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왓챠의 왓고리즘(...)이 제게 호러 영화들을 계속 들이대고 있겠죠. 맨날 보는 게 그거니까. 근데 이제 좀 유명하다 싶은 것들은 다 떨어졌고, 그래서 계속해서 듣보 B급 영화들만 추천되는 가운데 앤솔로지 몇 편 본 것 때문에 앤솔로지들이 많이 튀어나와요. 그렇게 추천되는 고만고만한 싸구려 영화들 중에 이 파렴치한 제목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영화입니다.

 사실 나름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요. 이 영화의 원제가 'Strange Events' 거든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원제가 'Stranger Things' 니까 뭐 대략... ㅋㅋ


 근데 이 바닥에서 종종 있는 패턴대로. 이 제목이 괴상하게 재활용이 됩니다. 그래서 왓챠에 있는, 제가 본 '기묘한 이야기들' 영화가 총 네 편이에요. '기묘한 이야기들', '기묘한 이야기들2', '기묘한 이야기들: 더 포탈', '기묘한 이야기들: 아이스크림 트럭' 이렇게요. 그리고 각각의 원제는 'Strange Events', 'Monster X', 'The Portal', 'Icecream Truck'입니다. ㅋㅋ 그러니까 전혀 관계 없는 영화들을 수입해다가 시리즈로 묶어 버린 거죠. 그 와중에 한국에는 수입 안 된 진짜 'Strange Events 2'는 갈 길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는 슬픈 후일담도.


 뭐 어쨌든간에 말입니다,



1. 기묘한 이야기들 (2014, 77분, 원제 Strange Ev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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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티비용 시리즈로 나왔던 걸 편집해서 영화인 척하는 경우인 모양입니다.)



 - 아주 짧은, 자잘한 호러 단편 모음입니다. 저엉말로 짧아요. 2~3분짜리까지 수두룩 하거든요. 그래서 런닝타임에 비해 에피소드 숫자는 많구요. 액자 같은 것도 없고 다짜고짜 미국 특정 지역명과 연도, 날짜 같은 걸 보여줘서 실화인 척하고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식인데, 도대체 그걸 누가 믿는다고... 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럴 수 있죠. ㅋㅋ

 오늘 언급할 네 편의 영화들 중 가장 낫습니다. 수록 단편들의 타율이 딱히 높은 건 아니지만 워낙 짧은 런닝타임 덕에 크게 지루할 틈 없이 술술 흘러가요. 두어개 정도는 나쁘지 않았구요. 그냥 나쁘다 싶은 것들은 다시 한 번, 짧은 런닝 타임 덕에 대략 극복이 됩니다.

 아무리 봐도 극장용 영화는 커녕 티비용 영화 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가난하기 짝이 없는 화면 질감과 어색하기 그지 없는 무명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 는 그냥 이런 영화들의 패시브 특징이라 봐야겠죠. ㅋㅋ


 어쨌든 '이건 추천이 절대로 아닙니다'라고 박아 놓고, 그럭저럭 한 시간 죽이기로는 '제겐'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 'horror short'라고 입력한 후 나오는 영상들 차례로 구경하는 정도의 퀄과 재미 정도는 되었던 듯.



2. 기묘한 이야기들 2 (2017, 110분, 원제 Monste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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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타' 엑스라는 한국 아이돌 그룹 때문에 검색이 짜증납니다. ㅋㅋ 참고로 그 아이돌 그룹은 철자가 Monsta X 에요. 불어와 영어의 결합! 나의 스타!!!)



 - 얘는 나름대로 컨셉이 좀 있습니다. 일단 액자가 있어요. 첫 데이트로 공포 영화 밤샘 상영 이벤트에 간 커플이 괴상한 일을 겪게 된다... 는 스토리를 깔고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하나씩 보여지는 식이죠. 그 영화들도 다 컨셉이 있는데, 영화 원래 제목대로 '몬스터'들이 에피소드마다 한 종류씩 나옵니다. 첫 번째는 밴시, 두 번째는 늑대인간, 세 번째는 뱀파이어, 네 번째는... 뭐 이런 식이에요. 당연히 먼저 언급한 영화 대비 에피소드 길이도 길고, 나름 멀쩡한 이야기가 있고 기승전결들도 확실하구요. 그런데...


 1번의 영화보다 더 허접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멀쩡한 영화의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겠죠. 런닝타임이 20분씩을 넘어가고,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갖춰지고 하니 각본의 허접함과 배우들의 발연기, 그리고 아마추어스런 촬영과 편집 같은 것들이 '괴상함'이 아니라 그냥 '모자람'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자람을 극복할만한 아이디어나 감각 같은 건 끝까지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건 매우 적극적으로 안 추천하구요.



