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작년 영화지만 개봉은 작년에 했죠. 런닝타임은 108분. 장르는 환타지 액션 스릴러...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 없게 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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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요 폰트는 한국 영화 제목에서 좀 금지시켰으면 합니다. 그냥 제 취향이 그래요. ㅋㅋ)



 - suv 한 대가 사고로 멈춰 있고 총상을 입은 남자가 차 옆에서 헤롱거리고 있습니다. 그 틈을 타 블랙박스를 훔쳐가는 노숙자와 뭐라뭐라 대화를 한 후 경찰서. 사람이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데 참으로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던 담당 경찰이 '그거 총상 맞으면 조사 좀 받으셔야 할 거에요~ 기다리셈~' 하고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남자는 경찰서를 빠져 나가는데. 음.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뭐 암튼 이런 영화 주인공들이 늘 그렇듯 자기 옷 주머니 속의 물건들을 힌트로 이리저리 헤매는데... 갑자기 세상이 헤롱헤롱해지더니 슥! 하고 다른 장소에 다른 몸으로 앉아 있는 주인공. 이게 대체 뭐꼬!! 하고 헤매고 있노라니 예정된 수순으로 정체 불명의 남자들과 여자 몇 명이 이 사람을 공격하구요. 당연히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반응을 해서 슥슥 위기를 피해나가구요. 뭐... 그러면서 이 상황의 진상을 찾아 떠나는 개고생 이야깁니다. 아, 주인공이 12시간마다 한 번씩 본인 의지와 전혀 별개로 몸을 갈아타게 된다는 걸 얘기 안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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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하이킥에서 농담입니다~ 라면서 사람 약올릴 때가 가장 괜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연기를 못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좀 부족하달까...)



 - 그러니까 참 말도 안 되는 설정입니다만. 말도 안 되는 대신 그만큼 재밌게 써먹을 구석이 많은 설정이기도 하죠. 뭔가 예전엔 이런 류의 영화를 볼 때 핵심 설정이 그럴싸하게 설명이 안 되면 짜게 식는 습관이 있었는데. 요즘엔 좀 변했습니다. 굳이 설명 잘 해내지 못해도 좋으니 재밌게 잘 써먹어서 보는 동안 즐겁게만 해줘... 뭐 이런 식이에요. ㅋㅋ


 일단 일정 시간을 두고 강제로 전환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들어갈지 자기가 모른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생각해봐도 얼마든지 스릴 있고 아이러니한 상황, 살 떨리는 상황부터 웃기는 상황까지 잔뜩 만들어낼 수 있을 거잖아요. 거기에다가 자기 자신의 정체를 찾는 탐정 놀이까지 곁들였으니 어지간하면 재미 없기도 힘든 설정이고 그래서 재미란 게 있습니다. 네, 재밌어요. 다만 그만큼 아쉬운 것들도 잔뜩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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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계상이 계속 윤계상이 아닌 내용의 영화지만 이런 식으로 윤계상은 계속 나옵니다.)



 - 일단 가장 아쉬웠던 건 이 '유체 이탈' 컨셉이 기대만큼 잘 활용되진 않았다는 겁니다.


 분명히 이걸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긴 하는데, 좀 문제가 있어요. 가장 큰 아쉬움은 주인공이 몸을 갈아타는 대상들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겁니다. 정체불명의 어떤 프로페셔널 폭력 집단이 적으로 등장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이 집단의 멤버들 몸만 사용해요. 그러니까 대체로 다 비슷하게 거칠고 불쾌한 인상의 아저씨들(...)로만 계속해서 갈아탄다는 겁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아저씨들'이 아니라, '다 비슷하다'는 거구요. 노인 몸도 들어가고 어린애 몸도 들어가고 여자에게도 들어가고 하면서 좀 다양한 대상들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그때 그때 그 신체 조건에 맞는 상황들을 만들어내면 재밌었을 텐데, 그냥 쭉 다 싸움 잘 하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입니다. 이러니 설정의 재미가 많이 죽죠.


 특히나 초반에, 주인공이 뭣 때문에 이런 꼴인지 아예 감도 안 잡힌 시기의 갈아타기는 더해요. 관객에게 정보를 던져주며 스토리 진도 빼기에 급급한데, 그러다 보니 '지금 어떤 사람의 몸인가'가 훨씬 덜 중요해지고 차별성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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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하는 걸 거의 본 적 없었던 임지연씨.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캐릭터가 워낙 밋밋해서 뭐라 평하기도 애매하네요. 그냥 예뻤습니다.)



