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이고 장르는 코미디... 인데 좀 복잡하네요. 암튼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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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네일만 보고 대충 골랐더니 영어 포스터가 아닌 걸 올려 버렸네요. ㅋㅋ)



 - 우리의 주인공 몰리와 에이미는 오래된 단짝 친구이고. 명문대에 합격하고 내일 있을 졸업식을 기다리는 학구파 학생들이죠. 고등학생 생활을 모두 공부와 대입 스펙용 활동으로 몰빵해서 목표를 이룬 인간 승리자들입니다만. 바로 그 졸업식 하루 전날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자기들이 내심 한심하다고 무시해왔던 골 비어 보이고, 인생 막 사는 것처럼 보였던 동기놈들이 싹 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에 붙거나 구글에 취업을 했다는 거에요!!! 말도 안 됩니다. 아니 이래선 안 됩니다. 이래서야 쟤들은 할 거 다 하면서 고등학생 생활을 즐긴 승리자들이고, 자기들은 무식하게 공부만 한 루저 놈들이 되어 버릴 위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둘은 어처구니 없는 결심을 하는데, 동기들 중 핵인싸 학생이 주최하는 졸업 전야 파티에 참석해서 파티장을 휘어잡고 끝내주게 놀아 버려서 자기들도 할 거 다 한 승리자들이 되겠다는 거죠. 물론 이들은 일생에 그런 파티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어요. ㅋㅋ 

 물론 그 유치찬란한 계획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심각한 곤경에 부딪혀요. 도대체 그 파티장은 어디일까요... 왜 우리(?)는 그동안 그 녀석들의 전화 번호 하나도 받아 놓지 않고 공부만 하며 살았던 것일까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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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책으로만 배운 헛똑똑이님들. 그것이 Booksmart의 진정한 의미!!! ...인가요.)



 - 처음엔 걍 학구파 루저들이 주인공인 21세기 스타일 하이틴 청춘물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도입부의 느낌은 정말로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게 꽤 재밌어서 '아, 왜 이런 애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청춘물이 그동안 별로 없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죠. 그런데 도입부를 넘기고, 본격적으로 둘이 파티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게 좀 복잡해지더라구요. '복잡'보단 '넓어진다'는 게 더 어울리려나요.


 그러니까 이게 기대보다 상당히 근본 없이 막 웃깁니다. ㅋㅋㅋ 그러면서 그 웃김을 위해 현실성 같은 건 그냥 고이 접어 저 하늘로 날려 버리구요. 게다가 이게 결국 하룻밤이라는 시간 동안 동네 이곳 저곳을 헤매면서 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크리스 콜럼버스나 존 휴즈가 옛날에 잘 만들던 나이브한 분위기의 10대 코믹 모험물 분위기가 첨가됩니다. 의외로 복고적이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보니 결국 그게 핵심 컨셉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것 말고도 뭔가 80년대 히트 청춘 영화들의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조각조각 떠오르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게 21세기에 나온 여성 감독의 여자 둘이 주인공인 영화잖아요. 그래서 결국엔 단순한 복고 추억팔이가 아니라 20세기 청춘물들의 21세기식 업데이트라는 목적이 추가됩니다. '인형처럼 예쁨'과는 거리가 먼 공부벌레 여성 캐릭터 둘이 주인공이라는 기본 설정부터가 그런 목적을 위한 거겠죠. 매우 자연스럽게도 둘 중 한 명은 동성애자이고, 둘 다 금발이 아니고, 그 중 한 명은 날씬한 몸매도 아니고 뭐 등등등.



 - 뭐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0세기에 인기 끌었던 장르들을 여성 주인공 내세우고 21세기 패치 입혀 다시 만들어서 새로운 느낌을 주자! 라는 건 사실상 지난 10여년간 헐리웃에선 유행에 가깝기도 하구요. 근데 어쨌거나 아직까진 딱 이런 아이디어는 없었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주고요. 또 그걸 아주 잘 만들었다는 뻔한 소리가 중요합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시작부터 주인공 둘이 티키타카 수다를 떠는 장면들만 봐도 웃기고 재밌습니다. 둘 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둘 사이의 관계성 설정도 디테일하며 그걸 기반으로한 드립들이 쉴 새 없이 터지며 킥킥 웃게 만들어요. 주인공들이 벌이는 80년대 코메디 영화식 바보 짓들도 그 시절 개그 갬성을 그대로 잘 살리면서도 21세기적 소재들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져 있구요. 당연히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른 기준을 영화 내내 준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센 개그를 날리며 진짜로 웃깁니다. 'PC가 재밌는 것들 다 망친다'며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영화였네요. ㅋㅋ



 - 그리고 정말로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캐릭터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조연 캐릭터들을 다루는 태도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이 이루는 '성장'이란 결국 그동안 자기들이 세상과 자기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그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만사 귀찮아 보이던 교장쌤도, 돈 자랑만 하는 것 같던 갑부집 금수저들도, 운동과 술, 여자만 아는 바보로 보였던 핵인싸 남학생도, 이 남자 저 남자 다 건드리며 동네 방네 소문난 천박한(?) 행실의 여자애도, 도도한 학교 퀸카도 모두모두 알고 보면 다들 자기 삶에 진지하고 고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니 속단하고 무작정 타자화하고, 미워하지 말자는 거죠. 