3. 기묘한 이야기들: 더 포탈 (2017, 75분, 원제 The P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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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새로운 차원으로 입장하라!!! ...맞습니다. 정말 새로운 차원으로 보내주긴 해요. 그거슨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



 - 시작은 참 좋았습니다. 당황스러웠는데 좋았어요. 왜냐면 다짜고짜 첫 에피소드로 유튜브 히트 호러 단편 '알렉시아'가 나왔거든요. 이미 본 영화이기도 하고 '니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기분도 들고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혹이 이 영화는 유튜브 히트작들을 모아 놓은 건가? 아님 그 감독이 참여한 건가? 그럼 평타 이상은 기대해도 되... 긴 개뿔. 그냥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이후부터 이어지는 본편은 1번 영화처럼 짤막한 이야기들이 2번 영화 퀄리티로 줄줄이 이어지더라구요. 몇몇 이야기는 스토리 전달조차 잘 안 되는 느낌일 정도로 정말 총체적 난국, 재난이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 '왓챠는 대체 이 영화를 얼마 주고 들여왔을까' 였어요. 하하하. 당연히 강력 비추천.



4. 기묘한 이야기들: 아이스크림 트럭 (2017, 96분, 원제 The Ice Cream Tr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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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 미국적인 호러 아이템이죠. 스티븐 킹도 몇 번은 써먹었던 것 같고...)



 - 억지로 갖다 붙이는 제목이 네 번째쯤 되니까 네이밍의 - 근본 - 까지 무너져내립니다. 이 영화는 앤솔로지가 아니에요. 그냥 통째로 한 편짜리 호러 영화입니다. 미국인들이 아이스크림 트럭 괴담을 좋아하니 그 소재로 만든 단편들 모음일까 싶었는데 전혀. ㅋㅋㅋ 

 암튼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교외의 조용한 마을로 한 여성이 이사를 옵니다. 남편과 애들은 사정이 있어서 며칠 있다가 따라 온대요. 혼자서 짐을 정리하고, 호기심쟁이 이웃들이랑 통성명도 하고 무슨 파티에도 초대 받고. 그리고 뭔가 수상해 보이는 남자가 모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음침한 분위기를 잡으며 집 앞을 오가죠. 조만간 칼을 들고 설치며 아무나 막 죽이고 다닐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영화가 나름 시간을 들여서 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 '교외 주민들의 삶' 같은 걸 살짝 비꼬면서 풍자를 해요. 그리고 주인공 여성을 이런저런 난처한 상황에 던져 넣고 심리 묘사 같은 걸 시도합니다. 뭐 특별히 좋을 건 없는데 앞서 본 세 편의 영화가 워낙 재난이었던지라 '그래도 뭔가 멀쩡하네?'라는 생각에 열심히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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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요소였던 이 배우님. 찾아보니 대표작이 '전격 Z 작전'의 2008년판이네요. 무려 여주인공이셨던!!)



 결국 앞서 말한 요소들은 다 그냥 '시도'로 끝나구요. 살인마는 하나도 안 무섭고 살인 장면도 하나도 안 긴장 되고 배우들은 주인공 배우만 티나게 멀쩡한 가운데 싹 다 미스캐스팅 아닌가 싶은, 연기도 못 하지만 그 전에 그냥 비주얼부터 안 어울리는 사람들이 나와서 무슨 학예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다 초탈력 클라이막스를 거쳐 헛웃음 실실 나오는 반전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와중에 별로 야하진 않지만 자꾸 에로틱해 보이려는 장면들이 들어가서 혹시 이거 티비용 성인 영화 예산 받아서 지 맘대로 만들어 버린 영화 아닌가 의심도(...)


 암튼 결론은 초강력 비추천입니다. 2번이나 3번보단 만듦새가 좀 나은 편이지만 어차피 그 둘의 수준이 바닥이라 의미 없구요. 그나마 그 영화들은 앤솔로지니까 취향 따라 하나라도 얻어 걸릴 가능성이라도 있죠. 이건 그냥 꿈도 희망도 없어요. 


 

5. 걍 뻘한 사족성 잡담을 덧붙여 봅니다.


 1) 왓챠 리뷰 기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 모두 두어명 정도는 무서웠다, 재밌었다 뭐 이런 호평들을 적으며 별 다섯개를 준 사람들이 있거든요. 같이 죽자는 거였거나, 사실 본인은 보다 말았으면서 남들 죽으라고 낚았거나... 뭐 그런 거였겠죠. ㅋㅋ 처음엔 '세상엔 나보다도 관대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사실은 그냥 빌런들이었다니... ㅠㅜ


 2) 그래도 명색이 앤솔로지들이고, 네 편의 영화 속 에피소드를 다 합하면 20여개가 될 텐데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아는 얼굴을 하나도 못 봤습니다. 이런 경험 흔치 않아요. ㅋㅋㅋ

 감독 & 작가님들도 마찬가지. 다들 대표작이 요 영화들이신데. 보니깐 단편 필모가 어마어마하게 긴 분도 있고, 캐스팅 담당으로 경력을 거의 채우시고 계신 분도 있고, 영화판에 있음직한 직함을 다 거치면서 버티고 계신 분들도 있고... 음... 갑자기 죄송해지네요. 건투를 빕니다. ㅠㅜ


 3) 이쯤 달리고 나니 문득 '이제 슬슬 좀 멀쩡한 영화들도 많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 그래도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


 4) 이런 뻘글을 이렇게 끝까지 읽어주시는 건 참 감사합니다만. 아직 안 보셨다면 '알렉시아'를 한 번 보시는 게 더 알찬 시간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싶구요.



 사실 제 취향의 호러는 아닌데, 그래도 잘 만든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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