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다시피 어제 나왔죠. 런닝타임은 99분. 프레데터 영화 결말이야 뭐 다 똑같겠습니다만, 디테일한 스포일러는 안 넣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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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간 6번을 시작했던 '그 사냥'이 또!!!)



 - 1710 몇 년의 미대륙입니다. 아직 원주민들이 잘 버티고 있는 가운데 서양 침략자들이 '개척'을 하겠다며 누비고 다니던 시기네요. 주인공은 생기발랄한 원주민 처녀 '나루'에요. 귀엽고 똑똑하며 믿음직한 댕댕이 한 마리를 끌고 다니며 '나도 사냥꾼이 될 거야! 약초 캐고 집안 일만 하지 않을 거라고!!'라는 포부를 떠들고 다니죠. 대략 마을 최강 사냥꾼인 듯한 오빠를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 전부가 '아이고 쟤 왜 저래~'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굴하지 않구요.

 그리고 당연히 그 마을 인근에 프레데터의 우주선이 방문합니다. 그래서 원래 하던대로 '이 동네 최강 생물이 누구여?'라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막 죽여서 머리를 수집하구요. 어쩌다 그걸 가장 먼저 눈치 채 버린 나루는 겁도 없이 "나의 첫 사냥 목표는 저거다!!!" 라며 댕댕이와 사냥 여행을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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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함께 떠나가자 신나는 여행~~)



 - 이 영화에 대한 팬들의 열광이 재밌어서 한 번 메타크리틱에 들어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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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ㅋㅋㅋㅋㅋㅋㅋ

 1편 점수가 좀 억울(?)하긴 하지만 뭐 메타크리틱이 원래 그렇죠. 점수가 리뷰어들 분위기랑 따로 놀 때도 많고 특히 이게 생기기 전에 나온 옛날 영화들은 더더욱... 뭐 그렇구요. 다음엔 요 '프레이' 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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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일리언vs프레데터 영화 두 편 점수를 합한 것보다 10점 이상 높습니다 ㅋㅋ)


 네. 팬들이 왜 이리 기뻐하는지 대충 이해가 됩니다. 1편 이후로 정말로 오랜만에 나온 '사람들에게 재밌게 봤다고 말해도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프레데터 영화'가 나온 거에요. 무려 35년만에!!! ㅋㅋㅋㅋ 그것도 바로 전편의 대폭망으로 다들 프랜차이즈 숨통이 끊어졌다고 통곡을 하던 중에, 그래서 신작이 나온다 해도 기대하는 사람도 별로 없던 중에 그야말로 갑툭튀로 이런 게 나온 거죠. 참 드라마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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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씐나는 여행... 2일차.)



 - 제가 이 시리즈 팬은 아니어서 딱 1편과 2편만 봤거든요. 그래서 딱 그 영화들과만 비교를 해보자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 중심 서사'입니다. 그러니까 1편과 2편의 주인공들에겐 딱히 그 양반들이 주인공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어요. '짱 센 투명외계인이 나타나 사람들 다 죽인다'라는 상황이 중요한 것이고 그 상황에서 프레데터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 그들일 뿐이죠. 그런데 이 '프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루'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이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할 목표로 프레데터가 등장할 뿐. 본인의 캐릭터와 배경, 욕심과 열망을 갖고 있는 분명한 주인공이자 그냥 이 사람의 이야기에요. 이게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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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3일차는 다르다! 3일차는!!!!!)



 - 그리고 그 이야기란 게 뭐냐면, 성차별과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본인의 꿈대로 마을의 전사로 자라나는 원주민 소녀의 성장담입니다. 이런 코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로 이 서사에 집중해서 만들어진 이야기에요. 부족 사람들, 사랑하는 엄마와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오빠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주인공의 '사냥꾼으로 인정받겠다'는 꿈에는 모두가 부정적이죠. 대놓고 무시하는 마을 사람들도 나오구요. 또 중반 이후에 나오는 서양인들은 서양식 하이테크(...) 아이템을 들고서 원주민들을 사람 취급 안 하구요. 그 와중에 주인공은 아직 자신의 큰 꿈에 비해 능력이든 멘탈이든 모자란 구석이 많은 성장형 주인공이거든요. 그래서 '프레데터 사냥'을 동기 삼아 이리저리 좌충우돌하고 뼈아픈 실패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결국엔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서 목표도 이루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게 되는. 뭐 그런 인간 승리 드라마입니다. ㅋㅋ 


