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에 나왔구요.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입니다만 에피소드는 딸랑 셋. 편당 시간은 한 시간 이십분 근처?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다른 건 몰라도 저거 하나는 확실히 각인됩니다. '켈리콜라'. 주인공이 마시는 음료 이름이에요. ㅋㅋ)



 - 때는 1970년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주인공은 제목대로 '벨라스코아란'이란 아저씬데요. GM(제너럴 '머신'이라고 주장합니다 ㅋㅋ)의 엔지니어로 돈도 그럭저럭 잘 벌고 별로 안 사랑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와이프랑 둘이 멀쩡하게 살다가... 이런 재미 없는 인생은 싫어!!! 라면서 갑자기 직장을 때려 치우고 아내와 이혼을 하고 탐정 사무소를 차려요. 당연히 의뢰는 하나도 없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자기가 수사하고 싶은 사건이 이미 있어서 시작한 일이라 의뢰 없어도 그냥 그거 수사하러 다니면 됩니다. 마침 멕시코시티에 여성을 타겟으로 한 교살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경찰은 일 크게 키우기 싫어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엄한 사람 하나씩 때려 잡아 체포하면서 연쇄 살인이 아닌 척 하기 때문에 이런 주인공이 귀찮구요. 결국 통신 판매로 구입한 탐정 교재 테이프를 들으며 독학으로 수사에 나서는 벨라스코아란!! 과연 정의 구현은 가능할 것인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미 제국주의자들의 압제에 맞서지만 미국풍은 좋아하는 벨라스코아란!!)



 - 무심코 그냥 켜놓고 있던 넷플릭스가 예고편을 보여주더라구요. 옛스러운 배경에서 아마추어 탐정이 활약하는 이야기라니 대충 취향에도 맞을 것 같고. 에피소드도 몇 개 안 돼서 부담도 없고 하니 한 번 틀어봤죠. 그래서 하루에 다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아요. 괜찮은데... 좀 아쉬운 부분들도 없지 않고 그렇네요. 아마도 다음 시즌 만들 생각은 없이 만든 시리즈 같은데 더 만드는 게 불가능해 보이진 않구요. 반응 좋으면 어떻게든 이어가는 게 21세기 드라마 아니겠습니까. ㅋㅋ 원작이 되는 소설 시리즈도 책으로 8권이나 나왔다고 하니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미 제국주의자들이 환장하는 코카 콜라 따윈 단호히 거부하는 벨라스코아란!!!)



 - 일단 느와르, 하드 보일드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고풍스런 옛 스타일이요. 그걸 1970년대의 멕시코 사회, 풍광에 이식한 건데. 결정적인 차이는 톤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전혀 상남자가 아니시구요. 그냥 순수하고 선량한 우리들의 이웃이죠. 다만 정의감이 무척 많이 강하구요. 탐정 간지를 추구하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그래서 폼은 안 나요. 그렇다고해서 막 수다 떠는 개그캐도 아니고 뭐 그냥 선량하고 성실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곁에 머무는 멕시코시티의 일반 시민들도 참 다 선량해요. '씬시티'의 간지나는 정의 시민들에게서 간지를 다 빼고 구수하고 푸근함을 추가하면 이 시리즈의 시민들과 대략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푸근한 민중들'의 사진을 구하고 싶었지만 고작 이게 전부일 정도로 인기 없는 벨라스코아란!!!)



 - 그럼 대체 누가 나쁜 놈이냐. 라고 하면 뭐랄까... 좀 80년대 혹은 90년대 운동권스런 세계관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권력자 vs 민중 구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외세, 부패한 권력자들과 공권력들이 악당이고 우리의 시민들은 저항 정신과 선량함을 겸비한 위대한 민중들입니다. 물론 그 대표는 '나는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라는 우리의 명탐정 벨라스코아란씨구요. 이 대사를 너댓번쯤 하는데, 정말로 이 시리즈 내내 우리의 주인공은 의뢰인들에게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아니 대체. 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습니다. '운동권 느와르'라고 부르면 될까요.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이 시리즈 원작 소설의 작가님께서 그런 분이셨더라구요. 멕시코에서 외세 배척, 권력 저항 운동을 하셨던 분이고. 일생 동안 쓴 글, 만든 이야기들도 다 그런 방향이구요.  그래서 이 시리즈도 내내 우리의 민중들이 권력자들의 어두운 음모에 희생당하고 맞서 싸우고. 그러는 이야기가 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이 시리즈의 빌런은 심플합니다. 외세 or 권력자 with 공권력. 뭔가 8090년대 NL들이 좋아할 것 같은 드라마랄까요. ㅋㅋ)



 - 이런 정의롭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편하게 해주는 건 영화의 유머 감각입니다. 이거 기본적으로 코미디에요. 어두컴컴 살벌한 일들이 벌어지고 주인공이나 주인공 주변 인물들도 살벌하게 나쁜 일을 당하지만 어쨌든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사람 좋게 허허실실 웃기는 비현실적 코미디요. 막 전형적인 옛날 느와르 나레이션을 읊으며 행동하다 갑자기 삑사리가 난다든가 그런 식이죠. 주요 캐릭터들이 다 둥글둥글 귀엽고 또 하는 짓은 웃긴데 갸륵하고. 이렇다 보니 앞서 말한 용감 무쌍 단순 무식한 선악 구도가 그리 큰 거부감 없이 먹히구요. 결국엔 악이 지배할지라도 주인공과 동료들이 꾸준히 이루는 작은 승리들을 즐거운 맘으로 구경하게 돼요.

