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 맞겠죠? ㅋㅋ 런닝타임은 세 시간에서 딱 1분 빠지는 179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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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럽게 나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연극 연출가 겸 배우 남자와 극작가 아내의 매우 문학적이고 하루키스런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아내는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이야기'를 던지고, 남편은 그걸 받아서 구체화하고. 뭐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잠시 후에 보니 아이코, 아내가 젊은 남자랑 섹스하고 있는 걸 남편이 봐 버리네요. 그래서 뭔가 치정극으로 가려나? 싶은 순간에 아내는 갑자기 쓰러져 죽습니다. 혼자 남은 남자는 이러쿵 저러쿵 심적 갈등을 겪고 무대에서 연기하다 얼음이 되어버리고 하다가... 세월이 흘러요.


 남자는 지역에서 하는 연극제의 한 작품 연출을 맡아 배우들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요 연극제에서 몇 년 전에 있었던 사고 때문에 반드시 운전사를 고용해서 그 사람에게 운전을 시켜야 한다네요. 그래서 뭔가 어둡고 시크한, 하지만 운전 실력은 두부집 아들 못지 않은 젊은 여성에게 운전을 맡기게 되구요. 그리고 오디션 참가자들 서류를 훑어보다 보니... 이런. 마지막으로 본 아내랑 섹스하던 남정네가 겁도 없이 서류를 넣었군요. 이걸 우짤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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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차분합니다. 왜냐면 차분한 일본 영화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 전 사실 하루키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어요. 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 보라면 '빵가게 습격'과 '빵가게 재습격' 정도. 이 작품의 원작이라는 단편도 당연히 안 읽었구요. 그래서 그냥 원작이 없는 영화인 셈치고 영화 얘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제가 언제는 안 그랬겠습니까만. 이 비슷한 얘길 바로 며칠 전에 다른 영화 글에서도 했었죠. ㅋㅋ



 - 보는 내내 저엉말로 일본 영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정을 속으로 삭히며 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평온한 표정으로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삼가 말하는 인물들. 단아하고 정갈하게 잡아내는 화면들 속에서 단아하고 정갈하게 빛나는 풍광들. (심지어 쓰레기 소각장조차 매끈 깔끔하고 예쁩니다. ㅋㅋㅋ) 여기에다가 사전 정보 없이 봐도 '분명히 원작이 소설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게 분명한 문학적인 대사들이나 문학적인 상황, 관계들이 결합되어 참으로 일본적인 문예 영화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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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과 대만인 배우의 투샷인데도 뭔가 일본 영화스럽게 예쁩니다.)



 - 또한 비평가들에게서 쏟아진 그 수많은 찬사들이 납득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야기가 상당히 '저는 아트하우스 필름입니다'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극중에서 아주 큰 비중으로 사용되는 체호프의 희곡이 그렇죠. 유명한 예술 작품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하는 거라든가, 그게 또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성장과 맞물려 돌아가구요. 또 애초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죄다 예술가이지 않습니까. ㅋㅋ 뭔가 옛날 유럽 영화들에서 많이 보던 패턴의 일본 버전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 물론 영화 자체가 잘 만든 영화라는 데엔 이견이 없구요. 그냥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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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극! 그것도 대가의 작품!!)



 - 영화가 참 길죠. 다 보고 나면 '이게 과연 세 시간짜리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근데 왜 세 시간이냐면, 이 영화엔 '요점만 간단히'가 없어요. 오디션을 마친 후 배우들을 데리고 대본 리딩하고, 실제로 연기를 시키며 연습을 하고 이런 장면들을 보면 정말 장면 하나하나를 길게 잡아서 느긋하게 보여줍니다. 중간에 주인공이 한국인들의 집에 초대 받아 가서 식사하는 장면을 봐도 그렇죠. '아 이게 중요한 대화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으로 긴 집주인 부부의 사연을 구구절절 듣게 됩니다. 역시나 연출이나 연기는 한 없이 느긋하고 차분하구요. 이런 식으로 '생각보다 긴 장면'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179분인데. 이 또한 참으로 예술 영화스럽다... 이런 느낌을 주지요.


