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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 영화를 봤어요. 요즘 cgv에서 하더라고요.

보고 나니까..이게 나름 영화제에서 이슈가 되었던 영화인것도 알았고, 뒤늦게 감독이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관둔대>를 연출했던 그 감독인것도 알았고, 원작이 만화라는 것도 알았어요.


이 영화는...한마디로 엉망인데...

고루한 연출 사이에서도 인상적인 부분들도 많고, 전체적으로 전혀 정리가 안되는 스토리인데 더 좋았을 기회가 많았던 영화인것 같아 아쉽고..그렇더라고요.


일단 이야기 재료는 좋아요.


바다를 낀 일본 소도시 시청에서 근무하는 남성이 주인공인데, 어느날 6명의 외지인이 들어오고 그들이 이 도시에서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사실 이들은 살인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에요.다만 사유가 과실치사였던 재소자들이었고, 10년동안 특정한 마을에 일터와 집을 정부가 보장하고, 갱생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거였죠.

이들이 범죄자라는 사살은 시청의 일부 담당공무원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감옥에 오래 있었고,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좀 이질적인 면들이 많았죠.


영화는 중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생길 수 있는 갈등들을 보여줘요.

아마 이게 만화의 주제였을테고, 애초 영화가 종착지로 삼았던 목표였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겐 딱히 끌리는 주제는 아니였어요. 모두가 이상향은 알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겹치는 이야기잖아요. 설교적이 되거나 결론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주제가 될거라 예상되죠.

영화는 물론 이 난해한 목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삼천포로 빠집니다. 중반 이후로 전혀 생뚱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난감한 결론으로 치달아요.


그럼에도 영화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일단 이 지역색 강한 배경을 굉장히 그럴듯하게 그려냈어요. 시청 공무원인 주인공의 생활, 업무, 애티튜드는 정말 있을법한 삶처럼 느껴졌고, 지역의 오래된 전설이 아직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잔재해 남아있는 이 현대 도시의 느낌도 그럴법하다 싶더라고요.

간만에 지역 축제를 묘사하는 방식이 좋은 영화였기도 했어요.적절하게 신비감도 있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의미들도 깔려있고, 무엇보다 있을법하다.는게 좋았죠. 지역색 살아있는 영화 찾기 생각보다 쉽지 않잖아요.


영화가 뚝심있게 주제로 달려가지 못하고 옆길로 세는 순간은, 재소자 중  누군가는 갱생의 여지를 무너뜨리는 존재,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자가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에요.

이 설정은 정말 양날의 검이었는데, 이야기는 엉망진창이 되버렸지만, 이 불귤질한 존재가 이 도시의 가치들을 모두 어그러 뜨리며 만드는 긴장들이 정말 재밌기도 했거든요.갑자기 영화가 팍 하고 스릴러로 변모하는데..고삐놓은 망아지 구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영화 정서가 극적으로 변해요.즐기기 재밌는 방향으로..


스릴러 이후에 영화는 아예 작정하고 환상적인 영역으로 빠지는데...싸이코패스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도...이후에도 분명 더 나을 가능성, 감독이 더 간바떼해주었다면,정신줄 잡았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순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전설, 신화가 근본적으로 주제와 정말 어울리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의미를 만드는데 있어서 신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현재의 결론은 진짜 원시적이고, 아무런 연결고리도 느끼기 어려웠거든요.

차라리 그 지역 전설을 깨는 방향으로, 그리고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고민하며 다루면 어땠을까..어차피 영화의 주제는 결론을 짓기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그렇다면 다른 시도를 했었어야죠.

지금의 상태는..안일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그냥 퍼즐 껴맞추듯 의미만 수습하고, 인물들의 삶은 대충 얼머무리며 마무리가 되요.  


정말 엉망진창 영화인데..그래도 기억이 남고, 그래서 아쉽고 그렇네요.

원작 만화는 분명 더 좋을 것 같은데..볼수 있는 방법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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