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작. 96분인데 왓챠 버전은 3분 정도 짧은 삭제 버전인 듯 하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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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The Big 'Heat'인데 '드라이 아이스 같은 남자들' 이라니...)



 - 다짜고짜 쌩뚱맞게 드릴에 뚫리는 누군가의 손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걱정은 마세요, 1초 보여주고 바로 컷인 데다가 크고 확실한 블러(...)가 들어가 있거든요.

 아마도 그 손이 영화의 주인공 황형사, 이자웅의 손이었나 봅니다.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주기적으로 마비가 오는데 그게 총을 쥐어야 하는 오른손이라서 걍 화끈하게 은퇴하고 결혼이나 하기로(음?;;) 결심합니다만. 과거에 가깝게 지내던 형사 하나가 말레이시아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이 되고, 윗분들의 압박도 있고 본인 의리도 있고 하니 이걸 마지막 임무라 생각하고 수락을 해요. 근데...

 아 뭐 이걸 이렇게 길게 적을 필요가 있나 싶네요. 믿음직한 의리의 동료 파티원들 서넛과 똘똘 뭉쳐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권력형 범죄자와 사투를 벌이고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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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의 용사들!! 근데 이렇게 주인공 팀 구성을 보니 살짝 두기봉스럽단 생각도 들구요.)



 - 제목에 저런 얘길 적은 이유는, 정말로 그게 궁금해서입니다. ㅋㅋ 이게 '진짜' 감독이 누군지 분명치가 않아요. 보통은 두기봉의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가 본 버전의 크레딧에는 김양화가 감독인 걸로 나와 있구요. 거기에다가 또 제작을 서극이 했는데 서극도 연출에 관여해서 몇몇 장면은 본인이 직접 찍었다고 그러네요. 고로 두기봉, 김양화, 서극. 이렇게 셋이 이 영화를 연출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imdb에는 걍 이 셋의 이름이 모두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먼 훗날 이 셋 중에서 두기봉의 네임 밸류가 팍팍 올라가서 그런지 대체로 이 영화가 두기봉의 작품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구요. (저도 그래서 그런 줄 알고 봤습니다) 웃기는 건 정작 두기봉 본인은 인터뷰에서 '그거 내 영화 아님. 서극 거라고 생각함' 이라 그랬다고. ㅋㅋㅋㅋㅋ 그러니 뭐... 그냥 셋이 함께 만든 걸로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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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맞서는 빌런팀... 입니다만. 보스가 좀 임팩트가 약하죠. '첩혈쌍웅'의 그 불쌍한 아저씨라서. ㅋㅋㅋ)



 - 제게는 옛날 오락 영화들을 볼 때마다 작동하는 좀 모순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최신작들에 비해 관대하게 보게 되죠. 캐릭터의 입체성이라든가,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든가. 덧붙여 연출이나 전개 같은 부분에서도 옛날 영화다, 그것도 고독한 예술 작품도 아닌 평범한 오락 영화이고 장르물이다. 그러면 관대하게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요즘 영화들보다 부족함이 많은 영화를 굳이 이 시점에 챙겨보자면 그럴만한 이유가 뭐 하나는 있어야겠죠. 영화 역사나 아님 장르물의 역사에서 나름 뭔가 포지션이 잡혀 있다든가. 아님 그 시절을 초월한 완성도나 재미를 준다거나. 하다 못해 그 시절 잘 나갔던 톱스타 배우들의 비주얼 리즈 시절을 만끽한다든가... 그런 게 없으면 굳이 옛날 걸 찾아볼 이유가 없지 않나 싶은데. 당연히 그런 뭔가를 갖고 있는 영화는 많지가 않고, 고로 대다수의 옛날 평범한 오락 영화는 남에게 추천은 안 하게 됩니다. 저는 괜찮게 봤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이 영화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그 시절 기준 준수하고 요즘 보기에도 많이 나쁘진 않아요. 험담을 할 생각까진 안 듭니다만. 동시에 그 시절 홍콩 총질 영화들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 특별히 추천할만한 무언가는 없구요. 이렇게 애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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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생겼지만, 역시 액션 히어로 역할엔 애매... 했던 이자웅씨.)