 근데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보는 동안엔 종종 '아니 감독님하 적당히 좀'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다 보고 나면 나름 납득이 돼요. 앞서 말한 그 대본 리딩이나 연기 연습 장면도, 한국인 부부의 연애 사연도 결국엔 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연결이 되고 그래서 이야기의 개연성과 연결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장면들이 그런 식으로 참으로 길게,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까지 다 담겨서 전달이 되니 뭔가 더 진짜 같고, 더 설득력이 생기는 것 같단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양반이니 다섯시간 짜리 영화도 만들고 그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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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차를 타고 이리로 저리로 다니는 모습들도 하나 같이 보통 영화(?)들보단 차분한 톤으로 길게 잡아서 보여주고요.)



 - 결과적으로는 소통과 이해를 통한 성장. 슬픔과 절망의 극복. 이런 걸 이야기하는 희망찬 분위기의 영화였지 않나... 라고 느꼈는데. 앞서 말한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부터 극중에서 활용되는 희곡, 격하게 디테일하고 차분하며 길게 이어지는 이런저런 장면들 모두가 아주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이야기의 끝을 향해 집중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느슨한 듯 하면서 타이트하다고 해야 하나. 디테일이 엄청 많고 그래서 분량도 방대한데 또 따지고 보면 딱히 버릴 게 없도록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기분이었네요. 평단의 극찬도 이해가 가고 좋게 보고 칭찬하는 분들 생각도 이해가 되고 그랬습니다. 제 직장에 영화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 한 분 있는데, 그 분이 진작부터 되게 여러번 극찬을 하며 꼭 보라고 부추기고 그랬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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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 등장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지배해버린 여자. 오토상!)



 - 다만.

 매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ㅋㅋㅋ 아니 뭐 저라고 해서 꼭 막판에 주인공이 아내의 상간남을 무대에서 난도질해서 죽여야 했다든가 그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뭔가 그 넘나 일본적으로 말끔하고 정갈하게, 아닌 척하면서 은근 힙하게 정돈된 (하루키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좀 들더군요) 정서 같은 게 전 좀 별로라서요. 문학 느낌 퐁퐁 피어나는 상황과 대사들로 길게 이어지는 장면들도 그렇구요. 예를 들어 그 상간남과 주인공이 차 안에서 '칠성장어 소녀'를 길게 이어가는 장면 같은 건 제겐 넘나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던(...) 

 그래서 '해피아워'는 그냥 안 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시간이라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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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미친 놈아 넌 뭔데 이렇게 뻔뻔해!!! 라며 주인공이 주먹질을 하지 않아서 실망한 건 절대 아닙니다!!)



 - 결론적으로 뭐, 세 시간이나 되는 영화지만 재밌게 봤고. 구석구석 깔 곳 없이 참 잘 만든 영화구나! 하고 감탄하며 봤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감독님 다른 영화들은 굳이 안 찾아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보람찬(?) 깨달음을 얻은 세 시간이었습니다.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아무리 우주 명작이어도 본인 취향 아니면 어쩔 수 없잖아요. 하하. 이해해주십시오!!! <-




 +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에서 드디어(?) 코로나 언급이 살짝 튀어나오는 게 재밌었습니다. 요즘 2019, 2020년 근방을 배경으로한 작품들을 연달아 보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 반영이 나온 작품은 이거 하나 뿐이었어서요. 근데 그렇다면 영화 속 배경 연도는 어떻게 되는 건지?



 ++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저 빠알간 차가 SAAB 였던가요? 암튼 수입 차라서 운전석이 왼쪽에 있었죠. 처음에 주인공이 여자에게 차를 맡기기 싫다고 우기는 것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싶고 그랬습니다. 저언혀 안 중요한 부분입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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