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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청와대에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철지난 이슈가 되어버렸죠.

그러니까 이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더 이상 말 안하는 게 속편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했다면, 이 글 안 올렸겠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몇가지 그룹으로 분류 가능합니다. 

그 그룹이 모든 사람을 포섭하는 건 아니지만, 98% 이상은 그 그룹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룹1) 정규직 교사

(그룹2) 임고준비생

(그룹3) 기간제교사 

(그룹4) 한국당, 바른정당 지지자


저는 이 모든 반대자들의 반대는 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반대자들은 많은 이유들을 반대의 근거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내 밥그릇' 논리여서 별로 다루고 싶지 않네요. 

'내 밥그릇' 논리는 상대할 가치가 없냐고요? 논리적으로 상대할 가치는 없죠. 

'네 밥그릇' 걷어차지 않으면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해도 된다는 것이니까 달리 상대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내 밥그릇' 논리 중에서 (그룹1: 정규직 교사)와 (그룹2: 임고준비생)의 입장은 다소 다릅니다.

정규직 교사는 사실 제 밥그릇 뺏기는 거 없습니다. 절대적 가치로는 그렇죠. 

하지만 기간제교사가 정규직이 되면, 기간제교사에 대해 가지던 상대적으로 우위인 지위가 없어지니까 상대적으로는 밥그릇이 줄어듭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별로 대꾸하고 싶은 말은 아닙니다.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주지 않아도 되는 의견입니다. 


임고준비생의 밥그릇은 조금 다릅니다. 

임고 합격정원이 줄어들게 되니까, 자신의 합격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거죠. 

지금은 이게 반대자들이 가장 강하게 미는 논리인데요. 

엄격히 말하자면, 합격가능성 자체는 정치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보호되는 이익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개개인 임고준비생은 합격할지 못할지도 불확실하고, 

그게 지금처럼 100: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해야 하는 시험이라면 경쟁률이 200:1이 된다고 해서 그 준비생의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낮아진다고 말할 수 없어요.

모의고사에서 1등 2등 하던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죠. 2명 뽑는 경우, 안전하게 합격하겠지만, 1명만 뽑는 경우 아슬아슬하죠. 

하지만, 모의고사에서 1등 2등 하던 사람만 반대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상하죠.

모의고사에서 꾸준히 1등 2등 한다는 것도 있음직하지 않고, 오히려 1등~10등 정도 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요?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역시 보호할 법익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물론 이런 반론도 논리적 결함은 있습니다. 임고 패스하고 나서야 이익이 보호받을 수 있는 얘기인데, 이미 임고 패스한 사람은 임고 정원이 1명이든 2명이든 상관없어져버려 결국 보호법익이 없거든요.

그럼 애시당초 합격정원 늘리고 줄이고에 대해 법익이 걸린 사람들은 없다는 건가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썼지만, 시험준비생들의 이익이 정치적으로나 혹은 법적으로나 보호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유사 사례는 많습니다. 사법시험 폐지하면서 그 동안 사법시험 준비해오던 사시생들의 이익이 훼손되었죠. 

대학교의 입학정원이 바뀌는 사례는 무수히 많구요. 

훨씬 더 직접적인 예도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경우입니다.

아마, 다음년도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입사 시험 정원이 줄겠죠. 


이런 경우들에 대해 모두 시험준비생들의 의견을 들어서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방법론을 만들어야 할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임고생들은 헌법소원 하면 됩니다. 

정말 헌법상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헌재가 판단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MB를 싫어하지만 그가 말한 '떼법'은 정말 이럴 때 쓰기 좋은 말이예요. 


또 다른 반대논리도 있죠.

레크리에이션 강사, 영양사 같은 (교사로서의 자격도 불충분한) 단기계약직들이 재수좋게 정규직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이건 타당한 반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목욕물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는 논리죠.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고, 그 부작용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은 세부적인 방안을 만들 때 수립되어야 하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자체를 반대할 논리로는 부족합니다. 


흥미롭게도 현직 기간제교사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 흥미로운 게 있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임용고시를 통해 정규직 교사가 되고 싶지 정부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통해서 정규직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저는 갸우뚱~ 했어요.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렇게 뒷문으로 정규직 교사가 되면, 임고를 통과한 정규직교사들한테 왕따를 당할 것이다라는 겁니다. 

흥미로웠어요. 심지어는 기간제교사로 일하면서 임고를 준비하기 때문에 전업 임고생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말입니다.

그때 생각난 짤이 위에 붙인 것입니다. 

이 짤은 아래의 윤주님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나서 찾아 붙였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정규직 교사가 된다는 게 뭘까요?

기간제교사가 정부정책에 따라 정규직이 되는 게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버지가 교육감이거나 교육부 고위 관료라 그 힘을 얻어 정규직 교사가 된 사람이 있다면 정정당당하지 않겠죠.

근데 정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해서 정규직이 되었는데, 스스로 정정당당하지 못했다고 부끄러워 하는 심리는 잘 이해가 안 돼요. 


한 가지 일반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논란에 한 마디씩 보태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특수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공기업 입사시험, 사법시험, 대기업 공채, 공무원 공채/특채/계약직, 로스쿨 입학시험 등 여러 가지 유사한 자격증/채용 시험과 비교해서 교사라는 직군이 가지는 특수성은 없다고 보거든요. 

교사는 이래서 다르고 저래서 다르고 하는 말들 중에 설득력 있는 건 못 들어봤어요.

왜냐하면 다른 직군에도 다 존재하는 보편적인 문제들이거든요. 계약직이라는 제도가 있는 직군에는 다 유사한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질문하는 겁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사법시험은? 공무원 시험은?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다수가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사실일 겁니다. 거짓말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계약직의 정규직화는 대선 레이스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들어 있었어요. 

대선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계속 말했던 내용이구요.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고 해서 그의 공약 전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긴 하겠죠.

근데 제가 보기엔 계약직 정규직화는 그의 공약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었어요.

그 공약을 들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과연 정규직화를 어느 정도까지 추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고,

비록 그게 주요 공약이지만,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고 보았어요.


근데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 같네요. 

그것도 다름 아닌 자기 지지자들의 반대 때문에요. 


맹목적 문재인 지지자("맹문지"라고 부를게요)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알고 봤더니 기간제 정규직화는 반대하네요.

맹문지가 "비문지"(비판적 문재인 지지자)네요. 

맹문지와 비문지는 물과 기름 같이 섞일 수 없는 그룹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맹문지는 비문지를 '사실상 반대자'로 몰아붙였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누가 맹문지고 누가 비문지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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