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명절 당일)

2018.09.24 14:27

안유미 조회 수:978


 1.심심...심심하네요. 일기나 또 쓰고 싶었는데 웬만하면 연속으로 글을 두개 쓰기 싫어서 새 글이 안올라오나 어제부터 기다렸어요. 한데 추석이라 그런지 안올라오네요.



 2.친구와 양꼬치집을 갔어요. 무한리필 양꼬치라서 불안했는데 의외로 퀄리티가 좋아서 놀랐더랬죠. 친구에게 '요즘은 나를 사람들이 그리 재미없어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자 친구가 대답했어요. '자넨 예전엔 다양한 얘기를 했거든. 한데 요즘은 돈 얘기뿐이니까.'라고요. 그래서 대답했어요.


 '문제는, 사람들은 '의태된'이야기를 한단 말이야. 사람들이 내게 어떤 것에 대해 말할 때...그들은 '원래는 돈 문제인데 다른 문제인 척 의태를 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고. 그렇게 '의태된 이야기'를 하는 건 완전 이상하잖아. 그래서 이쪽에서 먼저 돈 얘기를 하고 마는 걸세.' 


 그래요. 요즘 주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면 결국 본질은 다른 얘기이면서, 괜히 쓸데없이 다른 이야기로 의태시킨 이야기란 말이예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결국 소유욕에 관한 이야기...에고에 관한 이야기...돈에 관한 이야기 3가지 중 하나란 말이죠.



 3.나는 그런 의태된 이야기는 싫거든요. 헌신적인 사랑인 척 의태하지만 사실은 소유욕에 관한 이야기...혁명을 바라는 체 하지만 사실은 본인의 에고만이 중요한 녀석...꿈에 관한 이야기인 척 의태하지만 사실은 돈에 관한 이야기...이런 것들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단 말이죠. 그러자 친구는 대답했어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거거든. 의태 말이야. 그들이 의태하도록 내버려 둬야 해.'


 잘 모르겠어요. 본질이 아닌, 본질 위에 덧씌워진 텍스처를 상대하는 건 승리에서 멀어지는 거잖아요. 승리에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4.휴.



 5.친구가 투덜거렸어요. 


 '새 소설을 쓰고 있는데 이제 간신히 110페이지 가량 썼다네. 정말이지 이놈의 게으름이 문제야.'


 그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대답해 줬어요. '이봐, 게으름이야말로 미덕 중의 미덕 아닌가. 문젯거리가 아니라.'라고요. 그러자 그가 재차 대답했어요.


 '업적을 이룬 뒤라면 게으름도 미덕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아직 업적을 이루지 못했단 말이야.'


 그래서 대답했어요. '이봐. 넌 이미 업적을 세웠어. 금수저라는 업적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결국 그게 최고의 업적으로 남는 법이거든.'이라고요. 하하, 그야 이건 농담이예요. 친구는 '대부분의 사람들'중 하나로 끝나고 싶지는 않겠죠. 나도 그가 그렇게 끝나지는 않기를 바라고요.



 6.그래요...하지만 그래도 게으름이 미덕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삶에 대해 어떤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거든요.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인생은 원해서 얻은 게 아니라는 걸 잊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삶이란 건 너무 진지하게 대해줘선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능한 한 비웃어줘야 하죠.


 하지만 뭐...역시 게으르게 사는 건 어정쩡한 비웃음인 거예요. 제대로 비웃어 주려면 들고 있는 삶을 그냥 바닥에 떨어뜨려서 산산조각내 주는 게 옳은 거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이 상처입으니...이 인생은 이도저도 할 수가 없죠. 그냥 떨어뜨려서 산산조각나지는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는 수밖에요.


 

 7.오늘은 뭘 하죠? 연남동이나 가볼까 하는 중이예요. 설날이나 추석 당일에 이런 저런 사람 없는 곳을 걸어다니는 게 취미예요. 취미라기엔 일년에 두번밖에 못 하는 거지만요. 연남동에 사람이 많으면 fail인데...어쩔지 모르겠어요. 명절 당일에 연남동은 아직 가본 적 없거든요. 


 평소에는 붐비다가 명절 당일엔 28일후의 좀비 도시처럼 사람이 싹 사라진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해서요. 어쨌든 나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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