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1. 된장녀 - phase 2. 문재인 재기해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document_srl=13040562&m=0


듀게에 이런 글을 썼던 게 어느덧 2년전이네요.


(http://www.djuna.kr/xe/board/2181918 이글은 본글과는 관련성이 좀 떨어집니다만 무려 7년전이네요..)



그새 정권이 바뀌고 출산률은 1.0을 하향돌파중이고 여혐은 인터넷 공론장을 확실하게 장악했습니다. 2018년의 한국에서는 이미 메갈과 페미를 구별하는 시도조차 무의미해요. 페미=일베 입니다. 지극히 온건한, 실상 '페미' 축에도 들지 않는 글 하나만 올려도 갖은 비아냥과 인신공격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예컨대 몇년전만 해도 저는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직장노동시간이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직장노동시간보다 많다 라는 통계나, 산업화된 국가의 출산률은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제약이 적을수록/ 여성이 육아와 경력단절간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적, 문화적 조건이 형성될수록 높아진다는 통계를 그다지 인신공격에 대한 걱정까지는 하지 않으면서 발제글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차마 못합니다. 댓글이 어떤 꼴이 될 것인지 안봐도 비디오고 토론은 어차피 이뤄지지 않으며 유일한 결과는 올린이가 페미나치 친위대로 낙인찍히고 공론장에서 추방당한다 라는 것 뿐일테니까요.


민주당 지지세력이 리버럴인가? 라는 것도 길고 긴 토론이 필요할텐데요, 일단은 많이들 읽으셨을 천관율 기자의 https://1boon.daum.net/sisain/south 글에서의 느슨한 용례를 대충 따릅니다. (사실 이 글에서 호남+리버럴 이라는 공식의 사용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만... 이 글의 주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므로 스킵)


제목에 대한 있을 수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첨언하자면, '리버럴' 인지 '네오리버럴' 인지 아님 둘 다인지 관점에 따라 아리송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현재까지 행보는 확실한 리버럴 정부입니다. 그런데 이걸 성공적인 사기극이라고 부르는 건, 현재 - 적어도 십년이상 - 한국의 인터넷 공론장을 독재하고 있는 친노-친문 20-40대 남성층은 정작 리버럴하지 않다는 데 있죠. 친노친문=리버럴 전략은 이들의 '꼰대' 와 '갑질' 이란 키워드에 대한 극렬한 반감을 한나라당의 권위주의에 향하도록 적절히 동조시킴으로써, "나는 반권위주의, 반기득권, 따라서 리버럴" 이라는 자기호명공식을 매우 성공적으로 광범위하게 정초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칭 리버럴의 정치성향을 보면


1. 반재벌 

2. 반난민, 반이민

3. 반다문화

4. 반PC

5. 반페미

6. 친트럼프 


6번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만.. 어째 갈수록 농담이 아니더군요. 트황상 까면 사살! 제발 재선! 남북대화 좀 되가려는 참에 트럼프를 까다니 일베니? (뭐???) ... 정도는 애교고, "트럼프가 좀 말을 막해서 그렇지 알고보면 미국의 참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님?", "무슬림 쫓아내고 페미 진압하고 중국 관세로 밟아버리는 거 속시원함", "친일 오바마랑 비교도 안된다", "믿고 거르는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CNN", "미국주류언론은 트럼프 혐오에 빠져 이성을 상실했다" 등등 갈수록 주옥같습니다.


1번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유럽식으로 말하면 극우 포퓰리즘의 정치관과 상통합니다. 이민을 통제하고, 난민을 가장한 무자격 체류자를 보다 엄격히 선별해서 막아내자는 정도의 비교적 온건한 통제론도 아닙니다. 노골적인 경제-인종주의에요. (잘 사는 구미 백인을 제외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조선족 이민 및 난민은 받지 말고 추방하자, 다문화는 한국 사회를 타락시킨다 - 미사여구 좀 걸러내면 딱 이 정도에요.


재벌개혁에 찬성하고 갑질 꼰대에 반발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리버럴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런 정치성향을 꿰뚫는 건 리버럴이 아니라 다른 키워드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피해의식' 이죠. 