 - 1988년작이니 영웅본색2와 첩혈쌍웅 사이에 나온 영화입니다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보단 리쎌웨폰1과 2사이에 나온 영화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나 작품 분위기 성격에서나 그 쪽이랑 더 비슷해요. 주인공이 형사들이기도 하고. 액션의 스타일도 뭔가 홍콩식과 헐리웃식이 반반씩 섞인 듯 하면서 사알짝 헐리웃 & 리쎌웨폰 쪽에 가까운 느낌. 자동차 타고 도주하는 악당을 뛰어서 쫓아가는 장면도 나오고 그러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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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간지가 나지 않습니까? 영화를 보면 안 그럽니다. ㅋㅋ 스틸샷 만드신 분의 예술적인 순간 포착 능력!)



 - 스토리 얘긴 자세히 하지 않겠습니다. 대애충 의로운 경찰들이 권력자 잡아 넣으려고 몸부림치며 피를 보는 영화... 라는 정도로 끝내도 충분해요. 

 근데 웃기는 건, 다 보고 나서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름 그럴싸한 스토리가 보이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그게 별로 그럴싸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름 뼈대는 그럴싸하게 잘 잡아 놨는데 디테일이 대충이고 전개가 덜컹거리고 그러는 거죠. 


 한 가지 나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라면, 그 시절 주류였던 오우삼 스타일일의 영화들 대비 나름 건조하다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상대평가입니다만. ㅋㅋㅋ 그래도 만든 사람들이 애시당초 드라이한 형사물을 의도했던 거라는 흔적들은 여기저기서 보여요. 아쉽죠. 당시 홍콩 액션 영화들의 '건조함'이란 게 워낙 요즘이랑 기준이 다른지라 2022년에 보기엔 만든 사람들의 의도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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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마스크는 많이 건조합니다.)



 - 결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액션입니다. 그런데 그 액션이란 게 뭔가 그 시절 홍콩 느와르들에서 기대할법한 그런 것들이랑 살짝 다릅니다. 


 일단 고어 표현이 그래요. 앞서 말 했듯이 시작부터 드릴로 손을(...) 뭐 그러고 시작하는 데다가 누가 총에 맞거나 어디가 부러지거나 할 때마다 살짝씩 그걸 필요 이상으로 보여줍니다. 사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장면들이거든요. 하지만 그 시절 홍콩 영화... 라는 걸 감안하면 꽤 파격적인 묘사인 셈이죠. 원래 아주 근거리에서 총탄 수십발을 맞아도 피만 흘리는 게 국룰 아니었습니까? ㅋㅋ 그러니 아마 이걸 당시에 본 사람들은 꽤 강한 인상을 받았을 듯.


 총격을 주고 받는 장면들의 연출도 그렇습니다. 당시 홍콩 영화 스타일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필요 이상으로 과하고 우아하게 몸을 날린다거나. 살짝 안무스런 느낌으로 움직인다거나 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영웅본색'으로 확립된 오우삼류의 화려함까진 안 가구요. 그냥 홍콩삘을 완전히 벗지는 않은 헐리웃 영화스럽달까... 뭐 그렇습니다. 심지어 어떤 장면들은 마이클 만의 '히트' 생각도 아주 조금 나고 그럽니다. 그래서 요즘 보기에 별로 안 웃기다는 게 나름 장점이었네요. 옛날 홍콩 영화식 오버 연출을 더 확실하게 걷어냈다면 시대를 앞서간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당대의 환경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죠.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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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액션 영화에 갓 들어온 신참, 그것도 어리버리 착하고 귀여운 분위기 메이커가 나온다? = 존재 자체가...)



