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여행, 태국)

2018.09.27 05:03

안유미 조회 수:1130


 1.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동남아에 놀러 갔다오곤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동남아에 간다고 하면 여행을 갔다온다는 것보다는 '놀러' 갔다온다는 워딩을 쓰는 걸 보며 '동남아는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냥 놀러가는 곳인가보다.'라고 주억거렸어요.


 그야 나는 외국에 안 가죠. 어렸을 때는 그럴 돈이 없었고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늘 쓰듯이 나는 여기서 왕자거든요. 여길 떠나서 딴 곳에 가봤자 그냥 일개 관광객이 되는 건데, 내가 일개 관광객이 될 뿐인 곳에 뭐하러 힘들여 가겠어요?



 2.하지만 가끔씩 남녀 가리지 않고 태국이나 마카오가 참 좋더라...하는 사람들 얘기를 얘기를 들으면 궁금하기도 해요. 동남아란 곳이 그렇게 좋은 걸까...? 싶어서요. 노는 걸 좋아하는 남녀는 당연하고, 심지어는 듀게에서 만난 사람들도 태국이 괜찮은 곳이라며 추천하기도 하거든요.


 한번은 듀게에서 만난 한 남자가 뜬금없이 물었어요. 영어로 회화가 좀 되냐고요. 잠깐 고민하다가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하다고 대답하자 태국을 추천했어요. 여은성님이 다니는 캬바쿠라는 돈도 많이 들고 거기서 일하는 여자들도 너무 속물같지 않은가...태국에 가면 훨씬 적은 돈으로 '훨씬 젊고 착한' 여자들과 놀 수 있다고요. 영어만 좀 된다면요. 뭐 관점에 따라서는 맞는 말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메신저니까요.



 3.한번은 어떤 술집에서 좀 바가지를 쓴 적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빈디체를 만나서 사장과의 카톡을 보여주며 바가지를 뒤집어 썼다고 투덜거렸죠. 그러자 빈디체가 말했어요. '그 돈이면 마카오-태국 같은 데 가서 3박 4일은 재밌게 지내다 올 수 있을 텐데. 나도 같이 가도 괜찮고 말이지.'라고요. 


 그래서 좀 놀랐어요. 세시간동안 쓸 돈으로 외국에 가서, 그것도 무려 '재미있게' 지내다 올 수 있다니 말이죠. 그야 그때까지 내게 '그러고 다닐 거면 나같으면 그 돈으로 태국이나 놀러가겠다.'라고 말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어요. 하지만 빈디체가 말하니 어째 귀기울여 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죠.


 사실 내가 두려운 건 위생이었어요. 동남아는 뭔가 지저분하지 않을까...음식도 식기도 숙소도 온통 지저분한 곳이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빈디체가 동남아 쪽에 대해 썰을 풀자 동남아에 대한 인식이 괜찮아졌어요. 아니 오히려 서울보다 확실히 나은 점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예를 들면 호텔 말이죠. 빈디체가 그곳의 호텔에 대해 썰을 풀어 줬어요.


 '서울에 있는 호텔은 100만원짜리 방에 가도 쬐끄맣잖아. 동남아에선 20만원만 줘도 아주 큼직한 룸을 잡을 수 있다고. 게다가 걔네들은 청소도 아주 깔끔하게 하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일기에 쓴 곱슬도 그런 말을 했었어요. 곱슬은 아내와 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인데, 외국 호텔과 한국 호텔은 비교도 안 된다고 가르쳐줬었어요. 이유인즉슨 한국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랬어요. 한국에는 아무리 서울 한복판에 5성급 호텔을 지어봤자...아니, 오히려 서울 한복판이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큼직하게 룸을 빼는 것처럼 널찍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동남아에서 좀 괜찮은 수준의 룸이 한국에서는 수백만원은 하지 않냐는 곱슬의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어쨌든 빈디체의 동남아 설명을 듣고 구미가 당겨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가지가 궁금해졌어요. 위에 말한 '그 돈이면 동남아에 가서 3박 4일은 논다 온다'의 말에서 그게 비행기값을 합친 건지 뺀 건지 말이죠. 물어보자 빈디체는 '당연히 비행기 값 포함이지.'라고 대답했어요. 그 말을 듣자 '비행기 값까지 포함이라고? 젠장, 지금까지 내가 대체 뭘 하고 다닌거였지.'라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어요. 



 4.휴.



 5.물론 나는 동남아에 가지 않았어요. 내가 무려 동남아에 갔다 오는 모험을 했다면 그 일을 한 12챕터로 나눠서 듀게에 아주 상세히 적었겠죠. 어쨌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올해 초엔 화류계 사람들도 좀 질려서 모임 앱으로 지역 모임에 나가곤 하게 됐어요. 


 그런 모임의 어떤 술자리에서 한 아저씨가 동남아에 대해 이런저런 썰을 풀기 시작했어요. 왜 하필이면 이쪽을 보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동남아나 인도에 가면 1년에 200만원만 줘도 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가정부를 시키든 섹파를 하든 1년 200만원이면 다 마음대로야.'뭐 이런 소리였어요. 그런 소릴 듣자 얼마간 적립되어 있었던 외국에 대한 호감이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그리고 너무 짜증나서 한마디 대답을 해줬어요.


 '남자가 왕 놀이를 하고 싶다면 태어난 곳에서 해야죠.'


 하긴 뭐, 위에 썼듯이 메시지란 건 그래요. 내용보다는 그걸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믿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6.그래요...별로 마음에 안 드는 놈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면 그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고작 이런 놈들이 놀러가는 곳이라면, 그런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이런 놈들과 비슷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나빠.'인 거죠. 뭐 어쩔 수 없죠.



 7.태국이나 마카오...언젠가는 그런 곳에 가게 될 날도 있을까요? 아마 없겠죠. 왜냐면, 그런 곳에 가려면 그런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이 사람과 같이 여행다닌다면 평범한 관광객으로 되어도 괜찮다...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말이죠.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따윈 없죠.


 그러고보니 어제는 친구와 만나서 양꼬치 무한리필집을 갔어요. 친구는 곧 아이슬란드에 간다고 말했는데 솔직이 왜 그런 곳에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본인이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사촌 동생이 같이 갈 상대가 없다며 동행하자고 해서 따라가주는 거라고 하니 더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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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지난번에 쓰다가 남겨놓은 일기예요. 그래서 요전 글에 쓴 양꼬치 무한리필집에 갔다...라는 언급이 한번 더 되어 있네요. 이 일기를 처음으로 쓰던 시점에서 어제인 건데,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타임라인을 맞출 수 있도록 그냥 남겨놔요. 


 빌어먹을 연휴가 끝났네요.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겠죠. 이틀 지나면 또다시 주말이란 사실이 짜증나는데...어쩔 수 없죠. 한가지 더 짜증나는 게 있는데 냉라멘 시즌이 끝났건지 라멘집에서 더이상 냉라멘을 팔지 않아요. 냉라멘을 먹으려면 내년 7월까지 또 기다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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