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개봉한 영화죠. 런닝타임은 2시간 1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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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건 올해의 구라 포스터상을 줘도 할 말이 없을 대국민 사기극 느낌... ㅋㅋㅋ)



 - 영진은 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대리입니다. 성실하고, 유능하며, 책임감도 쩔어요. 나름 쏘쿨한 캐릭터를 잡고 있지만 사실상 열정 호구(...)에 가깝구요. 정말 오만가지 일을 다 맡아서 혼자 다 해내거든요. 그 와중에 친근한 척, 챙겨주는 척 하면서 실상은 아무 것도 안 해주는 상사에게 혼자서 쓸 데 없는 친근감 같은 걸 갖고 있는 걸 보면 참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어차피 진급 시켜줄 것도 아닌데.


 게다가 애초에 이 양반이 소속된 팀 자체가 문제에요. 주력 팀은 따로 있고 이 쪽은 뭔가 좀 하찮은 업무만 맡아 처리하는 쪽이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유능한 열정 사원이 아무리 몸부림 쳐봐야 관심도 못 받고 인정 받을 것도 없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어쨌거나 이제 순번상 '팀장' 직함이라도 한 번 달아 볼 타이밍에, 아주 정확하게 내려 꽂히는 낙하산이 등장해서 그 자리를 빼앗아가 버려요. '준설'이라는 남자애구요. 당연히 무능한데 사실 '무능'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예 디자인 문외한이거든요. 회사 입장에선 애초에 하나도 안 중요한 팀에 보내서 데미지를 최소화 해버려는 거였겠죠.


 근데 이 무능한 인간이 지 나름대로는 자리 좀 잡아 보겠다고 몸부림치다가 하필 그 동앗줄로 영진을 붙잡습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우리의 영진은 사실 모쏠이었던 것... 그래서 이게 연민인지 사랑인지 뭔지도 모르고 대뜸 낚여 버립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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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캐릭터 한 장 요약.)



 - 그래서 로맨스가 아니면 도대체 장르가 뭘까. 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사실주의적 톤으로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많이 달라 보입니다만, 이야기를 이루는 벽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거 평소의 그 직장 로맨스물 맞습니다. 주인공은 극중 인물들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영화 속 등장 인물 중 가장 예쁜 여자구요. 사람 만나면서 뭐 재고 이런 거 못하면서 호탕한 허당 성격에 열정 넘치고 일도 잘 하죠. 그러면서 연애 스킬은 부족하고. 여기에 일반인들의 상식이 많이 부족한 낙하산 실장님이 뚝 떨어지는데 이 실장님은 심지어 가슴 속에 삼천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둘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딜을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구요. 둘이 힘을 합쳐 위기의(까진 아닙니다만) 회사를 살릴 큰 건수를... 뭐 이렇거든요. 심지어 은근히 주인공을 잘 따르고 지지해주는 훈남 동료 직원까지 나옵니다. ㅋㅋㅋ


 아마도 그런 로맨스 장르물 속 인물들과 사건이 현실에 배치된다면 이 꼴이 나는 거란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게 첫 번째 의도가 아닌가 싶구요. 그러면서 현실적인 디테일들로 사회 생활하는 이 세상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 번째 의도인 것 같고 뭐 그렇겠죠. 당연한 듯이 이 영화의 각본, 감독을 맡은 분은 '김수정'이라는 여성분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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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로맨스 맞습니다. 동시에 로맨스물 패러디이기도 하구요.)



 - 당연히 신나고 즐거운 건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초반에 웃음 나오는 장면들이 꽤 있긴 합니다만. 어차피 영화 톤을 보면 저것들 잘못될 거 뻔하고, 특히 주인공 인생은 아주 대차게 꼬일 게 뻔히 보이는데 바로 그 최악의 길로 씩씩하게 돌진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을 기분이 안 들죠. 심지어 그러면서 행복해하고 있으니까요. ㅋㅋㅋ 심지어 일이 꼬인 후에도 바로 정신을 못 차려요. 일 잘 하고 열정도 넘치지만 사람 관계는 능력치 제로인 사람 있잖아요. 주인공 꼴이 딱 그렇기 때문에 상영 시간 내내 많이 깝까~ㅂ한 기분으로 보게 되는 영홥니다.

