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분 조금 넘는 에피소드 여섯개로 이루어진 짧은 드라마입니다. 시즌 2는 나올 일이 없이 깔끔하게 완결되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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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하고도 그 수도인 스톡홀름의 한 공립 학교. 방금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고 카메라가 피가 낭자한 교실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부분부분만 천천히 훑는 가운데 누군가의 흐느낌이 들려옵니다. 그것은 제목에 본인 이름을 박아 놓은 주인공 '마야'. 곧 들이닥친 경찰이 마야를 데리고 가고 다친 데 하나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바로 독방에 수감. 변호사가 출동해 재판 준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과거 회상을 통해 이 청춘의 인생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이 이 일의 충격으로 사건 당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 해요. 그래서 매 회마다 현재에서 어떤 일을 겪고, 그로 인해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 식의 전개도 함께합니다.



 - 뭔가 다른 걸 검색하다가 엄하게 얻어걸린 '노르딕 누아르' 라는 단어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단초였습니다. 사실 대표작이라는 드라마는 따로 있었는데 넷플릭스에 없었고, 그 외의 추천작 셋 중 하나가 이거였는데 이걸 고른 이유는 두 가지. 이게 2016년에 무슨 '노르딕 최고의 범죄 소설'을 수상한 원작이 있다는 것과 고작 6편짜리 짧은 이야기였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뭔가 좀 속은 느낌인데요. ㅋㅋㅋ


 왜냐면 이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누아르'나 '범죄물'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범죄가, 그것도 학교 총기 난사라는 무시무시한 범죄가 일어났고 또 미스테리를 설정하고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뭐... 흔한 하이틴 로맨스의 조금 많이 다크한 버전 정도. 그 끝이 범죄라서 그렇지 '누아르'라는 카테고리에서 기대할만한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어요. 그러니 범죄 수사물 같은 걸 기대하고 보면 절대 안 되겠구요.



 - 복지 끝판왕이라는 스웨덴의 빈부 격차라든가, 이민자 문제라든가, 십대들의 마약과 음주, 그리고 스웨덴의 총기 문제라든가... 여러가지 그 동네의 사회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담아내려는 의도가 보이긴 하는데. 그게 주인공과 남자 친구의 지극히 과장된 멜로드라마와 함께 하다 보니 그렇게 잘 살아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외국인인 제 시각에서 볼 땐 그냥 흔한 미국 하이틴물이랑 다른 점을 잘 못 찾겠더라구요. 제가 스웨덴을 모르니까요. 쟈들 저러고 사는 게 드라마적인 과장인건지, 진짜로 저러고들 살아서 문제인 건지도 모르는 사람 입장인지라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결과적으로 제겐 그냥 과장되고 다크한 (그리고 갑부가 나와서 화려한) 10대 멜로드라마였다... 라는 생각만.



 - 사실 이야기 자체는 단단하고 주인공 캐릭터의 심리 묘사 같은 것도 괜찮았습니다. 화면빨이나 기본적인 연출 같은 기술적인 부분도 훌륭했구요. 못 만든 드라마도 아니고 재미 없는 이야기도 아닙니다만, 애초에 제 기대와 전혀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였고, 또 제가 그런 장르에 별 애정이 없다보니... '혹시 끝까지 보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끝까지 봤는데 '결국 처음 그거였네'로 끝나버린 상황이라 평가가 좀 박할 수밖에 없다는 건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ㅋㅋㅋ 


 근데 그런 걸 제끼고 생각하더라도, 남자 친구 캐릭터는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가 너무 유치하고 이기적이면서 극단적이에요. 처음엔 그나마 덜한데 뒤로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막판엔 얘를 배척하고 비하하는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들의 말에 공감하는 게 더 쉬워지더군요. 흠;



 - 그래도 막판 재판 씬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 장면은 꽤 흥미진진하고 괜찮았습니다. 둘이 서로 증거를 들이대며 싸우는 것 자체도 괜찮았는데, 그 때까지도 주인공의 기억이 온전치 않아서 얘가 진짜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보는 입장에서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덕이 컸어요. 그러고 보면 이야기 자체의 평범함에 비해 구성은 괜찮았던 셈이네요.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게 스웨덴의 첫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래요.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이런 거 드라마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보시면 됩니다.

 좀 과장되고 다크한 틴에이지물 좋아하시는 분들도 괜찮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격 범죄물이나, 혹은 시놉시스만 보고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스웨덴판 같은 걸 기대하신다면 절대 보지 마세요. 그런 거 아닙니다. ㅋㅋ 

 그리고 제가 위에서 칭찬한 법정 장면도 딱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만 10~20분 정도 펼쳐지는 게 전부에요. 그러니 법정물 팬들을 위한 드라마도 아니겠죠.

 할 말은 이 정도로 끝이네요.




 + 복지하면 스웨덴, 스웨덴 하면 복지... 란 건 알겠는데, 기본적으로 그렇게 잘 사는 나라였나요.

 극중에서 서민, 부자, 빈자... 의 구도로 나오는 관계가 있는데 그게 제 눈엔 아무리 봐도 부자, 우주 갑부, 그냥 서민 정도의 생활 수준으로 보여서요. =ㅅ=;;

 정말로 가난하다는 사람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 그 정도로 살 수 있는 나라라면 제 자식들은 미리부터 스웨덴 이민을 준비 시켜야겠... (쿨럭;)

 드라마니까 그런 거겠죠 설마.


 ++ 이것 말고 제가 볼 후보로 올려 놓은 '노르딕 누아르' 드라마는 '살인 없는 땅'과 '데드 윈드' 입니다. '살인 없는 땅'을 제일 먼저 건드렸고 나름 괜찮았는데 시즌이 3개나 나와 있길래 뒤로 미뤘고, '데드 윈드'는 한 시즌이 열 편이 넘는데 그게 다 하나의 사건이길래 뒤로 미뤘죠. 일단은 시즌은 많아도 사건 하나가 에피소드 두 셋으로 끝나는 구성의 '살인 없는 땅' 먼저 보려구요.


 +++ 제목의 '퀵샌드'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유사, 흐르는 모래 정도의 뜻이더군요. 뭔가 안 좋은 일에 빠져서 헤어날 수 없게 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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