 이야기는 되게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몰입해서 응원하며 흐뭇하게 보게 되는 건 잘 빚어진 캐릭터들 덕분이구요. 주인공, 오빠에 멍멍이까지 다들 참 정 주기 쉽게 잘 만들어진 좋은 캐릭터들이고 나름 디테일들도 좋아서 보다보면 별 불평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특히 주인공 나루 캐릭터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당당한 전사로서의 모습도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잘 뽑아 놓았고 캐스팅도 잘 해놨어요. 뭐 대단히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이입해서 즐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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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오빠 캐릭터도 충분히 간지 나고 좋았는데요.)



 - 그 와중에 원작 프레데터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충분합니다... 라고 전 생각했지만 사실 전 레알 팬은 아니어서. ㅋㅋㅋ

 이 영화에서 프레데터는 주인공 자리를 완벽하게 나루에게 넘겨주고 그냥 '걸림돌' 역할만 합니다만. 충분히 간지나고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는 걸림돌일 뿐더러 1편의 팬들이 열광했던 '자존감 높은 사냥꾼'으로서의 간지를 오랜만에 살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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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도 요즘 시대에 맞게 뭔가 덜 못생기고 덜 유지하게 잘 뽑은 느낌)


 사실 2편 이후의 영화들은 (안 봤지만 스토리는 다 찾아 읽었습니다 ㅋㅋ) 뭐랄까. 2편에서 물꼬를 터 놓은 프레데터 일족의 설정 같은 걸 갖고 세계관 확장!!! 같은 덕후 놀이(...)를 하느라 정작 1편에서 딱 한 마리가 혈혈단신으로 등장해 보여줬던 간지 폭발 카리스마 같은 건 오히려 죽여 버린 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혈혈단신 한 마리 프레데터의 사냥 놀이로 돌아온 이 영화에선 그게 다시 확 살아났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1편보다 폼이 나요. 1편에선 슬쩍 비춰주기만 하고 덕후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부분을 이번엔 대놓고 주요 설정으로 다뤄주거든요. 대표적으로 '사냥감도 안 되는 약한 개체에겐 너그럽다' 같은 거 말이죠. 그리고 그걸 또 페미니즘 서사랑 연결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구요. 나 같은 건 위협도 안 된다는 거냐능!!!

 

 뭔가 그 게임 생각이 나더라구요.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란 게임이 있는데. 에일리언 영화 시리즈가 이어지고 게임들이 튀어나오면서 약해졌던 에일리언의 압도적 파워와 위압감을 이 게임이 돌려줬다며 팬들이 극찬했었거든요.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구질구질 쓸 데 없이 디테일하고 재미 없는 세계관 같은 거 없고, 프레데터가 떼로 튀어 나와서 양산형 몹처럼 보이는 일도 없구요. '대체 저걸 어떻게 죽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압도적 빌런의 위상을 되찾았어요. 참 잘 한 일인 거죠. 애초에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깎아 먹어 버릴 거면 세계관이네 뭐네 그딴 게 다 무슨 쓸모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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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프레데터란 솔플이 간지!!)



 - 전투 장면들도 재밌게 잘 만들어 놨습니다. 전투씬 하나하나마다 컨셉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냥 짱 센 프레데터가 우와아앙앙아!! 하고 달려와서 다 죽이는 게 아니라 늘 대적하는 상대, 주변 지형지물, 이야기 전개 상황 등등이 반영되어서 조금씩 다른 스타일로 조금씩 다른 양상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개인적으로 1, 2와 요 영화만 놓고 비교하자면 전투씬의 재미 자체는 요 '프레이'가 최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 물론 원조는 원조라서 어쩔 수 없이 갑입니다만. ㅋㅋㅋ 그런 거 제쳐 놓고 냉정하게 보자면 잘 만들기론 이 영화가 더 잘 만든 게 아닌가. 뭐 이런 생각까지 들었네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포스는 원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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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지만 이미 죽어 계신 분... ㅠㅜ)



 - 단점이 뭐 아예 없는 건 아니구요.

