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도는 제목대로. 런닝타임은 2시간 1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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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Man, Part Machine... 드립을 치던 오리지널 포스터의 80년대식 간지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가볍네요.)



 - 사뮤엘 잭슨 아저씨가 진행하는 온라인 쇼(?)로 시작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결국 '옴니코프'라는 군수 산업체 홍보에요. 이들은 이미 멀쩡히 잘 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 군인을 잔뜩 만들어내서 미국이 관련된 전쟁터에 잘 팔고 있죠. 하지만 인공지능을 경계하는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때문에 정작 미국 내에서는 장사를 못하고, 그게 큰 불만입니다. 그래서 고뇌하던 우리의 마이클 키튼 회장님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내죠. '그럼 우리 로봇 안에 사람을 넣으면 되잖아?' 그래서 경찰들 중에서 후보자를 찾기 시작하구요. 그때 부패 경찰들과 연루된 사건을 조사하다 폭탄 테러로 온몸이 조각나고 사망 직전인 열혈 형사 알렉스 머피가 등장하는 거죠. 키튼 회장님의 명을 받은 로봇 과학자 노튼 박사의 도움으로 우리 머피는 로보캅으로 거듭납니다만. 성공적인 런칭쇼를 치르기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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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았던 인간 시절. 아무래도 배우님은 촬영 내내 이 시기를 그리워했겠죠. ㅋㅋ)



 - 이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 아주 중요한, 결정적인 마음가짐이 하나 있습니다. 버호벤의 로보캅을 잊으세요. 근데 그건 불가능하니까, 버호벤의 로보캅과 아예 다른 영화라는 걸 인지하시고 아예 뭐 하나라도 비교할 생각은 버리세요. 그냥 설정이 좀 비슷한 구석이 있는 인공지능 경찰 소재 SF 액션 영화다... 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썩 괜찮습니다. 하지만 원본과 비교하는 순간 여러분들을 기다리는 것은 멸망 뿐... ㅋㅋㅋ


 그러니까 대략적인 세계관과 주인공의 이름, 직업 정도를 제외하면 아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집중하는 주제도 다르구요.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좀 했어요.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로보캅'이랑 '알렉스 머피'를 떼어 버리고 아예 새 프랜차이즈로 만들어도 문제될 게 전혀 없지 않나? 물론 유명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입어보자고 시작된 기획이었을 텐데 정말 쓸 데 없는 생각이죠. ㅋㅋ 암튼 그만큼 다르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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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광을 입어보고자 처음엔 이런 복장(?)으로 시작합니다.)



 -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로보캅을 만들고 관리하는 노튼 박사입니다. 게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거의 사실상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중이 크고 또 많은 일을 해요. 그러니까 원래는 착한 사람인데요. 로봇 기술로 사람들을 도우려는 선의로 똘똘 뭉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문제는 연구비였던 거죠. 그래서 요 로보캅 프로젝트에 발을 들여 놓는데, 분명히 처음엔 다 죽어가는 사람 하나 되살리고, 또 그 덕에 인간 경찰들의 위험한 업무도 줄여주자... 라는 물 샐 틈 없이 아름다운 명분이 있으니 시작했는데요. 자꾸만 급박한 돌발 문제들이 발생해서 '딱 한 번만 눈 감고 조금 안 좋은 일을 해야겠군'이라는 상황으로 몰리고, 그러다 어느샌가는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상태가 되어 버리는 거죠. 

 이런 요 양반의 드라마가 머피의 드라마와 함께 마지막까지 진행되는데, 전 이 쪽이 더 재밌었어요. 게다가 엄밀히 말해서 머피의 드라마는 계속해서 이 노튼 박사의 선택과 행동에 종속되며 흘러갑니다. 그래서 제 맘에선 이 분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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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활약은 요렇게 새 디자인으로 하죠. 디자인만 달라진 게 아니라 성능도 완전 쩝니다. 위잉~ 치킨! 하고 느릿느릿 이런 거 없어요.)



 - 당연히 머피의 드라마도 원작과는 많이 다릅니다. 내가 인간이여 기계여~ 라는 고뇌에 봉착한 불쌍한 놈이라는 점은 같습니다만. 원작에서도 막판에 중요한 포인트로 들이밀었던 '자유 의지'의 문제가 처음부터 쭉 함께 해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이 영화의 머피는 본인이 본인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로봇... 에 가깝거든요. 물론 그러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본인 의지를 되찾는 쪽으로 전개되긴 하지만, 엉뚱하게도 거기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게 머피가 아니라 노튼 박사에요. 진짜 한 중반쯤 보면서는 머피는 훼이크 주인공이고 박사가 진짜구나. 이러면서 봤네요. 

 이렇게 주인공이 길을 잃고 헤매는 와중에 주인공의 드라마를 채워주는 건 머피의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오마 리틀 동료 형사 루이스입니다. 뭐 대단할 거 없는 그냥 멜로드라마입니다만. 그래도 덕택에 주인공의 존재감이 증발하는 건 확실히 막아줬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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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라도 없었음 정말 주인공 위치가 위험했던 우리 로보캅님.)