물론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있고 리버럴 성향이 맞다고 볼 만한 부분, 이들중에 실제 리버럴 성향인데 주류에 밀려 숨죽이고 있는 비율 등등이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현재 담론장을 독재하고 있는 성향은 저렇다는 거죠. 꼰대 갑질이 시대정신의 키워드로 떠올랐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습니다. 일종의 세대전쟁이었던 거죠. 다시 말하면,


저 정치성향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건 '이 헬조선에서 내가 (속해있는 집단이) 불공정하게 피해받고 착취당하고 있다' 는 강렬한 피해의식입니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사회의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노동세력인데 내(가 속한 20~40대 남성층)가 이렇게 힘든 것은  그 가치를 뜯기고 있기 때문이다. 386 들은 꿀빨았지. 대학때 데모나 하고 놀다가 대기업 취업되고 운동 경력 내세워서 국회의원 해먹잖아? 특히 페미 운동권 출신들 그야말로 꿀빨았지. 지금도 젊은 여자들은 꿀빨고 있지.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 와서 꿀빨지.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꿀빨지. 꿀 꿀 꿀... 이 세상에 꿀이 넘쳐나는 이유는 그 꿀을 생산하는 우리가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 (흠... 나름 맑시즘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긴 하네요? 계급의식이 투철한 진보성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는 부분인가?)


이를 통해 20-40대 남성 여론주도층은 그야말로 도덕적으로 무결한 고귀한 집단으로 떠오릅니다. 이를테면 갑질 꼰대질은 다 윗세대의 악덕이죠.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게 미투운동의 해석인데,


미투운동 시작부터 한국의 미투운동은 변질되었다를 외치며, 제발 어서 변질되고 타락하기를, 꽃뱀 무고건이 터지기만을 너무 간절히 기다리는 게 너무나도 티가 나서 웃기고 안쓰럽기까지 했던 이들은, 나꼼수의 연대감 아래 일제결집해서 2차가해를 폭격해대던 정봉주건이 장렬한 삽질로 결론이 나자 아주 편리한 해석을 제출하고 냅다 입을 싹 씻습니다. 즉.. 


미투 가해자들은 다 기득권세대들이다, 

그 당시 성의식이 왜곡되어 있었던 건 사실이겠지, 

지금 세대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응 뭐라고?) 잘못된 관행에 따른 피해를 이 기득권 세대로부터 피해를 입은 여자들이 아무 죄가 없는 우리 세대 남자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니 

우리는 그야말로 이중의 피해자로구나. 어쩔 수 없이 펜스룰을 동원하자. 

정당한 자기방어차원에서 여성과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단절한다. 

(이건 절대 협박이 아니야! 단지, 우리 사회는 남녀평등 아니 여성상위사회지만, 조직 내 권력은 다 남성이 보유하고 있으니까 양성간 네트워크가 차단되면 일방적으로 피해받는 건 너희 여성이란 건 너도 쉽게 알 수 있겠지? -- 이정도면 이미 이성이고 논리고 상실한 채 마구 던져대는 수준;;)


이들이 흔히 구호 차원에서 찬성하는 복지증가도, 실상 따져보면 그러하죠. 재벌 때려잡아서 세금 올리면 자신들의 복지혜택이 올라갈 거라고 정말 믿고 있는 거에요.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국가 쪽으로 가려면 가장 많이 세금부담이 증가되는 건 바로 네가 소속된 계층이다는 걸 알려주면 그 자체를 부정합니다. 이건 그들의 일방적 잘못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요점은, 이들은 어느 정도는 '리버럴'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자신이 여론주도층이고 이 사회의 주류세력이라는 걸 모른체하고 자신들을 핍박하는 자들을 때려잡으러 눈이 벌건 자들' 이기도 하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친트럼프 성향이란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트럼프 당선은, 백인 남성이 우리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피해받는 집단이라고 인정해주길 요구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요즘 보면 후자쪽에 무게가 한참 쏠리는 것 같아요. 조짐이야 한옛날부터 보였죠. 어디 이들 눈에 찍힌 이들이 공론장에서 자기 목숨 부지하는 게 가능했나요. 한옛날에 조중동이 한국의 공론장을 폭압적으로 전횡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네.. 정말 그런 시절도 있었군요... 요새 조중동이 무슨 힘이 있나요. 경향 한겨레도 푹찍푹찍 난도질이 일상이고. 지금의 공론장은 성공적인 대중독재죠. 찍히면 죽는 겁니다. 공론장은 붕괴했어요. 이전에 찍혀서 죽던 자들이 비명을 지르면 '늬가 일베니까 그러겠지' '지금은 적폐청산이 과제니까' 하고 외면해온 일상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정의당도 적폐, 녹색당도 적폐, 페미도 적폐, PC충도 적폐, 맘충도 적폐, 이민도 적폐, 모두가 적폐 일베인 세상이 되었어요.


