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6 22:49
불과 5일 전 이사온 윗층집 때문에 벌써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저희 가족은 이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웃과 아무 문제 없이 지냈었는데, 갑자기 이러한 평화가 깨질 위기입니다;
(사실 저는 이웃분들을 잘 모릅니다; 어머니는 옆집과 윗집 정도에 어떤 분들이 사시는 지, 그리고 대충의 사정이 어떤 지 아시는 것 같고요)
어느 날 오전 윗층이 너무 시끄럽길래 대체 뭔가 했더니 이사를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대문에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할 예정이고 초반 일주일은 많이 시끄러울 거라 양해 바란다고요.
이 쪽지는 참고로 집주인이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 하는 분이 쓰신 것이었습니다. 아래에 그렇게 적혀 있더군요.
처음엔 인테리어 공사를 한 달씩이나 한다는 데 놀랐지만 어머니는 요즘엔 다 그렇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시끄러울 것이라던 기간에 저는 집을 비워서 모르겠지만 진짜 시끄러웠다고 하고,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몇 번은 드릴 소리, 망치 소리 등으로 완전히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저희 윗집의 윗집도 어머니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그러셨다더군요. 대체 공사 소음이 언제 끝나냐고요.
물론 한 달이라는 공지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참았습니다.
한 달만 참으면 되겠지 하고요.
그러나 진짜 고통은 윗집이 공사를 끝내고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사 들어오신 날 누가 벨을 누르길래 물건 사라는 건 줄 알고 처음엔 무시했는데 한 번 더 누르시더군요.
알고 보니 윗집 이사오신 분이었는데 여자분이었고 나이가 좀 있어 보이셨습니다.
'한 달 동안 시끄러우셨죠?' 한 마디는 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그런 얘기 없이 ***호에 이사왔어요 한 마디 하시면서 떡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저희 앞집을 가리키며 '어디 가셨어요?' 물으십니다. (그걸 제가 어찌 아나요...)
사실 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들으시면서도 요즘 떡 돌리는 사람도 많이 없다며 그냥 넘기셨습니다.
저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날부터 조금 시끄럽더니, 크리스마스였던 어제부터 정말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아침 7시에 쿵쿵거리는 소리에 깼고, 멈추지 않고 5~10분 간격으로 계속 쿵쿵거립니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뭘 하면 저렇게 쉬지 않고 쿵쿵거릴 수 있는지. 저렇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텐데 말이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오후에 어머니가 경비실을 통해 휴일인데 좀 조용히 해달라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청소 중이라며 미안하다고요.
하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는 조금 사라지는 듯하더니 금방 다시 계속되었습니다.
어머니와 장을 보고 온 것이 오후 7시 안 된 시각. 역시나 계속 쿵쿵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그 소리가 사라진 건 정확히 밤 10시였습니다.
어머니도 시계를 보셨더라고요.
청소를 어떻게 그렇게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격하게 12시간 넘게 할 수 있는지 저는 그 체력이 더 신기합니다;
하여간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내일부터 갑자기 조용해질 리가 없죠.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지하철역이 멀어도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가 조용하고 공기가 좋아서인데, 지금까지 10년 넘게 잘 지냈는데 갑자기 그 당연한 것들이 깨지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불안했습니다.
사실 출근이라도 하면 그나마 잊을 수 있는데 마침 제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회사를 때려치고 집에 있는 시기라-_-
역시 오전 8시가 다 되어가자 쿵쿵거리기 시작. 으악!
어머니 아버지는 오전에 나가시고 저 혼자 남았는데, 가만 들어보니 아이가 있는 것 같더군요.
그때 떡 주러 내려오신 여자분이 나이가 좀 있으셔서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손자들인 것 같은데 모르죠.
하여간 아이가 전속력으로 끝에서부터 끝까지 다다다다 뛰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쿵쿵거리는 소리도 여전했습니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 다시 경비실에 연락했습니다.
어제처럼 답변은 오지 않았지만 다다다다 뛰는 소리는 뚝 끊기더군요.
하지만 그게 지속될 리는 없죠. 예상은 했습니다.
쿵쿵, 우당탕탕(뭘 그렇게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인지 사실 궁금합니다), 다다다다...