 그나마 다행인 거라면 우리 감독님이 그렇게 모질지는 않으셔서요. 런닝 타임 내내 벌어지는 개고생 후에 주인공에게 깨달음 하나는 던져 주시고. 결말도 완전 거짓말까진 아닌 소소한 환타지성 결말로 살짝 위로는 하면서 맺어주십니다. 깝깝 끝의 희망... 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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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명색이 금수저 낙하산이자 직장 상사인데 다들 표정 넘나 솔직하신 것... ㅋㅋㅋ)



 - 영진의 캐릭터가 참 괜찮아요. 사실 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좀 시니컬하죠. 얘 봐라. 유능하고 열정 넘치고 이렇게 열심히 일 하지만 회사에서 알아 주겠니? 도와 주겠니? 자기 인생은 결국 본인이 챙기는 거란다. 이거 보고 니들 다니는 회사 꼬라지랑 비슷하다면 퇴사가 답이란다. 가영이의 뒤를 따르렴!!! 뭐 이런 건데요. 당연히 놀려대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응원하라고 만들어 놓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친근감 들고 귀엽고 애틋한 느낌이 가득해요. 이태경 배우도 정말 온몸 바쳐 잘 표현해주고요.


 근데... 놀랍게도 이 영화 최고의 캐릭터는 영진이 아닌 낙하산, '준설'입니다. 뭐랄까. 지금껏 한국 영상물들에서 접한 낙하산 금수저들 중에서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어요. 그야말로 극사실주의의 극치!! 입니다. ㅋㅋㅋㅋ 진짜 무슨 금수저 낙하산을 겪어 본 회사원들 대상으로 빡세게 리서치하고 분석해서 만들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에요. 특별히 악마화하지도 않고 특별히 이해하거나 납득해주려는 태도도 없이 그냥 툭. 하고 던져 놓고 보여주는데, 보는 내내 "나 이 사람 알아!!" 라고 외치고 싶었을 정도였네요. 비교적 상태가 좋은 도입부에서부터 완전히 바닥을 찍는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정말 시종일관 리얼해서 갑자기 감독님이 '사실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은 여성 드라마가 아니라 한국 영화사에 남을 리얼리즘 낙하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고 인터뷰를 해도 전 믿을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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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리얼리즘 낙하산을 참으로 잘 소화해주신 이한주 배우님이십니다. 인상 참 좋으신데 영화에선 치가 떨려요. ㅋㅋ)



 - 개인적으론 후반부가 좀 아쉬웠습니다. 클라이막스 직전에 잠깐 숨고르기(?) 같은 느낌으로 전개되는 주인공과 언니 가족의 여행 장면이 있는데요. 뭔가 갑자기 이야기가 나이브해지면서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는 느낌도 있고. 또 그게 뭐 어떤 의도인진 알겠는데 앞과 뒤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않아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유명 배우 서갑숙씨는 그 등장 자체가 리얼리티를 깨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뜬금 없는 장광설까지...;

 사실 결말도 너무 좀 그런(?) 게 아닌가 싶었지만 뭐. 가뜩이나 풍진 세상에 삭막한 이야기 잔뜩 늘어 놓고서 아예 숨막히는 결말을 던져주고 싶진 않았겠죠. 저도 요즘엔 그런 거 보면 막 짜증이 나는 체질이 된지라 결말은 그냥 납득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역시 별로 현실적이거나 자연스럽진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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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걍 이 부분 통째로 들어내 버리고 그만큼 런닝타임 줄였으면 '저는' 훨씬 좋게 봤을 테지만 뭐...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겠죠) 



 - 기본적으로는 줄도 빽도 없이 빡세게 직장 생활하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영화입니다. '직장'이라는 사회는 결코 로맨틱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곳이고. 거기에 너무 매달려서 진 빨리고 기 빨리지 말아라.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구요. 또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함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도 알차게 보여주고 있으니 당연히 여성들의 이야기가 되겠죠. 하지만 '남자들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훅 치우치는 얘기는 아니라서 남자들이 봐도 크게 억울하진 않을 겁니다. ㅋㅋ


 문제는 재미... 인데요. 앞서 말했듯이 회사 로맨스 장르물의 소재와 전개를 가져다가 현실주의 필터를 입혀 보여주는 게 주 재미 포인트이고 그게 꽤 먹힙니다. 깝깝하면서도 웃기고 재미 있어요. 영진의 억울함이 대폭발하는 클라이막스의 짠함과 먹먹함도 좋구요. 하지만 '재밌는 영화였다!'고 외치기엔 갑툭튀 가족 여행 부분이 발목을 잡네요. 그냥 지루하고 좀 많이 어색했는데 길기도 꽤 길어요. ㅋㅋ


 결론적으로 '그냥 괜찮았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좋고, 역대급 리얼 낙하산 캐릭터의 공포도 충분히 즐겼구요. 이렇게 맘에 드는 부분들이 있어서 나쁜 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살짝 아쉬웠네요. ㅋㅋ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세요. 그렇게만 얘기하며 마무리합니다.



 + 그러니까 결국 주제는 이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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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 근데 사실 이게 아무에게나 가능한 옵션이 아니니까요. 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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