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본래 영화 감상을 쓸 때는 노스포를 지향합니다만 이번 글은 스포일러가 좀 있습니다.


1. 몰리스 게임

'현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 편인데 아무튼 독특하고 영화화하기 좋은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주인공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뻔할 것 같은 영화였는데, 의외로 초반부와 중반부에서 막 달려나가는 이야기가 신나고 좋았습니다. 망가지는 자신을 알면서도 예정된 파국으로 달려가는, 결국 재판정에 서는 장면 직전까지, 어떤 결말이 나올지 예측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한 인물 때문에 영화 전체가 참 거지같아져버리는 마법(?)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무슨 생각인지. 그 부분 때문에 좋았던 기억이 모두 망가진 기분이에요. 아쉽고 또 억울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습니다.


2. 휘트니

예전에 '에이미'를 봤을 때보다 더 울적해져서 나왔습니다. 휘트니 휴스턴을 상품화해서 패밀리 비지니스로 여긴 것, 온 가족이 사실상 그에게 빨대를 꽂아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건 뭐 그러려니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였어요. 진짜 문제는 가족이라고 쓰고 가좆이라고 읽어야 될 작자들. 특히 아버지, 오빠, 남편이라는 작자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처절하고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도중에 잠깐 언급되는 마이클 잭슨과의 한 때는 정말 가슴 절절한 기분으로 봤어요. 휘트니 휴스턴의 명반들을 한동안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3. 타샤 튜더

저명한 동화작가, 전원생활. 이 두 가지 키워드만 알고 갔었는데 100분의 러닝타임은 순전히 정원가꾸는 할머니의 인터뷰와 그 인생이 행복했다로만 채워져 있는 느낌이라서 기가 막혔습니다. 한 예술가의 전기영화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었고,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영화로도 읽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이 영화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건 '은수저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사교계를 버리고 20세기를 19세기처럼 열심히 살아가며 행복함을 외치는 여성'뿐.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의 삶을 소재로 이런 영화가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지루하고 반복적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작자, 감독을 비롯한 스텝 전부가 일본인. 즉 일본 영화였더군요. 처음에 카도카와의 로고가 떴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문열의 '선택'을 빼닮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아. 지루하고 비루한, 나쁘게 일본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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