 아. 그리고 제가 쓴 '운동권'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하지 마세요. 막 궁서체로 진지하게 민.중.들이 불타오르고 그런 거 아닙니다. 다 둥글둥글해요.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21세기 드라마답게 여성 캐릭터들도 유능하고 적극적으로 그려집니다만. 그래도 주인공은 걍 원탑입니다. 폼나는 사이드킥 정도.)



 - 대충 보면 눈치 채셨겠지만 아쉽게도 수사와 추리로 큰 재미를 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게 주인공이 어리버리 아마추어 탐정으로 시작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어설픈 것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이고 그래서 대단한 추리나 수사 같은 건 안 나와요. 특히 첫 에피소드에선 정말 좌충우돌 뻘짓과 실수를 거듭하다 범인이 자신의 관종 스피릿을 누르지 못하고 스스로 막 다 드러내버리는 식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구요. ㅋㅋ 그래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성장을 하고,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에선 나름 멀쩡한 수사 같은 것도 하고 그럽니다. 어쨌든 추리물의 재미는 크게 기대하지 마시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그래도 이렇게 현대 수사물의 필수품 손전등도 나오고 그럽니다. 이게 다 세븐 때문이겠죠.)



 - 배경이 되는 1970년대의 멕시코, 멕시코시티라는 시공간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리얼하게 했는지는 제 지식의 한계로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아주 컬러풀하고 역동적인. 보기 좋은 도시이자 느와르의 배경 공간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구요. 또 당대 현실을 바탕으로 부풀린 듯한 부패한 도시의 모습도 비현실적으로 매력적인 재미를 줍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들, 고유 명사들이 중요한 떡밥으로 나오곤 하니 그쪽 방면으로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더 편하게, 재밌게 보실 수 있겠죠. 전 이 드라마를 통해 멕시코인들이 세상에서 콜라를 가장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ㅋㅋㅋㅋ 주인공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물을 안 마셔요. 죽어라고 콜라만 마십니다. 병에다 빨대 꽂아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본격 콜라 홍보 드라마 벨라스코아란!!! 하지만 '켈리 콜라'라니. 난생 처음 들어봤고 당연히 한국에는 안 팝니다. ㅠㅜ)



 -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적당히 즐겁게. 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캐릭터와 배경은 아주 좋은데 이야기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구요. 그냥 편당 사오십분짜리로 만들어서 에피소드 수를 늘리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해요. 런닝타임이 길다지만 딱 세 편으로 끝나 버리니 뭔가 캐릭터들을 더 파고 즐길만한 분위기에서 끊어져 버리는 느낌.

 그래도 70년대 멕시코라는 제가 잘 모르던 공간에 대해 좀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고. 분위기도 이 정도면 제 취향으로 그럴싸했구요. 어차피 1시간 50분 짜리 영화 두 편 정도 볼 시간이었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겠습니다. 소재가 본인 취향에 맞겠다 싶은 분들은 살짝 기대치 조정하면서 시도해 보셔도 좋을 듯 하네요. 전 한 시즌 더 내놓으라는 마음입니다만, 그래도 강력 추천은 못 하겠... ㅋㅋㅋㅋ

 끄읕.




 + 아. 전체적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다룬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만, 다루는 사건은 에피소드마다 교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형식인데 아깝게도 너무 짧네요.



 ++ 멕시코산 드라마라 그렇게 인기가 없는 걸까요. 나름 괜찮은 장면, 풍경들이 많은데 짤이 다 비슷비슷한 걸로 조금 밖에 없네요. orz



 +++ 이 영화 속 멕시코 역사를 조금씩 검색하다가 내린 쌩뚱맞은 결론. 얼른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봐야겠네요. 전 지금까지 그게 이탈리아 로마인 줄 알았지 뭡니까. 이런 무식. ㅋㅋㅋ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24546 이스트반 사보의 중유럽 삼부작 ‘메피스토’ ‘레들 대령’ ‘하누센’ [6] ally 2023.10.22 215
124545 ENTJ에 대해 catgotmy 2023.10.22 194
124544 장르소설 영어 [3] catgotmy 2023.10.22 189
124543 "인셀 테러" 라는 책의 소개기사 입니다. [1] 나보코프 2023.10.22 296
124542 준플 1차전 NC: Ssg [11] daviddain 2023.10.22 114
124541 [영화바낭] 늑대인간 말고 늑대인간 엄마 이야기. '울프킨'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10.22 210
124540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이태원참사 다큐 "크러시' [7] 사막여우 2023.10.22 633
124539 수원 점집 금화당을 보니 가끔영화 2023.10.21 321
124538 짧은 바낭ㅡ 와카 전 보고 떠오른 14년 두산 야구 [2] daviddain 2023.10.21 141
124537 플라워 킬링 문 [2] daviddain 2023.10.21 318
124536 프레임드 #589 [4] Lunagazer 2023.10.21 65
124535 양자갈등의 환상 Sonny 2023.10.21 243
124534 [넷플릭스바낭] 남자가 잘못했네요. '페어 플레이'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3.10.20 463
124533 마린 르펜,"벤제마 극우 이슬람 사상에 친숙한 거 안다" daviddain 2023.10.20 252
124532 히 트 2 이즈 커밍! [6] theforce 2023.10.20 280
124531 프레임드 #588 [4] Lunagazer 2023.10.20 82
124530 대배우 제임스 스튜어트님 시즌 432529752회째 연전연승 중...... 모르나가 2023.10.20 228
124529 후쿠오카 여행 가서 위스키 신나게 마시고 온 이야기 [6] 칼리토 2023.10.20 531
124528 여초 커뮤니티와 남초 커뮤니티의 차이 [2] catgotmy 2023.10.20 465
124527 배속보기와 요약보기 등에 관한 이동진의 견해(온전한 감상이란) [6] 상수 2023.10.20 39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