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카페인)

2017.07.07 13:03

여은성 조회 수:1165


 #.요즘은 커뮤니티에서 저출산 관련 글이 많이 보였어요. 그런데 저출산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 거죠? 잘 모르겠어요. 세상은 힘든 곳이잖아요. 그리고 이 세상에 자본 없이 태어나봐야 더 살기 힘들고요. 이 힘든 세상에 굳이 태어날 거라면 금융자본이든 매력자본이든 예체능 계열의 재능이든, 뭔가의 자본은 가지고 태어나야 해요. 물론 자본을 가지고 태어나도 빌어먹을 노력을 해야 하고요. 


 왜냐면 자본이라는 건 소비하라고 주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예요. 살아가면서 배팅해야 할 칩으로 기능하는 거죠. 이 도박장 같은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그나마 비벼볼 만한 곳에 가서 칩을 배팅하곤 하죠. 늘 모자라는 칩을 가지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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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칩이 늘 모자라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본이라는 건 늘 상대적이니까요. 그야 어렸을 때 동네에서 놀 때는 알량한 자본만 가지고도 부자 소리를 듣거나 공주님 소리를 듣거나 천재 소리를 듣고 살 수도 있겠죠. 제법 우쭐거려 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걸로 무언가가 되어 보려고 콜로세움에 서보면 알게 된단 말이죠. 이 세상엔 자본을 정말 많이 가진 놈들이 생각보다 많이 우글거린다는 걸 말이예요. 그러면 늘 1등만 해오던 녀석의 마음은 약해지는 거예요. 콜로세움에서 챔피언 한번 못 해 보면서 시간은 계속 지나가죠. 그러다보면 그냥 5등만 했으면...10등만 했으면...아니, 20등만 했으면...제발 하고싶은 걸 하면서 한 사람 몫만 할 수 있다면...하고 마음이 꺾여가는 거예요. 마음이 꺾일 때마다 바라보는 곳은 낮아지게 되고요.


 휴...그래요. 나도 마음이 너무 많이 꺾여버렸어요. 몇 번에 걸쳐서 마음이 꺾여버리고 나니 지금은 이러고 살고 있죠. 



 2.'이렇게 산다는 게 어떻게 사는 거지?'라고 묻는다면...이제는 콜로세움을 떠나서 카지노에 와 있는 거죠. 언젠가 썼듯이 말이죠. 콜로세움도, 카지노도 승부를 벌이는 곳이긴 하지만 카지노의 승부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 일은 아니예요. 그야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겐 나보다 가난한 가족은 없거든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는 거죠. 


 그리고 어떤 남자들은...뭐 그래요. 스스로가 부양의 대상이 되지는 않아요. 그런 남자는 다른 사람을 돌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돌보아질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돌보지는 않죠. 돌볼 사람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는 그런 남자들은 돈이 생기면 쓸데없는 곳에 가서 쓸데없이 써요. 그래서 돈은 늘 모자라는 상태죠.



 3.누군가는 이럴 수도 있겠죠. '그럼 열심히 노력해서 좀더 부자가 되면 별 문제 없겠군. 그 땐 쓸데없는 곳에 가는 게 부담스러운 지출이 아니게 될 테니까.'라고요. 


 하지만 이건 돈이 많아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녀석들은 꼭 그렇거든요. 돈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은 돈을 더 쓸데없이 쓸 수 있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요. 그리고 거길 다니느라 또 돈이 모자라게 되는 거죠. 자신을 늘 그 상태로 몰아넣어요.


 

 4.휴.



 5.위에 썼듯이...콜로세움의 승부가 아닌 카지노의 승부는 그래요. 이채로울 것도 다채로울 것도 없죠. 카지노에서는 그저 칩이 늘어나거나, 칩이 줄어들거나 둘 중 하나의 일만이 일어나니까요. 이채의 빛도 다채의 빛도 없는 거죠.



