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1 16:56
이 전작인 <팬텀 스레드>를 하도 감명깊게 봐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영화는 아니더군요. <팬텀 스레드>가 꽉 틀어막힌 실내에서 단 세명의 대결과 화합을 번갈아가며 다룬다면 <리코리쉬 피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들과 엉킵니다. 그래서 좀 정신없기도 하고 그 산만함을 나름 즐겼습니다. 나중에 정성일 평론가의 평을 들으니 아직 저의 내공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결론을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렵거나 뭔가 상징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누가 봐도 그냥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연애를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리듬이 끝내준다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먼 훗날 다시 보는 수 밖에 없겠네요.
다만 이 영화가 뭔가 영화같지 않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또 감독의 의도라고 하더군요. 일부러 미드 시즌 1처럼 만든 거라고. 뭔가 이야기에 딱 꽂을 만한 기점이 없습니다. 왜 갈등이 있으면 그 갈등을 극복하고 일단락되는 그런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일텐데, 저는 이상하게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오히려 영화를 정확히 본 것일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평론가님 말로는 그게 PTA 의 가장 큰 개성이랍니다. 찍을 수 없는 건 안찍어버리니까 관객 입장에서 찍히지 않는 것을 미스테리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고.
처음에는 피자 이야기인줄 알고 보러 갔습니다. 전 피자를 좋아하니까요. (치킨 파들에게는 여전히 한때의 유행에 너무 심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ㅎ) 그런데 이 영화에 피자는 전혀 안나옵니다. 리코리쉬 피자는 LP 판을 뜻하는 은어랍니다. 리코리쉬의 L 과 피자의 P 이렇게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LP 가 되니까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으로 뭔가를 돌려돌려 말하는 그런 은어가 있었던가 싶네요. 아, 영화 가운데에 한국 영화 제목도 나오는데 그건 실제로 이 영화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배우가 정말로 찍은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거랍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고 무려 그레이스 켈리가 출연했다고 하네요. 재미는 드럽게 없다고 하니 그냥 알고만 가시면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 더 이해가 갈지도... (저는 처음에 저게 뭔 개삽소리들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있었습니다)
2022.02.21 17:05
2022.02.21 17:24
2022.02.21 17:31
2022.02.21 17:25
2022.02.21 17:33
생물학적?장모님은 바로 이분이십니다!
2022.02.21 18:13
리커리쉬 피자가 왜 LP인가 했는데, 영어 약자가 동일한 것 외에 리커리쉬(감초)같은 검정색에 피자같이 동그랗고 납작한 게 LP판이라서 그렇게도 불렀다는군요. 그 무렵 그 지역의 유명한 레코드 가게 이름이 리커리쉬 피자였다나.
2022.02.21 18:18
2022.02.21 18:54
펀치 드렁크 러브의 감수성으로 만든 부기 나이트 느낌이었어요. 감독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LA 이 지역을 배경으로 만들 때 항상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번엔 유독 노스탤지어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초유명 배우들로 구성된 카메오에 가까운 조연들의 존재감도 있었지만(특히 브래들리 쿠퍼) 남녀주인공 캐릭터들을 워낙 사랑스럽게 잘 그려내서 다소 황당하게 다가올 수 있는 막판 몇번의 전개와 급해결도 감성적으로는 납득이 가고 전체적으로 즐겁게 봤어요.
감독 본인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페르소나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아들, 뮤직비디오를 여럿 연출했던 밴드 하임의 막내멤버를 캐스팅 해서 기획단계에서부터 꽤 화제였는데 정식연기를 처음 해보는 두 주연의 풋풋한 매력이 돋보이는 연기를 잘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2022.02.21 19:32
헐 남주가 필립 시모어 호프먼 아들이었나요? 몰랐습니다... 이럴 수가
지금 이렇게 보니 빼박이네요...ㅋㅋㅋ
2022.02.21 20:02
2022.02.21 21:11
2022.02.21 22:26
2022.02.21 23:59
놀라울 정도로 제가 본 영화가 별로 없는 감독입니다. 그나마 본 영화는 좋게 봤는데도 이상하게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진 않게 되는...;
일단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들부터 언제 한 번 맘 먹고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구요. 아마 '팬덤스레드'랑 '데얼 윌 비 블러드' 정도는 있었던 듯... 까지 적다 확인해 보니 데얼 윌 비 블러드는 사라졌군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