 - 액션은 오리지널보다 훨씬 화려하고 커졌습니다. 우리의 뉴 로보캅께선 달리기도 잘 하고 점프도 잘 해요. 당연히 겁나게 민첩하구요. 결정적으로 본인 전용 오토바이도 하나 얻으셔서 종합적으로 아주 스피디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리 큰 제작비를 들이진 못했던 오리지널에 비해 볼거리 자체는 훨씬 많아요. 슝슝 쾅쾅 콰당! 원작 팬들 서비스용으로 ED-209도 등장하는데 한 대도 아니고 여러대를 동시에 상대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묵직하고 둔탁한, 또 버호벤스럽게 마구 폭력적이던 액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분명 있으실 텐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원작은 잊으셔야 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그렇게 원작과의 비교를 버리고 보면 사실 이 영화의 액션은 꽤 괜찮아요. 장면들마다 나름 아이디어가 있고요. 또 뭣보다 우리의 머피님(의 인공지능)은 나름 전략적인 분이라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 맞게 대처하며 싸우는 식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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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 전투 로봇이란 게 계단에서 자빠져서 앙증맞게 허우적거리고 그런 건 이제 없습니다!!)



 - 하지만 그것보다 더 화려해진 부분이 있으니 바로 캐스팅 되겠습니다. 이미 적은 바와 같이 게리 올드만에 마이클 키튼과 사무엘 L 잭슨. 비중은 작지만 '더 와이어'의 오마님도 나오시구요. 주인공 알렉스 머피를 맡은 조엘 킨나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틈이 없죠. ㅋㅋ 

 그런데 이게 또 쓸 데 없이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사무엘 L 잭슨은 스토리엔 전혀 영향이 없지만 특유의 그 '입담 캐릭터' 연기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며 존재감을 과시하구요. 게리 올드만과 마이클 키튼의 박사, 회장은 둘 다 비중도 크거니와 캐릭터가 잘 빚어져 있어서 배우들이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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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끝까지 다른 배우들 얼굴 한 번 못 보고 촬영했을 걸 생각하면 괜히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잭슨 할배님...)


 게리 올드만 캐릭터 얘긴 이미 했으니 키튼 쪽으로 넘어가면, 분명 나아쁜 기업의 대빵이고 역할에 맞게 나쁜 짓을 많이 합니다만. 그게 또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돈으로 움직이는 단순 빌런이 아니라 신념을 갖고 그걸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 식의 캐릭터거든요. 그리고 그 신념이란 게 그렇게 쉽게 무시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정말로 키튼의 비전대로 로봇이 인간 경찰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고 친다면 그렇게 되어서 나쁠 게 뭡니까. 상시로 머릿 속에 전국 지명수배자 데이터를 다 넣고 다니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싹 다 실시간 스캔할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정보 수집, 분석이 가능하고. 그러면서 엄청난 전투력과 맷집까지 가진 로봇이 오류 없이 운용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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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보다 오히려 비중도 크고 훨씬 매력적인 우리 명배우 할아버지님들. 후대 고든과 선대 배트맨의 만남이기도 하죠. 벌쳐는 잊읍시다.)



 - 뭔가 되게 호평을 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는데요. 그건 어디까지나 이 영화가 메타크리틱 52, 로튼 토마토 49에 흥행도 간신히 손해만 피했을 정도로 흐지부지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래 이렇게 망작 내지는 어둠의 역사가 된 작품들을 보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아'라는 얘길 하며 호평을 하게 되는 인간인지라... ㅋㅋ 

 단점을 찾아 보자면 이것저것 자잘하게 많지만, 가장 큰 것 하나만 꼽자면 결말이 너무 쉽습니다. 중후반까지도 웃음기 하나 없이 궁서체로 진지하게 꽤 잘 굴러가다가 마지막에 모든 게 다 너무 쉽게 풀려 버려요. 그래서 그동안 진지하게 잡아 놓은 분위기가 좀 뻘쭘해지는 느낌. 

 그리고... 앞서 제가 스스로 한 말에 어긋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목이 '로보캅'이고 주인공 이름이 머피인데 원작을 완전히 잊고 보는 건 불가능하죠. 게다가 이 영화도 팬서비스로 원작의 요소들을 여기저기 열심히 박아 놓아서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마이너스되는 기분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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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덕을 보려고 했으니, 원작 때문에 점수 깎이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 것 아니겠습니까.)



 - 암튼 그러합니다.

 어차피 대적하고 이길 수 없는 원작의 아우라를 피해 멀리 달아나서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영화구요. 그쪽 방면으로의 길은 나름 잘 팠어요. 저주 받은 걸작 뭐 이런 건 아니어도 충분히 준수한 수준은 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하구요.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좋은 배우들 덕에 나름 깊이 있고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며 액션씬들 같은 볼거리들도 (너무 가볍다고 싫어할 분들이 많겠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구요.

 속편을 감안했을 가벼운 결말 때문에 탈력감이 좀 있긴 해도 나름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SF' 분위기 성실하게 풍기는 액션 영화 하나 보고 싶다... 는 분들이라면 보셔도 괜찮을 거에요. 원작과 비교만 안 하면 됩니다. 그게 잘 안 돼서 그렇지. ㅋㅋㅋㅋ




 + '루시퍼' 팬들에게 반가울 얼굴이 한 분 나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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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과학덕후 엘라찡... ㅋㅋㅋ 여기서도 과학자로 나오니 좀 재밌더군요.

 다만 캐릭터 비중은 거의 없습니다. 걍 게리 올드만의 조수로 늘 옆에 서서 SF 분위기 잡을 과학 용어 읊어 주는 게 거의 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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