인, 지인의 지인, 지인의 지인의 지인 등등으로 통해 물려 받은 책들 수백권이 집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요즘 아들이 위인전(요즘 이런 표현 안 쓰지 않나요;) 쪽에 꽂혔더라구요. 뭐 그래봐야 거대한 그림, 사진들이 페이지 다 잡아 먹고 텍스트는 별로 없는 말 그대로 어린이 책들입니다만.

 암튼 엊그제 이 놈이 찰리 채플린 편을 읽었어요. 그러고는 늘 그렇듯 저한테 와서 잘난 척을 했죠. "아빠, 위대한 독재자는 정말 위대한 영화에요."

 보지도 않은 놈이. 하고 그거 틀어주려다가 그냥 모던 타임즈를 틀어줬습니다. 왜냐면 제가 이걸 더 좋아하니까요. ㅋㅋㅋ 제 기억엔 10살짜리 꼬맹이 보기엔 차라리 이 쪽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구요. 아들놈이 위대한 독재자를 보고 싶어하길래 "이거 보고 재밌으면 다음에 그것도 보여줄게" 라고 약속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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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따스하고 상냥한 남자 챠플린!!!)



 - 저한텐 나름 추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아주 옛날에 듀게에서 한 적이 있는 얘기겠지만 아무도 기억 못 하시거나 못 보셨을 테니. ㅋㅋ

 그러니까 혼자 극장에 가서 보는 데 처음으로 재미를 들렸던 시절에 본 영화이고.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였어요. 엔딩씬을 보며 눈물 흘렸는데 주변 관객들이 제 모습을 봤다면 웃겼겠죠. 왠 중딩이 혼자 와서 50년 넘게 묵은 영활 보고 울고 있어. ㅋㅋㅋ 암튼 너무 감명 깊어서 다음 주에 또 혼자 보러 갔는데. 영화 보는 동안 벗어뒀던 잠바를 그대로 두고 나와서 집에 가서 등짝 스매싱 맞었던 추억도 있구요. 지금 확인해보니 12월 개봉이었는데 다시 극장 돌아가서 잠바 찾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집에 간 저는 대체 뭐하는 놈이었나(...)


 암튼 당시에 이거 말고 '위대한 독재자'도 개봉하고 그랬죠. 찰리 채플린 컬렉션 비디오도 출시됐구요. '시티라이트'랑 '키드'도 개봉했던 것 같긴 한데 저 사는 동네엔 안 들어와서 전 요거랑 '위대한 독재자' 두 편만 극장에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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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가 왜 저러냐고 물었을 때 가장 난감했던 순간 - 본의 아니게 마약 하고 악당들 두들겨패는 장면이었습니다.)



 -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의 스케일입니다. 채플린 캐릭터의 가난과 궁상 때문에 오해하고 있었는데 이거 상당히 스케일 크고 럭셔리한 영화였네요. 초반 배경이 되는 공장 셋트도 으리으리 디테일하고. 파업, 사위 장면들에 동원되는 군중들도 (짧은 장면들인데도) 적지 않구요. 또 백화점 장면, 막판 술집 공연 장면 같은 것들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참 '고급'입니다. 당시 채플린의 위상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긴 한데, 제가 뭘 모르고 봤다 보니 그 당시엔 그렇게 안 보였던 거죠. ㅋㅋ 물론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은 이런 고급진 거 하나 없는 마지막 장면입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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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걸 다 만들었단 얘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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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도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정성 듬뿍.)



 - 빨갱이(...)로 낙인 찍힐만 했던 영화로구나! 라는 생각도 역시 들었구요. 시위나 파업을 막 긍정적으로 그리는 내용 같은 건 없습니다만. 그냥 채플린의 떠돌이 캐릭터 자체가 계속해서 부자들, 기업들과 (본의 아니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개그를 하고. 또 그 부자들과 심지어 공권력에게 계속해서 (역시 본의 아니게!!) 엿을 먹이니 당시 미국 그 엄중한 시국에 찍힐만 했죠. 아니 찍힐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ㅋㅋ 사실 후반에 가면 채플린의 떠돌이가 힘들게 얻은 일자리를 파업 때문에 반나절 만에 날려 먹는 장면 같은 것도 나오고. 아주 좌빨스런(...) 얘길 하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채플린을 쫓아내고 싶었던 그 분들의 심정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근데 어릴 때와 달리 지금 보면서 제일 감탄이 나왔던 건 초반에 주인공이 일에 지쳐 정신 나가는 부분이었어요. 예전에 지겹도록 들었던 '산업화로 인한 인간 소외'의 거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때려박은 명장면이더군요. 그냥 사고가 좌빨스런(쿨럭;) 사람이었던 정도가 아니라 되게 똑똑한 사람이었구나 채플린은... 이라고 새삼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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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갱이 리더 채플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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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영화 이론 책들 보면 빠지지 않던 이 스틸샷.)