 사실 단기간 안에 성장을 시켜버리다 보니 막판에 주인공이 보여주는 전투력은 좀 과한 감이 있죠. ㅋㅋ 머리를 잘 쓰고 철저하게 작전을 짜서 준비한 전투라는 걸로 어느 정도 상쇄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좀 과해서 우리 프레데터님 쪽이 살짝 팔리긴 해요. 또 마지막의 1:1 전투 상황을 만들기 위한 그 직전 전개도 살짝 어리둥절한 구석이 있구요. 엄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개연성 부족이긴 한데, 아니 애초에 우리 프레데터찡의 존재부터가 개연성과는 거리가 1광년 정도 멀지 않습니까. ㅋㅋ 이런 장르물에서 이 정도야 걍 웃어 넘겨주는 게 국룰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게 거슬린다면 1편에서 주지사 할배님이 펼치는 한 판 승부도 마찬가지라구요. 고도의 지적 생명체이자 숙련된 사냥꾼이란 놈이 마지막 전투에선 내내 미끼 보고 달려드는 맹수처럼 행동하다 죽었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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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양반들이 영어를 안 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인 게 좀 웃겼는데. 생각해보니 영어는 주인공들이 써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네요. 하하.)



 - 암튼 그래서 뭐. 재밌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우주명작 이런 건 아니어도 잘 만든 호러 영화에 잘 만든 프레데터 영화에요.

 어제 듀게에 올라온 의견들처럼 '사실 꼭 프레데터일 필욘 없겠는데?' 싶을 정도로 1700년대 미국 원주민 소녀 캐릭터 이야기를 단단히 만들어 놓고 거기에 프레데터를 얹었는데. 그 원주민 소녀 이야기도 좋고 프레데터도 정말 간지나게 잘 얹어 놔서 불평은 사치다!! 라는 생각이 들구요.

 뭣보다 정말 오랜만에 프레데터를 간지캐의 자리로 다시 올려준 영화라는 점에서 각자 마음 속의 아쉬운 점(?)들은 고이 눌러두고 찬사를 보낼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더 훌륭한 건, 이게 프레데터 시리즈의 팬이 아니어도. 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는 요즘 젊은이(...) 관객들이라도 모두 재밌게 볼 수 있을만한 완성도의 오락 영화였다는 거겠죠. 정말 시리즈 하나도 안 보셨어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원작팬과 원작 모르는 사람까지 다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쉬운 게 아닌데요. 감독님 참 대단한 미션을 해내셨네요. 짝짝짝.




 + 이런 훌륭한 감독님 영화는 찾아서 봐줘야 제맛! 이라는 생각에 검색해봤더니 장편 영화는 이거랑 '클로버필드10번가' 둘 밖에 없네요. 아쉬운 맘에 오래 전에 만든 '포탈' 단편 팬무비도 찾아서 봤습니다만. 그러고보니 싹 다 주인공이 여성이에요. 본인은 남성이신데, 취향이 아주 확고하신 듯. ㅋㅋ



 ++ 그런데 과연 이 영화가 프랜차이즈를 살릴 수 있을까... 는 좀 애매하네요. 이거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이고, 이 기조를 이어간다면 또 다른 시대, 다른 배경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식으로 가야 할 텐데 그게 그리 오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게다가 아마 열성 팬들 중엔 다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파길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고 뭐 그렇습니다만. 저야 뭐 영화 하나 재밌게 봤으니 된 걸로.



 +++ 영화에서 주인공과 동료들이 '사자'를 잡으러 다니는 사건이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요. 읭? 사자? 하고 의아해하며 보는데 나중에 나오는 녀석 비주얼도 별로 사자 같지 않아서 확인해보니 'Mountain Lion' 이었군요. 네이버 영어 사전님의 설명에 따르면 '퓨마'래요.



 ++++ 코마치어 더빙은 참 좋은 센스라고 생각합니다만. 자막을 영어만 제공하면 어쩔...; 영화 내용은 똑같을 텐데 다른 나라 글자 자막들도 적용되게 해주는 게 영 귀찮을까요. 흠;;



 +++++ 그리고 이건 농담입니다만. 그렇게 자부심 쩌는 사냥꾼인 것치곤 우리 프레데터찡 여러모로 비겁하지 않습니까. 애초에 피지컬부터가 쨉이 안 되는데 그걸 또 클로킹 써가며 몰래몰래 가서 죽이고. 사용하는 무기는 완전 기능이든 파워든 차원이 다르고요. 가서 에일리언이나 잡으라고. 왜 자꾸 지구에 와서 양민 학살하며 자존감 채우고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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