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거의 실시간으로 달렸습니다. 거의요. 집 티비로는 지상파만 볼 수 있어서요.
이런 방식으로 보면 본의 아니게 내용을 먼저 알게 되는 일이 많죠. 저는 스포일러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인데다가 정말 오랜 만에 기다렸다 보는 프로가 생긴 거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해서 일부러 미리 알고 봤지만요.
몰아보는 데에 익숙해지니까 시간 감각이 예전이랑 달라요.

원작은 꽤 어릴 때 읽어서 내용은 90년대 영화로만 기억합니다. 넷플릭스만 보고 빨간머리 앤이 커스버트가에 입양된 걸로 아는 사람처럼 아마 저도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을 거예요.
소설 내용이라고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갭니다.
하나는 셋째를 유리로 된 관에 안치하는 에피소드. 이게 장난이었는지 셋째의 소원이었는지 실제 일어난 일인지도 가물거리는데 아무튼 셋째가 일찍 떠나긴 했었죠.
그리고 친척 할머니. 둘째에게 꽤 차갑게 굴고 긴하게 부려먹었지만 유산으로 보잘것없는 뭔가를 남겼던 것 같아요. 반지였었나 문진이었었나 잉크병이었나 아무튼 유산이라기엔 별 가치가 없는 거였는데 이게 드라마에서는 많은 빚으로 나온 거라면 작가님께 박수를.
그런데 고모할머니는 초반 존재감에 비해서 거의 그냥 사라지시네요? 물론 아파트의 존재감은 대단한 거지만요. 저는 한정승인이라는 방식으로 세금문제와 다른 친척들의 소송을 피하기 위한 할머니의 큰그림을 상상했건만 그건 아니었네요. 할머니는 아파트 제공자 겸 금수저 청년 옆집 제공자 역할이었나 봅니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결말이 다같이 이런 식이긴 했어요.

금수저 옆집 청년 말이 나온 김에, 여기 나온 남자들은 왜 이렇게 순정파예요. 실시간 시청보다 더 오랜만에 남의 연애사에 설렜습니다. ㅋㅋㅋ 늙어서 안 설렌 게 아니라 그동안 제 맘에 드는 연애 얘기가 없었던 거였어요.

첫째 인주 캐릭터가 참 재밌어요.
가난한 집안 장녀인데 전형적인 듯 안 전형적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속물근성과 고결함과 연애감정과 허당기가 있죠. 너무 당연한데 저는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가난을 그렇게 다루는 걸 처음 봤어요.
그런데, 저는 이 캐릭터가 싫어요. 잘 만든 것 같은 것과는 별개 문제로 싫습니다. ㅋㅋㅋ

그에 비해서 둘째는 좀 전형적이에요. 경험상 형제가 셋 이상이면 가운데 아이들이 야무지긴 하던데 이것도 선입견이겠죠.
이 캐릭터는 워낙 야무져서 보탤 말이 없습니다. 야무진 것에 대한 가치 판단 얘기나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많이 보던 스타일이어서요. 


셋째는 실체가 잘 안 잡혀요. 효린 캐릭터하고 같이 있으면 그냥 판타지 보는 기분입니다. 결말마저 판타지.

드라마 외적인 얘긴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여자형제면 일단 대환영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언니로요.
쓰다 보니 좀 이상합니다. 저는 가족 타령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친구 같은 모녀간 이런 것도 질색해요. 그런 관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팔이 안으로 굽는 거야 당연한데 굳이 찬양까지...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유독 자매애에는 거부감이 안 든단 말이죠.

할머니가 붕 떠버린 것 말고는 큰 불만 없이 오랜만에 끝까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베트남전 미화 이야기가 나오던데 흘려서 들었는지 이 이슈는 좀 찾아봐야겠어요.


+ 고 실장 너무 웃깁니다. ㅋㅋㅋㅋ 이 양반은 최도일 전부인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야비하고 잔인한 도시 여자, 근데 이제 퇴근 후엔 연애 리얼리티 과몰입을 곁들인...뭐 이런 걸까요.

고 실장을 빠뜨리다니. 이건 예의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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