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8분. 장르는 호러... 인 척하는 코미디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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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드론. 저기 앉아서 실제로 흔들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 드론을 이용해서 맘에 드는 여성을 미행한 후 납치, 살해하는 범죄자가 화제입니다... 만 시작하자마자 경찰에게 쫓기다가 죽어요. 다만 죽기 직전에 알 수 없는 이진법 숫자들을 중얼거리다가 벼락(!!!)에 맞고, 당연히 죽어가는 그의 곁에는 본인이 애용하던 드론이 놓여져 있겠죠. 그리고 그를 쫓던 경찰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 우리 아들이 이런 거 사달라고 난리였는데'라며 그 드론을 집어 들고 집에 가다가 자기 혼자 부웅부웅 날아오른 드론 때문에 사망. 

 장면이 바뀌면 젊은 신혼 부부가 으리으리한 새 집에 이사해 들어오는데, 전자 기기 덕후인 남편놈이 집 앞 쓰레기통 위에 곱게 앉아 있는 그 드론을 보고 득템했다며 주워들고 오겠죠. 그리고 그 드론은 남몰래 붕붕 날아다니며 음침한 짓들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붕붕. 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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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요오옷!!! 마법의 벼락이 작렬합니다!!!!!)



 - 원제는 심플하게 그냥 'The Done'이에요. 이번에도 번역제가 좀 오버를 한 셈인데, 놀랍게도 이번엔 번역제가 오히려 원제에 판정승을 거둔 경우라고 해야겠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노골적인 '사탄의 인형' 베끼기 영화라서요. 어린이들의 벗 최신 장난감 인형이었던 게 이제 시대의 핫 아이템 드론으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변화한 시대상과 인형 -> 드론으로의 소재 변화로 인한 새로운 범행 수법(?)들을 만들어 넣었을 뿐 이야기의 골자는 거의 비슷하고 특히 도입부는 그냥 대놓고 갖다 썼죠. 그랬는데,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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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탄의 인형'과 달리 이 영화의 빌런은 젊은 여성에 집착하는 변태 범죄 드론이다 보니 주인공 팀에 어린이는 없습니다.)



 - 0.1초만 생각해봐도 딱 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뭐 그런 바보 같은 발상이 다 있어!!!" ㅋㅋㅋㅋ

 하지만 이건 2019년 영화구요.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당연히 그런 걸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세상에 누가 '귀신 들린 살인 드론' 같은 걸 무서워할 것이며, 또 당최 이야기를 어떻게 짜야 남몰래 숨어다니며 사람 죽이는 드론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의 답은 심플하게 '안됨' 이잖아요. 그래서 영화는 진지한 척하는 코미디로 갑니다. 살인 드론도 진지하고 도망다니는 주인공들도 진지하지만 보는 사람은 웃기는 영화로 만들어놨어요. 못 만들어 웃긴 호러가 아니라 그냥 근본부터 코미디를 의도한 영화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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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색창연한 드론 시점 구현만 봐도 뭐... 게다가 악령의 드론에게 굳이 이런 인터페이스가 필요할 이유는 뭔가요. ㅋㅋㅋ)



 - 그래서 일단 도입부부터 중반까지는 80년대 허접하고 과장된 B급 호러 무비들의 톤을 흉내내는 쪽으로 갑니다. 뻣뻣하고 멍청한 대사들, 살짝 과장된 연기, 유치찬란한 특수효과에다가 음악까지 80년대 유행했던 그 시절 전자음으로 깔고요. 도입부에서 중요한 범죄 증거물을 서슴지 않고 낼름 집어가서 아들 갖다 주려다 끔살 당하는 그 경찰 아저씨처럼 등장 인물들도 대부분 나사가 조금씩 풀려 있지요. 여기까진 그냥 당연한 수순 정도입니다만.


