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제조업이라 생산직이 많고, 그분들은 시급을 받습니다.

예전에 주 44시간 + 12시간 연장근로 제한일때는 3조 3교대였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인데 8시간씩 3교대를 하고 7일간 일하면 딱 56시간이 됩니다. 

일주일(7일)이 168시간이니까 56시간 x 3조 하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고, 24시간 돌아가는 회사에서 3조3교대를 한다는건 휴일없이 일한다는 거죠. 

제가 듣기로는 그때는 10일에 하루 쉬었다고 합니다. 하루 쉴때는 앞뒤 근무자가 4시간씩 연장근무해서 메꿨다고요.


그러다가 주 40시간제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5일제)

40시간 + 12시간 하면 52시간이 되어서 법대로 52시간씩 풀근무를 시켜도 . 12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럼 한조를 추가해서 4조3교대가 되면 주당 42시간으로 기존 56시간에 비해 12시간이 줄어듭니다. 

시급제인데다가 40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150%를 받으니까, 기존에는 주당 62시간분의 급여를 받았는데, 주당 42시간 급여를 받게 되면 당장 30%의 수입이 줄어듭니다.

이때도 노조랑 회사랑 꽤 길게 교섭을 했는데..

노조는 당연히 시급을 올려서 42시간 일해도 기존 급여 수준을 맞춰줄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시급 30%를 어떻게 올려주냐면서 반대했지요.

결국 시급은 조금 올리고, 교육이나 청소 같은 연장근로를 늘려서 급여수준을 맞추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고 합니다. 



1.

문제는, 4조3교대를 해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휴가자도 발생하고, 휴직자도 발생하니까요.)

3조에서 4조로 바꾸면서 인원을 정상적으로 1조만큼 더 뽑지를 않았거든요.

예를 들면, 1개조가 4명이면 3개조면 12명인데, 한조에서 1명씩 빼서 1조 3명, 4개조 12명으로 바꾼거죠. 4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니 당연히 업무 강도는 올라갑니다.

물론, 이렇게 산술적으로 되는 건 아니라서 전체 생산직 고용인원이 늘긴 했지만, 이론대로 4조가 되었다고 해서 30% 가 늘진 않았습니다.


저도 인사담당이 아니라 정확한 기준은 모르지만, 52시간 제한을 칼같이 1주로 끊는게 아니라.. 2주 합쳐서  104시간을  넘기면 안된다고 하던가.. 4주 합쳐서 208시간을 넘기면 안된다고 하던가.. 하더라고요. 한주에 52시간을 넘겨도 대휴 등으로 그 다음주에 52시간 미만으로 근무하게 해서 주당 평균 52시간을 넘기지만 않으면 된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2주에 104시간 초과하면 안된다고 하고 어느 분은 한달로 끊는다고 하고.. 정확치는 않습니다.) 궁금해서 생산직들 평균 근로시간이 얼마나 되나 물어보니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근이나 교육 등으로 주당 48~50시간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일하는 회사가 자동차쪽은 아니지만..) 타이어를 끼우는 공정에서 4명이 4조3교대로 일하는데 1명이 맹장수술이라도 받아서 2주 휴직을 하면 3명이 대근으로 메꿔야 합니다. 주당 52시간이 초과해버리죠. 박근혜때는 "일주일은 5일이다"라는 참 창조(?)적인 해석으로 수당만 주면 문제가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300인 이상 기업은 올 7월 1일 부터는 이게 불법이 됩니다.


단순하게 생가각하면 '그럼 5조교대 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업계 탑이라는 회사도 5조3교대는 전혀 고려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블라인드발..)

4조3교대 갈때도 급여 30%가 줄어들었는데.. 휴가자나 휴직자 고려해서 5조 3교대 가면 주당 근로시간이 34시간으로 줄어버리거든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직들의 고연봉(?)은 다 연장근로수당이랑 기타 수당덕분이고 실제 기본급은 매우 적은데요.

52시간 풀근무 한다고 치면 시급으로 58시간분을 받던걸 34시간분 받으면 급여가 반토막 납니다.

시급을 두배 올려줄게 아니면 노조에서도 절대 받을 수 없죠.. 시급 두배 올려주는건 사측에서 받을리가 절대 없고.



2.

그래서, 저희 회사는 '다기능화' 쪽으로 촛점을 맞췄더라고요.

타이어 끼우던 사람중에 휴직이나 휴가자가 발생하면, 타이어 끼우는 사람들로'만' 대근을 메꾸는게 아니라.. 문짝 끼우는 사람을 타이어 끼우는 공정에 투입하거나, 시트 조립하는 사람을 타이어 끼우는 공정에 투입하거나 해서 개인별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억제하도록 하겠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능은 하겠지요.


그런데, 제가 하는 업무중에 하나가 생산직들 교육 기획하는 것이고 그중에는 필수교육도 있거든요.

(생산직이라고 단순 반복업무만 하는게 아니고.. 데이터 분석이나, 통계적공정관리, MSA(계측시스템분석) 같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여튼 수포자는 생산직 하기 힘듭니다. 이 팀에 와서 처음 한일이 생산직 대상 통계적공정관리 사내강사였는데 제가 틀리면 강의 듣던 분들이 바로 지적 나오더라고요. ㅠ.ㅠ )


그런데 본사에서 52시간 이내로 맞춰야 해서 모든 교육 불가 지침 내려왔습니다. 위에 썼듯 예전에는 급여 보전을 위해 근무교대하고 1시간정도 모여서 회의(라고 쓰고 티타임, 잡담)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거나 해서 급여보전 목적의 연장근로수당을 챙겨줬는데 그것도 모두 최소화 한다고 합니다.  

저는 상반기에 필수교육을 보내려고 준비해놨었는데 이것도 생산팀에서 다기능화 되기전까지는 안된다고 하네요. 꼭 보낼거면 본사랑 협의해서 52시간 초과해도 된다고 결재 받아오면 가능하다는데, 인사팀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하고요.  필수교육인데 안 받고 어떻게 하려는 건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왜 안보냈냐고 할거면서..



P.S)

이게 기본급은 적게 하고 수당은 늘리는 한국 제조업의 고질적인 병폐때문이긴 한데..

사실 몇년전에 회사에서 생산직 월급제를 도입하려고 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조에서 반대했지요.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가 되면 사무직들처럼 수당 못받고 잔업하고 연장근무 하게 될거라고..

회사에서 어떤 목적으로 월급제를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인건비 절감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요.

제조업 시급제 문화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고...

그래도 300인 이상 기업이고 "일주일은 5일" 꼼수를 덜 써먹은 저희 회사도 이리 난리인데, 적극적으로 써먹은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요.

괜히 경제신문들이 난리치는게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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