 뻔한 메시지지만 이걸 꽤 잘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요즘 청춘 영화 도입부에 늘 나오는 '학교 풍경 스케치'를 통해 이 캐릭터들을 한 번 싹 다 훑어주고난 후 이야기 속에서 이 녀석들을 하나씩 재등장 시켜요. 그래서 잠시 스쳐가는 병풍인 줄 알았던 이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주인공들의 반성 여정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상호적이에요. 주인공들만 반성하는 게 아니라 요 친구놈들도 다 자기들이 그동안 주인공들에 대해 잘 몰랐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죠. 영화가 이 정도로 사람이 좋으니 뭔가 좀 도식적인 게 아닌가? 싶은 순간이 잠깐 있어도 그냥 씩 웃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덧붙여서 영화의 끝을 본 후에 바로 다시 처음 부분을 틀어 보면, 도입부에 스쳐 지나가던 이 조연 캐릭터들의 모습에 은근히 나중에 알게 되는 얘들 모습에 대한 힌트 같은 게 박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참 시나리오 잘 썼어요.



 - 결말도 맘에 들었습니다. 살짝 '레이디 버드' 클라이막스의 어떤 장면이 생각나는 마무리인데요. 그 영화처럼 갬성 터지는 전개로 가던 와중에 살짝 비틀어요. 근데 그게 그 갬성 터짐을 오히려 강화해주고. 또 이 영화의 낙천성, 사람 좋음을 다시 한 번 확실히 도장 찍어주는 멋진 마무리가 되더라구요. 쓸 데 없는 비교지만 그래서 전 '레이디 버드'보다 이 영화가 더 좋아졌습니다. LadyBird님께 죄송하다는 드립을 치고 싶어지는 소리네요. ㅋㅋㅋ



 - 계속 하는 얘기지만 영화가 참 사람이 좋습니다.

 아까 위에서 '80년대 청춘물들의 21세기식 업데이트' 얘길 했는데요. 그 시절의 여러 한계들, 그러니까 남성 주인공 위주의 시각이라든가 인종적, 성적 불공정성이라든가... 이런 걸 열심히 업데이트하고 수정하는 영화인데도 그 수정의 대상이 된 원본 작품들을 존중하고 아낀다는 느낌이 계속 들어요.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그걸 가져다 제대로 업데이트 하려면 대상을 잘 알아야 하고, 그렇다면 역시 그 작품들의 팬이어야 잘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말한 '알고 보면 갸들도' 라는 부분이 또 이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십년간 이런 청춘 영화들에서 별 볼 일 없는 농담거리로 수천번 등장해서 사라져갔던 그 캐릭터들에게 보내는 사과이자 위로랄까요. 알고 보면 니들에게도 니들 인생이 있고 고민도 있었을 텐데!! 내가 대표로 사과한다!!! 뭐 이런 느낌. ㅋㅋㅋ 뭐 어쨌든 다 좋았습니다.



 - 배우들 얘기도 까먹으면 안 되겠죠. 케이틀린 디버와 비니 펠드스타인 이 두 분은 정말 역대급으로 현실 친구 같은 케미스트리를 뽐내십니다. 어쩜 저리 진짜 같지? 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이 영화를 위해 일부러 두 달 여를 함께 살며 친구 연습(?)을 하셨다고. ㅋㅋㅋ 근데 정말 너무 잘 맞아요. 이게 그냥 연기라면 이 두 분은 진정한 메소드 배우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 

 조연들은 워낙 많다 보니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지만. 우리 피비 부페님께선 짧은 등장에도 빅웃음 주셔서 반가웠고. 또 마치 마음 고운 일론 머스크(...) 같은 느낌의 캐릭터로 나온 스카일러 지손도란 분 연기도 좋았구요. 사실 가장 놀랐던 건 또 다른 금수저로 나온 빌리 라우드였습니다. 전 이 분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로만 알고 있어서 이런 청춘 영화에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사실 나이는 좀 안 맞긴 합니다. ㅋㅋ) 어찌보면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속 캐릭터들보다 더 황당한 캐릭터를 맡아서 사정 없이 웃겨주시더라구요. ㅋㅋㅋ 덕택에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새 시즌 안 나오나 정보 검색을...(?)



 - 암튼 대략 마무리란 걸 해야죠.

 옛날 옛적 청춘 코미디 영화들에 헌사를 바치고 예우를 다 하면서도 21세기식으로 훌륭히 업데이트를 한 청춘 코미디구요.

 해당 장르 속 단골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을 품고 그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는 참으로 사람 좋은 영화였구요.

 동시에 좋은 연기, 적절한 연출과 아주 잘 쓴 각본으로 보는 내내 훈훈한 기분으로 웃게 해주는 잘 만든 & 좋은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와 감동이란 게 당연히 사람마다 다 다르겠습니다만. 이 정도로 동글동글 사람 좋게, 기분 좋게 웃기는 영화라면 최소한 싫어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었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계시다면 넷플릭스에 있을 때 한 번 봐 두세요. 이 글이 호들갑이라고 느낄 순 있어도, 재미 없다고 생각하시긴 쉽지 않을 거... 라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잘 봤어요.




 + 근데 비니 펠드스타인 이 분은 '레이디 버드'에서 처음 봤을 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조나 힐의 동생이라는 걸 알고 난 후론 자꾸만 여성 버전 조나 힐로 보여서 웃음이 나옵니다... ㅋㅋㅋㅋㅋ 닮았어요!!! 

 그에 비해 빌리 라우드는 본인 엄마를 그렇게 닮은 것 같진 않네요. 저 말고 다 알고 계셨겠지만 캐리 피셔의 딸입니다. 그래서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에도 나오셨... 더러운 금수저였어!!!



 - 짤을 올리다 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티스토리 때문입니다. 제가 짤 창고로 쓰는 티스토리 계정이 있는데, 몇 달 전에 카카오가 자꾸 협박을 해대서 카카오 계정 로그인으로 바꿨거든요. 그리고 짜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놈들 진짜!!! 이 영화는 웃기는 짤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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