볼 일을 보고 들어오니 오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합니다.
(오전처럼 전속력으로 달리는 소리가 계속 났으면 또 한 번 경비실에 연락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바로 전, 밤 9시 40분까지 계속되다가 멈췄습니다.
아버지는 등산 갔다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라 어머니와 이렇게도 얘기해 봤습니다.
우리가 너무 소리에 집중해서 그럴 수 있으니 조금 관심을 두지 말아보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 보아도 이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어제 바로 층간소음 관련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직접 대면하지 않는게 좋다고 해서 직접 올라가지는 않기로 했고요.
소음이 계속되면(99% 계속될 거라 예상됩니다) 일단은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국가소음시스템에 중재를 요청할 생각이지만, 이 기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F'라 많이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이제 이사온 지 5일째인데 너무 괴롭습니다.
2017.12.26 23:08
2017.12.26 23:55
네,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예민한 지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네요. 층간소음은 뉴스에서나 본 게 다라서요.
어떤 분들이 몇 명 사시는지, 연말이라 손자들이 놀러온 것인지, 아직 짐 정리를 하는 건지 다 확실하지 않긴 한데 차차 알게 되겠지요.
며칠이지만 전혀 배려하거나 조심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긴 합니다;
2017.12.29 08:34
2017.12.29 12:48
말씀 감사합니다.ㅠㅠ 직접 겪어보니 정말 어려운 문제 같아요. 저는 태어나면서도 지금까지 아파트에만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말씀해 주신 대로 윗집과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제 새해인데 더더욱이요.
2017.12.26 23:12
원만하게 넘기실 자신이 있다면 직접 대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윗집과 아예 연락을 끊고 적으로 돌리더라도 스트래스를 받는 거 보다는 낫죠. 아마 아이집에 매트같은 게 안 깔려있을 거 같은데, 돈을 써서라도 깔아드릴테니(돈까지 써서 소음을 막는다는데엔 문제가 있습니다만) 설치하는 걸 확인 하고 소음을 줄여보는 게 방안이고요. 나이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는데 할머님이 손자들과 같이 사는 거라면 중간에 있는 어머님께 전달해보는 것도 좋고요
2017.12.27 00:05
어쨌든 최대한 원만하게 넘기고 싶은 생각입니다만, 직접 대면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좋게 얘기하려고 해도 끝까지 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받아들이는 쪽도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매트 얘기는 많이 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일단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너무 성급한 것이었기를 바랍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2017.12.26 23:13
층간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영상이나 녹음을 해서 들려주는것도 좋을려나요
2017.12.27 00:10
소음 측정하는 앱을 깔긴 깔았는데 정확도나 측정방법에 있어서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고; 관련 경험글들을 보니 24시간 카메라를 달고 녹화했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거기까지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이러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됐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ㅠㅠ
2017.12.26 23:15
직접 대면하기가 무서우면 안됩니다
2017.12.27 00:12
무섭다기보다는 적절한 해결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은 자제하려고 합니다. 좋지 않은 문제로 만나서 얘기해봤자 어느 쪽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저부터 그게 자신이 없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2017.12.26 23:44
2017.12.27 00:26
'내가 쉰다는 이유로 주말 대낮에 시끄럽다고 항의한 꼴'이었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되네요. 저는 '내가 지금까지 편하게 쉬던 집에서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집에 계속 있어서 더 예민해진 건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회사를 쉬고 있고 집에 있는 게 좋은 걸요; 회사는 곧 구하겠지만 그 날까지 이 추운 날에 일부러 계속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합니다만, 너무 시간을 두지 않고 조급해 한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보고 모든 게 명백해지면 그 때 다시 그 '조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2017.12.27 03:33
층간소음 경험해보시면 살인충동이 일어납니다. 진짜로 말이죠.
위층의 입장도 있겠습니다만 입장이라는것도 맨날 생각하는 사람만 생각해요. 정작 위층은 생각 전혀 없을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있다면 소리가 덜 나는게 당연한것이지요.
그냥 항의를 계속하시는 수밖에는 없겠지요 지금으로서는. 근데 그 항의조차 귀찮다고, 입장생각한다고 안한다면 더 나아질것도 없다는거죠.