저 위에 부제목으로 달았던 phase 1. 된장녀 - phase 2. 문재인 재기해 의 의미는 대충 이렇습니다. 된장녀 논란이 터져나올 때 이 논란이 향후 십여년 또는 수십년간 지속될 대전쟁 - 또는 대박해 - 의 모범적인 시초가 될 거라고까지 내다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에요. 된장녀 담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젊은 한국여성 - 책임과 의무는 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며, 남성이 일해서 번 노동의 가치를 착취하여 여유롭게 즐기는 기생충적 존재. 유효한 정도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맹위를 더해가고 있죠.


그 동안 그나마, 진짜 그나마 그 담론의 폭주를 약간이나마 억제했던 건 그분들의 아이돌 문통이 표명하는 양성평등적 시각, 그리고 이부분까지 걸고 넘어지면 안티페미를 가장한 안티민주당이 아닌가 하는 의심어린 시선이 그나마 약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게 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재인 재기해는 정말 안성맞춤의 '브레이크 풀어' 명령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문정권을 옹위하려는 충심으로 걸리적거리는 리버럴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거에요. 그동안, 정봉주에 대한 공격에 미쳐 날뛰며 <미투=민주당을 노리는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다 실패한 후 문정권=페미정권 이라는 공격에는 소극적, 방어적 대응에 그치면서 뭔가 찝찝했던 이들에게, 이건 정말 딱 안성맞춤인 절호의 소재입니다. 이제 페미=문재인 재기해를 외치는 집단=일베 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완성되었어요.


몇 년 후에 돌이켜보면, 이미 친노친문=리버럴 이라는 공식에는 오랫동안 심각한 균열이 가고 있었지만 지금 이 시점 언제쯤이 그 균열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의 파열로 진행된 것이 확실해진 시점으로 복기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파열음의 시작이 바리톤이 아니라 소프라노로 울려퍼졌다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아니러니겠네요. 된장녀 논란 하면 재생되는 음성이 일베충의 목소리가 아니라 '루저녀'의 목소리인 것처럼. 설령 페미/메갈 분리작업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네요. 하튼 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일까 아니 올 것이야 이미 다 오지 않았나 라는 체념일까, 어쩌면 저렇게 우둔할까 하는 책망조차 할 마음이 들지 않는군요. 그런 구호를 들고 나올 때 이런 반향을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닐텐데, 원하는대로 된 거겠죠.

 



덧글. (댓글에서)


성공한 사기극이라는 제목이 아무래도 좀 자극적인 거 같아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정치인이 성공한 사기극을 해내면, 특히 그게 명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훌륭한 업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사기극'보다는 '성공한'에 방점이 찍히겠네요. 예컨대 DJP 같은 것이 대표적으로, DJ 가 "이 정권은 호남-충청 연합정권이자 진보-보수 연합 중도정권이자 내각제 개헌을 준비하는 정권이 될 것"이라는 완전히 지킬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아예 안 지킬 생각도 아니었던 위태한 줄타기를 통해 민주화를 일단락지었죠. 


박근혜 정부와 갑질, 불공정, 부정의에 대한 분노를 정치적 지지의 동력으로 이끌어내고 리버럴로 자기호명하게 한 건 분명히 엄청난 업적이에요. 근데 여기서 엄청나게 넓어진 외연의 리버럴 또는 개혁진보로 호명된 이들이 기실 리버럴하지 않은 정치성향의 소유자들이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 사소한 문제는, 민주당과 문통의 리더십으로 견인함으로써 손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한때 민주당의 중심지지세력은 분명히 리버럴 성향이었고 문재인도 그 경향을 이끌어온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약간 덜 사소한 문제는, 이 급격히 불어나며 담론주도세력 내지는 담론독재세력으로 위치를 확고히 한 그다지 리버럴하지 않은 이 집단이, 자신들을 부정의와 불공정, 적폐와 맞서 싸운 '정의'로 자기정의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보다 구어적으로 표현한다면.. '아 저 진보, 페미 꼴통들은, 이렇게 정의롭고 불의에 민감하여 적폐에 맞서 과감히 들고 일어난 나(우리) 같은 사람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니 당연히 잘못된 것 아냐?' 즉 반기득권, 반권위주의, 리버럴인 나(우리)에 반정립하는 저들은 자연히 기득권 적폐 수구세력으로 정의되는 논리적 귀결이... 


결론적으로 최근 민주당의 독주 현상은 매우 불안정해 보여요. 문통과 민주당은 그 지지층을 넓히는데는 파격적인 성공을 했는데, 리버럴로 견인해오지는 못했어요. 단적으로 양당제의 미국 민주당이나 영국 노동당, 또는 다당제에서도 프랑스의 사회당이나 전진당 지지층은 보수나 극우의 반PC행태를 조롱하면서 결속감을 굳히지 저렇게 대놓고 반PC를 표방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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