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가족의 역할)

2020.06.17 23:10

안유미 조회 수:435


 1.전에썼듯이 나는 가족을 좋아해요. 그리고 유사 가족도 언젠가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2.여기서 말하는 유사 가족은 외로움을 덜기 위해 하우스셰어하며 함께 살거나, 친구보다도 더 가까운 친한 사이를 뜻하는 건 아니예요. 개인적인 친분이나 만남은 별로 없어도 돼요. 중요한 건 역할이죠. 가장 역할을 맡은 사람은 보호와 자금을 제공하고, 보호와 자금을 제공받는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이상적인 관계를 말하는 거예요. 


 현실이라는 장애물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한 사람의 젊음과 잠재력을 말살시킬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기도 해요. 여쨌든 월 n백만원의 돈이 있으면 확실하게 치워버릴 수 있는 장애물이긴 하니까요. 


 

 3.여기서 힘든 점은 어떤 사람을 고르느냐겠죠. 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요. 그리고 잠재력이 있는 사람도 많고요. 도움받는 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도 많죠. 충분히 좆같음을 겪었다면, 작은 도움에 감사할 줄 아는 법은 쉽게 배우니까요.


 문제는 내 입장에서...상대가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아도 원망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상대를 찾는 거겠죠. 사실 돈을 투자한 상대가 성공한다면 거기서 갈등이 생길 여지는 없어요. 왜냐면 함께 도모했던 일...프로젝트 자체는 성공한 거니까요. 성공한 후에 내게 좀 배은망덕하게 굴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인간이고 그건 어쨌든 감정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함께 도모했던 일이 잘 안되었을 때...프로젝트를 망쳐 버리고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리는 상대는 글쎄요. 좋아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거란 말이죠. 실망은 그냥 실망...힘이 쭉 빠져버리고 마는 상태니까요.



 4.휴.



 5.직접 낳은 자식들의 문제는 그거겠죠. 서로가 힘을 합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시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면? 그런 자식은 부모에게 있어 짐덩어리가 되는 거예요. 성공하지 못한 인간조차도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존심도 욕구도 다른 사람만큼은 있는 법이거든요. 집도 사줘야 하고 용돈도 줘야 해요. 


 물론 내가 자식을 직접 낳는다면, 자식이 성공하지 못하고 짐덩어리가 되어도 나는 자식을 사랑하겠죠. 그러면 고작 짐덩어리나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고요. 그건 매우 슬픈 일이겠죠. 남은 인생을 짐덩어리로 살아야 하는 놈도 슬프고, 그런 짐덩어리를 사랑해 줘야만 하는 사람도 슬픈 거예요.


 자식은 글쎄요. 서로의 노력과 운에 따라 부모의 트로피가 될 수도 있고 십자가가 될 수도 있겠죠. 그야 사람들은 '자식을 그런 시선으로 보면 안 돼!'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언가는 되어야 해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타인에 의해 무언가로는 규정되니까요. 



 6.어쨌든 그래요. 딱히 큰 목표도 없고 무언가가 되기 싫다면, 적어도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권한 정도는 타인에게서 가져와야 하는 거죠. 아무런 가오도 없으면 타인에 의해 꼬리표가 붙게 되니까요. 자신에게 무언가 타이틀을 붙이고 싶거나, 아니면 아무런 타이틀도 붙이지 않고 사는 것조차 권력이 필요한 거죠. 타인들이 내게 꼬리표를 붙일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요.



 7.위에 썼듯이 사랑하는 것과 사랑해 주는 것은 달라요.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벗어난 뒤에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사랑하는 거니까요. 그냥 그래야 하기 때문에...그냥 그게 내 십자가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 거죠. 그런 건 무서운 일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5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49
125714 [왓챠바낭] 하찮게 허허실실 은근 재밌는 소품 호러, '클렌징 아워'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3.12 219
125713 축구를 아니까 프랑스 사람 만나서 [3] daviddain 2024.03.11 171
125712 아카데미 역시 "오펜하이머"의 예상된 수상이군요 [1] 산호초2010 2024.03.11 331
125711 프레임드 #731 [2] Lunagazer 2024.03.11 47
125710 아이유 월드투어 콘서트 HER 후기 [2] 칼리토 2024.03.11 374
125709 방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인종차별 논란 말이죠... [23] Sonny 2024.03.11 1527
125708 96th Academy Awards Winners [2] 조성용 2024.03.11 351
125707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83] DJUNA 2024.03.11 1403
125706 [왓챠바낭] 일부러 못 만든 척 하는 그냥 못 만든 영화, '토마토 공격대'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4.03.11 317
125705 Honest Trailers | The Oscars 2024 (Best Picture Nominees) 조성용 2024.03.11 107
125704 [넷플릭스] 젠틀맨, 더 시리즈! [2] S.S.S. 2024.03.10 296
125703 케빈 코스트너 나오는(?) 영화 두편 [2] dora 2024.03.10 219
125702 [스크린 채널] 호텔 뭄바이 [3] underground 2024.03.10 130
125701 보고 싶은 영화 "바튼 아카데미" [3] 산호초2010 2024.03.10 280
125700 프레임드 #730 [4] Lunagazer 2024.03.10 55
125699 4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수상 결과 [3] 모르나가 2024.03.10 333
125698 이런저런 일상잡담 [2] 메피스토 2024.03.10 139
125697 눈물의 여왕 1화를 보고 라인하르트012 2024.03.10 297
125696 지드래곤 인스타에 올라 온 파리 한글 유니폼/태극기 모티브 포스터 [3] daviddain 2024.03.10 279
125695 무좀에 대해 catgotmy 2024.03.10 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