2017.12.27 08:12
이틀 연속 경비실을 통해서 자제를 요청한 건 저도 Neo님의 생각과 비슷해서였습니다.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명확해 보여서 얘기하지 않으면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얘기를 해도 밤 10시까지 쿵쾅거리는 걸 보고 얘기하지 않으면 더 생각 없이 행동할 것 같아서였는데 괴롭습니다. 지금도 아침부터 쿵쾅거리더니 청소기를 미는데 청소기 소리는 듣기 좋으네요 ㅋㅋ 쿵쾅거리는 소리는 울려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도 들리더라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2017.12.28 00:30
2017.12.28 07:03
인테리어 문제가 아니라 애 뛰는문제로 상담중인 글입니다.
2017.12.28 08:23
윗 분 말씀대로 인테리어 공사 문제는 아닙니다만, 어제 작은 해프닝이 있었네요. 오후 7시 반 정도에 윗집에서 벽 뚫는 드릴 소리가 나더라고요 ㅋㅋㅋ 소리가 길게 난 건 아니라서 저희 집은 공사를 대체 언제까지 하냐고 저희끼리 얘기하고 말았는데, 얼마 후 누군가 저희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알고 보니 관리소에서 나오신 분인데 저희 동에서 누가 전화로 신고를 하셔서 찾고 있다고, 저희 집인줄 알고 오셨더라고요. 윗집이라고 말씀드렸죠. 아무래도 상식적인 분들은 아닌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2017.12.28 08:46
글쓴이입니다. 위에 이사오신 주인분은 아이를 둔 부부이고 떡을 가져다 주신 분은 손자들을 봐주는 외할머니라고 이웃분이 그러셨다네요. 전속력 달리기로 쿵쿵거릴 때 아이가 깔깔거리는 소리도 들려서 아이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냥 다녀간 게 아니라 산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전에 윗집에 사시던 부부는 큰 개를 키우고 계셨다고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전에 계시던 분들도 생활소음 정도는 났을 것이고 개 소리도 났을텐데 저는 지금까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었거든요.
하여간 관련 네이버 카페가 있길래 기웃거려봤지만 다 욕하는 글 + 우퍼 등으로 복수했다는 글 뿐이라 더 정신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안 들어가려고 하고요. 이번에 검색하면서 이 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고, 잘 해결되었다는 사례는 거의 없어서 사실 조금 우울합니다. 여전히 쿵쿵거리긴 하지만(아이 70%, 어른 30%인 것 같아요) 그 텀은 길어진 것도 같아 다른 곳에 신경을 집중시켜보기로 했습니다. 문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겠지만요. 혹시 추후 진전이 있으면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이사온지 이제 닷새밖에 안 됐는데 벌써 괴로우실 정도라면 글쓴 분이 많이 예민하신 편인 것 같네요. 한달 인테리어 공사야 인테리어 공사니까 그럴 수 있는 거고, 이사하고 며칠간 정리 하느라 시끄러운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아닌가요? 휴일이니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도 이해 되지만, 윗집도 휴일에 얼른 정리해야 일상을 맞이할 수 있을테니까요.
층간소음 문제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세네번씩 겪게 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서로 생활 습관이나 스타일이 맞는 위아래층이 아닌 이상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성장기를 아파트에서 보냈는데 같은 아파트가 대부분 비슷한 또래들이 살아서 모두 시끄럽게, 그래서 오히려 문제 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아직도 나이드신 부모님이 사시는데, 아래층에 새로 이사 들어온 사람들은 윗층인 저희집에 부모님 두분만 사는 환경에 있다가 명절 같은 때 가족들 모이면 시끄럽다고 항의 하더라고요. 평소보다 시끄러운 거야 맞겠지만, 어린애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 모처럼 모여서 하루이틀 시끌벅적해지는 것 정도일텐데 그게 그렇게 즉각 항의할 정도인지는 음. 가해자 입장에 있을 때는 쉽게 말할 수 없는 문제긴 하지요.
부디 글쓴 분 윗집이, 정리 끝난 뒤에는 전보다 덜한 일상적 소음만 있는 집이길, 그래서 큰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