 6.새벽에 돌아왔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으면 반드시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잤어요. 브레이킹배드 2시즌에서 제인이 똑바로 누워 자다가 사망하는 신을 본 뒤로는,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자죠. 몇시간동안 술을 마시느라 지쳤으니 숨이 막혀도 깨어날 수 없을 테고, 혹시 토사물이라도 역류하면 그대로 끝이니까요.


 

 7.하지만 요즘은 가끔 그냥 똑바로 누워서 자곤 해요. 행복감이나 절망감이나 중2병 때문에 그런 건 아니예요. 가끔 그런 완벽한 날이 있거든요. 오늘은 낮에도 열심히 일한 만큼의 성과를 냈고 밤에도 멋진 사람을 만나서 하루가 마무리됐다...싶은 날은 그냥 죽음을 예방하는 걸 포기해요. 왜냐면 여기서 갑자기 내가 사라져 버려도 이 충만한 기분 그대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 


 왜냐면 나는 진짜로 믿거든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란 걸 말이죠. 그리고 가장 강한 시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기라도 약간의 문제가 있어요. 좋은 것과 좋은 것 사이에 반드시 빈 공간이 생긴다는 거요. 블랙홀처럼 말이죠. 예전처럼 기분의 중간값이 있는 게 아니라 기분을 1에서 10까지 나누면 10-9-10-1-10-9-10-1-10 이런식으로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기만 해요. 중간중간에 1의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 구간이 있단 말이죠.


 지금은 강하니까 1을 느껴야 하는 짧은 구간을 그냥 버스트시킬 수 있어요. 게다가 잠깐만 참으면 금방 지나가니까요. 하지만 이제 성장은 끝났고 노화가 시작되면 점점 약해질 거란 말이죠. 이제 1의 구간이 점점 세력을 넓혀갈 거고 언젠가는 기분의 대부분을 1이 뒤덮을 것 같아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굳이 기다려서 굳이 그걸 겪을 필요는 없는 거죠.



 8.음, 하지만 일단 중요한 건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예요. 새벽에 돌아오면 출근할 때까지 그냥 깨어있어요. 요즘은 규칙을 세웠는데 중간에 조퇴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일을 시작하는 9시에는 깨어 있자는 거예요. 


 일단 나가서 레드불을 사와서 마시고...아침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버티면 되겠죠. 그리고 아주 위험하지도 않고 아주 안전하지도 않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잘 수 있겠죠. 


 홈랜드에서 캐리가 카페인 알약을 부숴서 코로 흡입하던데 그건 정말 효과가 있는걸까요? 정말 잠이 심하게 올 때마다 궁금해요. 효과가 좋은 건지.



 9.'이 글 뭔가 시점이 이상한데'라고 여겨진다면 8번까지는 새벽에 들어와서 써놓고 놔두고 있는 글이예요. 그리고 지금 막 일이 끝났어요.


 오늘 일은 끝났지만 자러 가는 대신 초계국수를 먹으러 나가야겠어요. 초계국수 하나 먹자고 팔당댐까지 갈 순 없으니 삼성역으로요. 빙빙 돌아서 가는 버스를 타면 한시간쯤 잘 수 있어요. 지금 코엑스에 가면 인간들의 퇴근시간 전까지 조금 여유가 있겠네요. 초계국수를 먹고 원피스카프 구경을 좀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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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피스카프는 원피스, 스카프를 합친 말이예요. 베스트 시나리오는 '1-버스에서 체력회복을 한다. 2-초계국수를 먹는다. 3-쇼핑을 한다. 4-뉴요커처럼 밀탑 빙수를 먹는다. 5-여기까지 빨리 끝내고 시간이 되면 샤이바나에 가서 미트로프를 냠냠한다.' 예요. 순서를 바꿔서 미트로프를 먹고 초계국수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흠...이건 아니예요. 이건 오늘의 옳은 흐름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아요. 미트로프를 못 먹게 되더라도 일단 초계국수로 시작해야 해요. 쳇, 삼성역에 가게 되는 미래를 봤다면 새벽에 코엑스 번개글을 올려봤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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