 거기서 살짝 더 나아가는 게 영화 속 드론의 묘사입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이 말도 안 돼요. 일단 그렇게 맘대로, 고속으로 붕붕 날아다니는데 무음이란 말입니다. 조용한 집안에서 뒤에서 다가와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채요. ㅋㅋㅋ 힘은 엄청나게 세서 사람 정도는 가볍게 끌고 다닐 정도이고 날개는 누가 개조를 한 것도 아닌데 칼날 수준으로 예리하며 당연히 충전 따위 필요 없죠. 거기에 덧붙여서 아주 그냥 척척박사 만능 해커입니다. 최신 드론들의 무선 전송 기능들을 핑계로 연결 가능한 모든 기기를 맘대로 조작하는데, 하필 또 주인공들 사는 집이 홈오토메이션이 아주 거하게 적용된 집이고 그런 식이죠.

 그러니까 그냥 작가 편할대로 맘껏 폭주해서 나온 말도 안 되는 괴물 캐릭터인데, 이게 앞서 말한 '80년대 B급 영화풍'과 결합이 되니 또 그 시절에 유행했던 영화들 생각이 나는 거죠. 왜 그 땐 그런 영화 많았잖아요. 최신의 유행 아이템 뭐 하나가 나와서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하는 류의 모험 영화들. 그래서 이 영화의 마법의 드론도 '이것도 그 시절 B급 영화들 스타일 패러디인가?'라는 식으로 나름 설득력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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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태 드론의 공포!!!)



 - ...그래서 여기까지 납득이 가능하다면 그냥 편하게 킬킬거리며 즐기면 되는 영화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대놓고 '웃어라!!!'라고 외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진지하지만 유치한 B급 호러'인 척을 해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예 막나가면서 사람을 웃게 만들려면 굉장히 센 개그가 빵빵 터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진지하게 바보 같도록(?) 만들어 놓으니 그냥 적당히 실없고 상당히 멍청하기만 해도 꽤 웃깁니다. 게다가 가끔씩 막나가는 유머가 두어개쯤 튀어나오는데 그건 별로 안 웃겨요. 작가들이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톤을 조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멍청하긴 한데 상당히 신경쓰고 공들여서 멍청하게 쓴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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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이 어떻게 사람과 육탄전을 벌이냐구요? 이렇게 합니다. ㅋㅋ)



 - 사실 이렇게 길게 설명하려들면 안 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엔 걍 시시껄렁하게 웃기는 코미디거든요. 크게 참신할 생각도 없고 쉬지 않고 폭소를 빵빵 터뜨릴 생각도 없고 걍 애초에 원한 게 이 상태였던 것 같고 그럼 된 거죠.

 그렇게 시시껄렁하게 웃기는 영화를 보고픈 분들, 특히 '사탄의 인형'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아무 기대 없이 틀어 놓고 다른 일도 하면서 가볍게 즐기실만 할 겁니다.

 당연히 뭔가 알멩이나 얻을 것(?) 같은 걸 바라고 영화를 보는 분들은 멀리 피하시길. ㅋㅋ

 어쨌든 전 기대보다 훨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렇게 당분간 '사탄의' 시리즈(?)는 접어두는 걸로. 



 + 앞서 적었듯이 2019년작입니다. 바로 아래 글 적었던 '사탄의 인형'과 같은 해에 나온 거죠.

 근데 소재가 많이 겹칩니다. 스마트홈을 지배해서 목표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거라든가. 영상과 메시지 등을 통해서 누굴 모함한다든가. 결정적으로 '사탄의 인형'에도 드론이 처키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로 나오죠. 우리가 돈이 딸리지 아이디어가 딸리냐!! 라는 느낌의 인디 호러였습니다. ㅋㅋㅋ



 ++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성함이 '알렉스 에소'라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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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껏 몰랐는데 이 분 또한 은근 인디계의 호러퀸 중 한 분이었더라구요. 출연작 중 태반이 호러. 거의 다 인디구요.

 메이저 작품들에도 크지 않은 역으로 얼굴을 종종 내밀고 계신데 뭐 예를 들면 '닥터 슬립'이라든가 '블라이 저택의 유령'이라든가, '어둠 속의 미사'에도 나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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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은 이 분도 아주 살짝 마이크 플래너건 패밀리였다는 거. ㅋㅋ 슬프게도 진골은 아니었는지 '어셔가의 몰락' 캐스트에는 안 보이네요.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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