 -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전개를 했어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긴 합니다. 이 영화는 의외로 액션의 비중이 되게 커요. 얼마나 크냐면, 몸 갈아타기 놀이의 비중보단 확실히 큽니다. ㅋㅋ 이게 그냥 단점은 아닙니다. 왜냐면 액션의 퀄리티가 나름 꽤 괜찮거든요. 제이슨 본식 주변 사물 이용 빠른 근접 격투로 나가다가 중반을 넘어가면 '건카타'라 불리는 그 권총 들고 근접 격투 장르로 넘어가는데 어느 쪽이든 퀄이 꽤 준수합니다. 볼만해요. 덧붙여서 두어번 정도 나오는 자동차 추격전들도 꽤 잘 찍었습니다. 그냥 의무적으로 자동차가 부앙부앙하면서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다 나중엔 크게 폭발하고 멈춰선다. 이렇게 이어 붙이는 수준을 넘어서 나름 박진감 있게, 또 아이디어도 있게 재밌게 잘 찍어 놨어요.


 하지만 애초에 설정으로 먹어주는 '컨셉 영화' 아닙니까. 영화 제목이 '유체이탈자'인데 정작 유체이탈은 좀 평범하게 다루면서 다른 게 더 비중이 커지면 어색하죠. 특히 막판에 가면 대략 30분 가까이를 남겨 놓고 유체 이탈 없이 액션만 와장창 이어지는데 아무리 액션이 보기 좋다 해도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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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인생의 현자였던 우리 노숙자님. 핫도그를 바라보는 윤계상의 표정이 코믹해서 좋습니다.)



 - 다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인공의 기억 상실 설정을 빼 버리면 어땠을까. 차라리 그냥 초반에 진상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적들의 정체를 아는 상태에서 그들의 몸으로 갈아타고 갈아타고 하면서 뭔가 첩보물스럽게 전개를 하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쓰는 게 더 이야기가 복잡해져서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구요. 또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애초에 기억상실이란 설정이 '유체이탈' 컨셉의 빈곤함을 덮으려는 트릭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그랬네요.



 - 암튼 제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기대보다 덜 활용되긴 했지만 이 '몸을 옮겨다닌다'는 컨셉 자체의 매력이 있다 보니 나쁘지 않았구요.

 또 말씀드렸듯이 양질의 액션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볼 거리도 준수한 편이구요.

 이야기와 캐릭터 자체는 좀 빈약한 편이지만 박용우의 빌런 연기는 꽤 보는 재미가 있고, 임지연은 그냥 매력 있는 편이었고, 또 어쨌거나 멈춤 없이 계속해서 달리는 전개 때문에 보는 동안 시간은 편안하게 잘 흘러갑니다.

 큰 기대 없이 무료 내지는 저렴한 값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론 괜찮은 장르물이었어요. 특히 한국산 장르물이었기 때문에 가산점 살짝 줘서 '괜찮았다'고 마무리하렵니다. ㅋㅋ




 + 막판에 주인공의 규칙적인 유체 이탈에 대한 설명이 제시됩니다. 물론 말도 안 됩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전 이미 이런 부분에 있어선 많이 관대해져서... ㅋㅋ



 ++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의 의식이 거기 머물면서 억눌리는 것인지 아님 둘의 영혼이 '교체'되는 것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근데 이게 '교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영 이상해지는 거라...



 +++ 막판에 아주 크고 튼튼한 차가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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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을 해보니 허머 H2? 라는 모델인가 보네요. 전 차에 관심은 없지만 걍 액션 영화에서 보니 폼나더라구요. 

 그냥 아주 비싸고 연비도 안 좋겠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ㅋㅋ



 ++++ 뻘소리지만. 얜 확진됐다는 놈이 뭐하는겨? 라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ㅋㅋ 게시판 글 리젠이 잘 안 되다 보니 게시판 도배가 될까봐 쟁여 놓은 뻘글들이 여럿 있어서요. 아마 증상 올라와서 헤롱거리는 와중에도 새 글은 올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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