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고아

2021.02.18 14:20

가라 조회 수:648


참 회사생활 쉽지 않네요. 업무가 어려운게 아니라 여기저기 떠밀리는게 힘듭니다. 

하긴 뭐 제 짬빠면 업무가 어려우면 곤란하겠지만...


작년에 조직개편의 결과로 저희 조직이 해체되면서 상사님이 퇴사했어요.

원래 3개 팀이 하나로 묶여 그룹이었는데, 2개팀은 다른 사업부로 가고 저희 팀만 (바지) 사장 직속으로 남습니다.

그룹장에서 팀장으로 강등된 상사님이 그만둔거죠. 


그뒤에, 저보다 까마득하게 위인데다가 본사에 근무하는 사장님 직속이 되었는데...

뭐랄까... 부모님 돌아가시고 엄한 큰할아버지집에 얹혀 살게 된 느낌이랄까...

CEO 한테 다이렉트로 지시를 받을 급이 아닌데... CEO 대면해서 보고하고 지시 받고 하니까 힘들더군요.


바지사장이다 보니 사장 지시라고 해도 현업에 먹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건 지시를 철회하기도 하고..

그래도 사장 직속이라고 공장장이나 사업부장이 터치는 안하지만. 대신에 소속감도 없죠. 공장 팀장 워크샵하는데 저는 공장 소속 아니라고 빠지고

공장 팀장들 단톡방 통해 안전사고나 코로나 확진자 같은 중요 사항이 전파되는데 저는 그 단톡방에 없으니 늦게 알게 되고


큰할아버지네 직계 가족들은 잔치 하는데 저는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 없어 뒷마당에서 잔치하는줄도 모르고 혼자 있는 그런 느낌?


올해초에 조직개편을 했는데 저희 팀이랑 같이 유이하게 사장 직속으로 있던 감사실이 빠지고 사장 직속은 저희 팀 밖에 안남았습니다.

대놓고 '너네 사장은 바지사장이야~ 실권 없어~' 하는 거죠.  저희 팀이 대단한일 하는 팀도 아니고...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사장이 그만둔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썼던 성과급 및 노조와의 갈등을 때문에 책임지고 스스로 나간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솔직히 말은 오너 회장이 했는데 왜 책임은 바지 사장이 지는지... ㅋㅋㅋㅋ


소문으로는 설명절 전에 오너가 경영진 모아놓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 누가 그런 소문 냈는지 찾아서 사표받으라고 했대요.

언제 하긴... 작년초에 생산직들까지 포함해서 공장 근무자 150명 모아놓고 자기가 그랬지.

경영진들중 누구도 '님이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라는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설연휴에 오너가 영업부사장을 오너집에 불러서 같이 밥을 먹었고... (즉, 영업부사장은 총애를 받는다는..)

어제 오후에 오너가 사장한테 누군지 찾았냐고 닥달하니 사장이 빡쳐서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라고 했는데  오너가 안 잡았다나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사장이 7시에 출근해서 자기 짐 정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건 뭐... 그나마 거둬준 큰할아버지도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느낌.

당장 지금 사장이 지시해서 (현업에서 불만임에도) 추진하던 업무들 어떻게 하지... 휴..

현업은 그냥 흐지부지 되길 기대할텐데.. 지금 대충 뭉게고 말면 애초에 필요 없던 일이 되는 거고..



여기저기서 '야, 너네 어쩌냐? 어떻게 되냐?' 이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긴요... 새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수석부사장(오너 아들)이 사장이 되느냐...

총애 받는다는 영업부사장이 사장이 되느냐...

외부에서 영입하느냐..


팀은 유지가 되느냐 해체가 되고 뿔뿔히 흩어지느냐... 만약 이렇게 되면 나는 어디로 가나...

지금처럼 사장 직속으로 있나, 아니면 다른 사업부 밑으로 들어가나.. 그럼 업무가 많이 바뀌나?

지금처럼 공장에 근무하느냐, 서울로 발령이 나느냐... 어, 서울 이사는 어떻게 가지? 


일단 인사팀에서 또 조직개편 준비한답니다. 야.. 1월에 조직개편하고 이제 한달 지났다고...


크지도 않은 중견기업에 오너 바뀌고서 계속 난리네요.


어제는 다른 사업장에서 오너 보고 준비하던 70년대생 팀장이 호흡곤란에 흉통 때문에 쓰러져서 119 실려갔다는데..

저도 몇년 안남은 것 같습니다.

닭을 튀길 준비를 해야 할지,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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