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취미 자막러들의 지원도 환영한다라며 자막러 모집글이 떴었길래,

프리랜서 투잡으로 자막작업 지원이나 해볼까 한 적이 있는데,

우대조건에 토익 900이상이었던가가 있더라구요.

(대체 이 나라는 토익을 왜 그리 사랑하나요)


10년 전에 받아논 토익이 845점, 토익스피킹이 7급이 있었긴 하지만,

(차라리 자막 번역엔 토익보다 토익스피킹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다시는 보고싶지도 않은 시험 중 하나가 토익인데, 좀 부적절한 조건 아니냐고 반박을 좀 하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랬더니, 토익 점수가 낮아도 응시는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참고로 현재 자막러들은 모두 토익 950이상입니다, 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저는 정신없이 빨리 읽고 빨리 찍어내려가야 더 좋은 점수가 나오는 그 토익 시험 구조가 마음에 안 들거든요.


그냥 취미삼아 자막을 번역해본 게 에피소드 낱개 포함 20여편 정도 되는데, 물론 저도 외국 살아본 적도 없고 초기엔 오역도 좀 있었지만,

이게 또 외국 오래 살기만 한 사람이 자막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국인의 대화 뉘앙스를 잘 아는 사람이 되려 감칠맛 나는 자막을 만들어내듯이요.


어쩌면 토익과 수능식 독해, 문어체식 화법에 익숙한 자막러 때문에, 자막들도 대부분 실생활에선 쓰지도 않는 말투도 많은가봅니다.

(자네에게, 그에게, 했소, 한단 말이오, 그게 무슨 뜻이야? 한단다, 하거라 뭐 이런 류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왜? 뭐? 걔한테, 쟤를, 이런 실생활 말투가 귀에 더 쏙쏙 들어오고, 제가 자막을 취미로 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했었거든요.


극장에 걸리는 자막 못지 않게 되려 인터넷에 떠도는 자막들의 수준이 나날이 좋아짐에 따라, (물론 아직도 형편없는 자막이 섞여 있지만)

관객들의 자막에 대한 눈도 예전보다 더 까다로워졌죠. (개인적으로는 환영하는 현상입니다)


한편 단시간에 많은 양의 번역을 요하는 업체들도 문제인 거 같아요.

자막 작업이 생각보다 참으로 고생스런 작업이거든요. 이게 뭐 단 하루만에 되는 게 아니에요.

오타 확인하고, 다시 배우들의 표정이나 뉘앙스를 영상을 함께 보면서 자막의 사소한 뉘앙스 말투 다시 고쳐야 하고,

(절대 텍스트만 보고 번역을 하면 안 되죠)

그래야 잘 만든 자막이 나오거든요. 이걸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내라라는 구조도 바뀌어야 할 듯 합니다.


근데 참 재밌는 작업이기도 하죠. 다 만들고 영상을 보면, 내가 창조한 글이 배우의 입에서 영혼이 입혀져 나오는 쾌감이랄까



+ 말이 안 통할 분들이 보여, 넷플릭스의 번역 테스트 체계에 대해 보충설명을 아래 댓글에 달아놓았습니다 (pm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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