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대선 후기 - 2

2022.03.15 14:44

Sonny 조회 수:787

3. 2030 여성 유권자


이준석의 여성인권 건드리기는 20대 남성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보였지만 역으로 20대 여성 유권자들을 이재명에게로 결집시키는 효과도 보여줬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이지 이준석의 패착이라고 볼 수 밖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이재명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거든요. 초반에는 이준석열이 아무리 저렇게 여자인권을 무시한다 해도 이재명은 패륜적 욕설을 한 사람이고 루머도 너무 많으니 믿을 수가 없어서 양당일택은 못하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전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가 합류하고, 여성스피커가 이재명씨를 본격적으로 홍보하면서 권인숙 의원도 선대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점점 여성표를 모아갔죠. 그러던 와중에도 이준석은 계속 기름을 부으면서 여성표들은 인터넷에서 과대표된거니 어쩌니 하는 망발들을 이어갔구요.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갑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10% 차이 우세승을 이야기했는지... 이재명에게 몰린 여성유권자들의 표는 여성유권자를 무시하는 이준석이 몰아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준석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재명에게 표가 몰렸지만 이같은 투표성향은 유권자와 대선후보 모두를 성장시킨 스토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재명에게 표를 주면서 여성유권자들은 이재명의 공약들을 따져보며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을 어느 정도 누그러트리기도 했죠. 조금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이번선거만큼 여성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정책과 공약을 따지고 지지했던 대선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특히 이재명이 대선토론에서 당 내 인상들의 성폭력과 2차 가해를 사과하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로 인해 민주당은 '성폭력 2차 가해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쇄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또다시 안희정씨의 부친상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2차 가해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곤 말았습니다만)


이번 대선으로 민주당은 소위 20대 남자들한테는 완전 찍혔고, 20대 여자들한테는 대단히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이번 대선 전에 몇차례나 있었던 큰 성폭력 사건들을 생각하면 여성유권자들의 이같은 투표는 민주당에게 대단한 역전이자 기회입니다. 20대 여자들도 박지현씨를 필두로 민주당을 여성유권자들이 지지하기 좀 더 좋은 성평등하고 진보적인 당으로 바꿔보려는 마음이 아주 커보입니다. 양당제라는 한계 안에서의 변화이긴 하나 이 같은 마음을 민주당 측에서도 좀 제대로 이해하고 당의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4. 정의당의 쇠퇴와 외부의 지지


살기 힘들어질 수록 양당제가 더 굳건해지는 건 아닌지 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최악이 아닌 차악이라는 이 구호가 결정적인 함정이 되어서 최선의 선택을 못하게 해버리거든요. 그렇기에 선거제가 개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심상정이 이재명한테 따져묻듯이 개편을 요구하는 모습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철수가 대선 중반까지 9~10% 지지율을 가져갔던 것도 아마 양당제 안에서의 선택강요는 피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부분에서 정의당의 이번 선거는 이해와 비판의 여지가 모두 있습니다. 애초에 양당제 싸움 안에서 혼자 등터지며 싸워야 했던 것, 그리고 대안 세력으로서의 부상을 끝내 하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정의당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은 1분 찬스를 동성애자는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할애하며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는데 썼고, 이번에도 공군 성폭력 피해자의 특검법을 발의하고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을 알리는데 썼습니다. 가장 정치적인 자리에서, 심상정은 한단계 더 높은 정치적 이용을 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감명받은 시민들이 꽤나 많나봅니다. 특히나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러 여성유권자들이 하룻밤새에 심상정에게 선거비를 보전이라도 하라면서 하룻밤새에 12억원의 성금을 후원했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입니다. 심상정은 앞으로도 더 싸워나갈 수 있겠죠. 이것은 민주당에게는 여전히 당내 민심이 진보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동시에, 정의당에게는 아직도 공략할 유권자들이 많다는 뜻이 됩니다.


가장 위기가 가장 기회라고 하죠. 심상정이 그 12억의 마음을 120만표, 1200만표로 다 환원하길 바랍니다. 아마 트럼프 대선 이후에도 각종 인권단체나 진보인사들에게 후원금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니 가장 어두워질지도 모르는 이 때에 힘을 내줬으면 좋겠군요. 염치없지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52
124554 사진이 작지만 많이 아는데 얼른 이름은 한사람만 가끔영화 2023.10.23 129
124553 잡담 -코 훌쩍이는 소리가 울리는 공유오피스에서(가을영화 이야기) [2] 상수 2023.10.23 160
124552 지난 일요일 팔레스타인 연대시위 다녀왔습니다 [11] Sonny 2023.10.23 465
124551 플라워 킬링 문/준플 2차전 [10] daviddain 2023.10.23 234
124550 [넷플릭스바낭]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교적 짧은 잡담 [20] 로이배티 2023.10.23 503
124549 잡담, 애프터눈티와 자유 여은성 2023.10.22 208
124548 프레임드 #590 [2] Lunagazer 2023.10.22 75
124547 생각은 실제와 얼마나 부합하는가(이론에는 한계가 있지, 누구나 링 위에 오르기 전에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가리를 한대 얻어맞기 전까지는) [2] 상수 2023.10.22 294
124546 이스트반 사보의 중유럽 삼부작 ‘메피스토’ ‘레들 대령’ ‘하누센’ [6] ally 2023.10.22 215
124545 ENTJ에 대해 catgotmy 2023.10.22 194
124544 장르소설 영어 [3] catgotmy 2023.10.22 189
124543 "인셀 테러" 라는 책의 소개기사 입니다. [1] 나보코프 2023.10.22 296
124542 준플 1차전 NC: Ssg [11] daviddain 2023.10.22 114
124541 [영화바낭] 늑대인간 말고 늑대인간 엄마 이야기. '울프킨'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10.22 210
124540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이태원참사 다큐 "크러시' [7] 사막여우 2023.10.22 633
124539 수원 점집 금화당을 보니 가끔영화 2023.10.21 321
124538 짧은 바낭ㅡ 와카 전 보고 떠오른 14년 두산 야구 [2] daviddain 2023.10.21 141
124537 플라워 킬링 문 [2] daviddain 2023.10.21 318
124536 프레임드 #589 [4] Lunagazer 2023.10.21 65
124535 양자갈등의 환상 Sonny 2023.10.21 2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