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월요일)

2018.03.05 09:00

여은성 조회 수:607


 1.가끔씩 선이 들어오곤 해요. 그야 나를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어머니를 보고 들어오는 거지만요. 어렸을 땐 그랬어요. '대체 선을 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뭐지? 왜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예 모르던 인간끼리 매칭까지 하는 걸까.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라고요.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반대로 바뀌었어요. '결혼이란 걸 어떻게 아는 사람과 할 수 있지? 결혼이란 건 아는 사이인 사람과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결혼을 한다면 선을 봐서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어요. 선을 봐서 결혼하고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는사람이 된다는 거죠!



 2.그래요...뭐 내겐 낯선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야 정확히 말하면 특별한 사람이 필요한 거지만, 대부분의 인간이 지닌 특별함은 '낯섬'이라는 특별함을 결국 뛰어넘지 못하니까요. 어쩔 수 없죠.



 3.사는 게 귀찮고 지겹네요. 귀찮거나 지겹거나 둘 중 하나만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죠. 지겨움을 없애려고 뭔가 하려고 하면 귀찮아서 못 하게 되고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지겨워서 못 참겠는 거예요. 결국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게 되죠.



 4.휴.



 5.모 포털사이트에 새 만화를 보내 놨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통과가 안 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요즘은 마감이 없으니까 놀러다니기 좋거든요. 마감이란 게 있으면 전날과 당일엔 자동적으로 놀 수 없고 다음날까지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다음날도 날리곤 했죠.


 하아...하지만 놀러다니는 게 좋아서 놀러다니는 건 아니예요. 놀러다니는 건 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들중에서 그나마 나은 거니까 하는 거예요. 뭔가...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신이 보기엔 다 똑같이 불쌍할걸요. 기본적으로, 태어난 놈들은 다 불쌍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알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저냥 기분좋게 산다는 걸요. 태어나서 존재하는 게 저주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살겠죠. 뭐...어쩔 수 없죠.



 6.음...아직도 곱창을 못 먹어봤어요. 회도 못 먹어봤고 초밥도 못 먹어봤죠.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봤자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있는 줄도 모르는 음식, 뭔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떠올릴 수가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래서 돈이 더 생겨봐야 먹을 수 있는 건 더 비싼 짜장면, 더 비싼 햄버거, 더 비싼 돈까스...뭐 이런 것들뿐이예요.


 언젠가 썼듯이 나는 혼자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걸 알 기회같은 게 없었어요. 정작 기회가 왔을 때는 굳어져버린 찰흙처럼 바뀔 수가 없게 됐고요. 이것도 어쩔 수 없죠.



 7.이제 슬슬 국가에서 허락한 온라인 도박장이 열겠네요. 아 그야, 주식은 도박이 아니예요. 다만 주식 매매를 도박처럼 하면 그게 도박이 될 뿐이죠. 쳇...졸립지만 어쩔 수 없죠. 도박장이 24시간 열면 좋겠지만 하루에 몇 시간밖에 안 여니 할 수 있을 때 할 수밖에요.


 돈의 유용성에 대해 너무 많이 써서 돈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예요. 돈은 별로인 것들 투성이인 세상의 사물들 중에서 그나마 나은 편인 것일 뿐이예요. 정확히는...사물과 개념의 융합체라고 해야겠지만요.


 사실 아직도 신기해요. 개념이 부여되어 있을 뿐인 종이 조각을 내밀면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그걸 맛있는 고기나 예쁜 꽃다발과 바꿔 주다니 말이죠. 꼭 돈뿐만이 아니라 온갖 제도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꼭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철석같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딴지걸고 싶어도 그러기가 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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