 - 스타라고 할만한 배우가 둘... 에서 셋 정도 나옵니다. 일단 주인공 역의 이자웅이 있는데, 사실 '영웅본색의 그 나쁜 놈'으로 가장 유명한 배우인지라 무게감은 좀. ㅋㅋ 참 말끔하게 잘 생기게 나오긴 하는데 뭔가 스타로서의 아우라 같은 건 부족해요. 그리고 왕조현이 있지만 이 분은 '특별 출연'이라고 떡하니 박혀 나옵니다. 그런 것치곤 그냥 조연급 비중은 되긴 하는데,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 후배의 여자 친구 역할인지라 큰 기대는 할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첩혈쌍웅'의 주윤발 친구 킬러 아저씨가 나와요. 근데 빌런 역할입니다. 그래서 굳이 이 영화에서 배우 보는 재미를 찾자면... 영웅본색의 빌런이 정의의 사도로, 첩혈쌍웅의 비극적 선량남 직업이 킬러인데 이 최종 빌런으로 나오는 영화라는 거죠. 그냥 그 정도가 다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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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짤을 잘못 골랐는데, 왕조현은 그 시절 왕조현답게 저엉말 예쁘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거 말고 다른 영화를 보면 더 오래 볼 수 있겠죠.)



 - 이번엔 정말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또 영양가 없고 내용도 없는 글이 이렇게 길어져 버렸...

 혹시라도 제 글을 읽으면서 '재밌겠다'라고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오해입니다. 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요.

 나름 흥미로운 구석들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하나 같이 다 어중간한 수준에서 멈춘 느낌입니다. 건조한 분위기의 사실적인 드라마와 액션을 추구했던 것 같지만 당시 홍콩 액션 영화들의 기본이 워낙 허공에 둥둥 떠 있던 터라 지금 와선 와닿지가 않구요. 나름 성실하게 구성되고 안무된 액션들이 볼만한 장면들을 종종 만들어내지만 부실한 스토리와 존재감 약한 캐릭터들 때문에 카타르시스는 약하구요.

 그냥 두기봉이나 서극의 영화는 다 챙겨보고픈 팬이시거나, 당시 홍콩 총질 영화들을 사랑하시는데 어쩌다가 이 영화만 놓치신 분이시거나... 하는 분들만 보셔도 되겠습니다. 그 시절에 봤다면 그래도 좀 신선했을 것 같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34년이란 세월이 절대 만만한 게 아니죠.




 + 아. 그래서 다 보고 난 제 결론은 '서극 영화네' 였습니다. ㅋㅋㅋ 뭔가 서극이 만든 현대 액션물들이랑 느낌이 비슷한 게 있어요. 또 생각해보면 당시의 두기봉이 제작자 서극의 입김을 능가할만한 포지션도 아니었고 또 이런 범죄 액션물 연출 경험이 많았던 것도 아니구요. 어차피 세 명이 메가폰 잡고 여기저기 나눠 만들었다니 이제와서 당사자 아닌 사람들이 그걸 구분하고 결론짓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만. 제 느낌엔 그렇습니다.



 ++ 왓챠에 올라와 있는 이 영화의 버전은 참으로 구립니다. 앞서 말했듯 블러도 엄청 크고 진하구요. 칼, 담배, 신체 손상 등 필요한 모든 곳에 쉬지 않고 출동해서 완벽하게 가려줍니다. 게다가 해외 영화 정보에 비해 런닝 타임도 몇 분 짧으니 뭐...



 +++ 고로 여러가지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 가운데 서극의 현대 액션물을 보고 싶다면 '순류역류'를 보세요. 내용은 참 공허하지만 액션 하나는 참말로 훌륭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아중에 '도둑들'이 나왔을 때 이 영화의 액션씬을 보고 베낀 거 아니냐고 말도 나오고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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