 - 그리고 제가 이 시절 코미디 영화 자체를 되게 오랜만에 봤거든요. 그래서 또 새삼 감탄하게 되는 게 채플린의 개인기였어요. 요즘 나왔으면 액션 스타가 됐을 것처럼. 아주 그냥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하게 고난이도 슬랩스틱을 척척 해내니 가끔 안 웃겨도 계속해서 감탄은 나옵니다. 물론 그걸 받아주는 다른 배우들도 참 고생했겠다 싶구요. 그 유명한 톱니바퀴씬 같은 건 다시 보니 더 대단해서 저게 어떻게 실사야? 싶었고. 백화점의 롤러스케이트씬은 뒤늦게 궁금하더라구요. 정말 저기가 난간인가? 그림으로 그런 척 하는 건가 바닥에 안전 장치 깔아 놓고 실제로 하는 건가? 등등. 같이 본 자식놈들도 내내 끼약끼약 감탄하면서 즐겁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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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검색을 통한 빠른 자문자답. 으아이 이게 뭔가요. ㅋㅋㅋㅋㅋㅋ)



 - 쌩뚱맞게 '개그맨'의 안성기 연기도 생각 나더군요. 채플린 마니아이고 계속 채플린 흉내내는 캐릭터였잖아요. 근데 놀랍게도, 꽤 그럴싸했던 거더라구요. 채플린 영화를 오래 안 보고 '개그맨'을 봤을 땐 '애썼지만 좀 구리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채플린 영화를 보니까 되게 비슷합니다. 노력하는 배우 안성기!!! 몰라봬서 죄송했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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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 표정이 비슷했습니다. 안성기랑요.)



 - 암튼 뭐... 그래서 다시 한 번 재밌게 봤습니다. 어릴 때처럼 깔깔 웃고 마지막에 눈물 흘리고 그럴 정돈 아니었지만요. 다행히도 10살, 8살 자식놈들도 재밌게 봤어요. 특히 초반의 자동 급식기 장면에 아주 환장하더라구요. 내내 마치 억지로 웃는 사람들마냥 꺽꺽대고 손뼉치며 좋아하는데, 그게 하도 웃겨서 영화보다 그 쪽을 보고 있었...

 결론은 '채플린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거. ㅋㅋ 세기말쯤에 영화 잡지에 기고하는 사람들 위주로 '다들 채플린 채플린하는데 사실 버스터 키튼 미만 잡이다!!' 라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뭔가 좀 채플린을 살짝 내려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게 기억나는데요. 그 양반은 그 양반이고 이 양반은 이 양반인 거죠.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애들이랑 같이 '위대한 독재자'도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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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인생 가장 감동적이었던 영화 속 장면.)




 + 놀랍게도 올레티비에서 이 영화는 UHD 화질을 지원합니다. 재생 눌렀더니 화질 선택이 떠서 깜짝 놀랐네요. ㄷㄷ 게다가 무료구요. 너도 잘 하는 게 있구나 올레야!!! 라는 기분.

 


 ++ 이 글을 적다가 내가 처음으로 혼자 극장을 갔던 게 무슨 영화였더라...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모던 타임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이게 1989년 12월 개봉이었네요? 심지어 '위대한 독재자'가 1988년에 먼저 개봉한 거였습니다. 헐. 왜 반대로 기억하고 있었지;;

 그래서 다른 영화들도 생각해보니 둘이 있거든요. '악마군단'과 '네버엔딩 스토리'. 확인해보니 둘 다 1988년 여름 개봉이었는데 날짜는 못 찾겠고... 뭐 그냥 대충 둘 중 아무거나겠지! 하고 대충 넘어갑니다. ㅋㅋㅋ



 +++ 저희 애들이 좋아 환장했던 장면들이 움짤로 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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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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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다시 보면서 저도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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