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동산 얘기로 꽤나 시끄럽네요. 전에 썼듯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건 잘 못해요. 안 한다...라고 말하면 마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허세 같으니까, 못한다고 해 두죠. 


 사실 잘 몰라요. 부동산의 경우는 '내가 팔고 싶어서'팔아본 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부동산을 거래했던 건 한번도 제대로 된 거래가 아니었던 거죠. 그건 거래라기 보다는 그냥 땡깡이었던 거예요. 어떤 어느날 내 부동산이 반드시 필요한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게 되고, 나는 팔면 좋고 아니면 말자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부르는 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으니까요. 또는 거래가 안이루어지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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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어느날 어떤 자-이하 털잠바-가 내게 물었어요. 형이 사는 곳은 얼마쯤 하냐고요. 사실 이런 질문의 답은 잘 몰라요. 왜냐면 이 지역은 오랫동안 매매가 거의 없었던 지역이거든요. 그야 점진적으로 오르긴 올랐겠지만 이건 부동산이니까요. 만약 판다면 현재의 호가따위와는 별 관계가 없거든요. 


 내가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어떤 경우이든 그래요. 내가 팔고 싶은 가격...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이없어할' 가격이예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지구 인구의 70억명중 한 사람만 그 가격에 동의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가격에 팔 수 있는 거니까요. 땅이란 건 말이죠. 주식이란 건 여러 명이 나눠서 가지고 있지만 땅이란 건 그 부분에 관해선 100%의 소유권을 계속해서 가져가는 거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래요. 나와 부동산을 거래하려고 하는 사람은 알게 되겠지만, 내겐 돈이 꼭 필요가 없거든요. 5년도 기다릴 수 있고 10년도 기다릴 수 있어요. 그리고 사러 오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그래요. 끈질기게 기다려 봤자 10년 후에는 오늘 내가 부르는 터무니없는 값보다 더 터무니없는 가격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내 땅이 꼭 필요하다면 땅을 사러 오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오늘 내가 부르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치러 주는 편이 낫단 말이예요. '10년 후에 내가 부를 터무니없는 가격'은 오늘의 터무니없는 가격보다 훨씬 더 심할 거니까요.


 

 2.뭐 이건 별개의 얘기고, 털잠바의 질문...지금의 가격은 얼마냐는 질문을 한번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터무니없지는 않은 버전...'오늘 시점에서 내놓으면 대체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수준의 가격'그러니까 당장 팔릴 가격을 말이죠. 마침 얼마전 같은 라인의 코너 건물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어요. 뭐 대체로 코너 건물은 20%를 더 쳐준다는 말이 있으니 그때 들은 평당 가격에서 6을 나누고 5를 곱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평당 가격 곱하기 평수를 계산해서 들려 줬어요.


 그러자 털잠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럼 지금 그걸로 담보 대출은 얼마나 있냐고 물어왔어요. 대출 따윈 없다고 하자 그는'지금 그건 거짓말 같아. 믿을 수가 없어!'라고 말했어요. 왜냐고 되묻자 그 정도 가격을 깔고 앉아 있으면 담보 대출을 내는 건 상식이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글쎄요...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요. 유동성을 땡길 수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땡겨버리면 눈앞에 남는 건 매달 내야 할 이자뿐이거든요. 위에 썼듯이 내겐 돈이 꼭 필요는 없어요. 무슨 말이냐면, '재테크가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돈.'이 아니면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거죠. 늘 말하듯이 돈은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불리기 위해서 존재하거든요. 돈이 수중에 있는 한 늘 이걸 어디에 투자할지 머리를 굴려야만 하죠. 재테크가 무의미할 정도로 돈이 많아져서, 미친 듯이 쓰기만 하면 되는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니라면요. 그게 아니라면 이자가 붙는 돈을 계획 없이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죠. 모든 돈에는 늘 계획이 있어야 하거든요. 물론 '줄어들 계획'이 아닌 '불어날 계획'이 말이죠. 소비계획이 아닌 투자계획이 있어야 한단 말이예요. 



 3.물론 나도 바보는 아니예요. 위에 말한 '터무니없는 가격'이 메이드되려면 위에 썼듯이 지구인 70억명 중 최소한 한명은 그 가격에 동의할 사람이 나타나야만 하니까요. 70억명 모두가 코웃음칠 가격을 부른다면 내가 바보인거죠. 그리고 모두에게 비웃음거리가 될 거고요. 


 결국 모든 일은 결과거든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거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는데 아무도 안 사가면 조롱거리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런 치킨게임식 거래는 다른 분야에선...잘 모르겠네요. 내가 경험한 바론 이런 방식의 거래는 부동산으로만 가능해요. 물론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4.휴.



 5.전에 썼던가요. 이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대부분의 결과물의 질을 결정하는 건 '재료'라고요.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싸구려 고기를 가지고선 가정주부가 최상급 고기로 구워낸 스테이크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프로듀스101이 공전의 대박을 쳤던 건 PD의 능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데뷔를 목전에 둔 최상급 인재들이 수십명 모였기 때문이고요. PD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저 그런 인재를 데리고선 아시아 대륙을 진동시킬 쇼를 만들 수가 없죠.


 사람들은 성공의 요인을 초기 단계, 중간 단계, 마무리 단계로 나눠서 분석하려고 하는데 사실 최종 아웃풋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상수는 처음부터 결정되는 거거든요. 재료를 수급하는 단계 말이죠. 아무리 레시피가 쩔어도 재료를 수급하는 단계에서 재료를 잘못 고르면 최종 아웃풋의 한계는 명확하죠. 물론 뛰어난 실력은 필요해요. 다만 그 실력이란 건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은 아니예요. 태양빛을 반사해야만 빛을 낼 수 있는 달에 불과하죠. 뛰어난 실력이라는 건 뛰어난 재료를 최고로 살려내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실력만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순 없어요.


 땅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전에 쓴 말이지만 땅이란 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해질 땅.'을 사야 하거든요. 왜냐면 '지금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 땅.'은 너무 비싸니까요. 오늘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이 땅을 꼭 사기 위해 먼저 찾아올 그런 땅을 사는 게 중요한 거예요. 



 6.물론 그런 땅을 사도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서 중간에 팔아버리면? 그건 실패인거죠. 위에 썼듯이 뛰어난 재료는 최고로 살려내야 뛰어난 재료인거거든요. 아무리 좋은 고기를 가져와도 고기를 굽다가 말면 그건 실패한 스테이크니까요. 


 뛰어난 재료가 품고 있는 최고의 아웃풋이 현실화될 때가 고기를 먹을 때이고 땅을 팔때인거죠. 위에 내가 말한 '터무니없는 가격'이 바로 그거예요. 왜냐면 좋은 땅은 터무니없는 가격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긴 오거든요. 나 혼자서만 외치고 모두가 어이없어하던 '터무니없는 가격'이 누군가에게는 고려해 볼 만한 가격이 되는 날, 바로 그 날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거니까요.



 7.물론 반대의 경우도 지양해야겠죠. 그야 땅값이란 것은 점진적으로 계속 오르긴 하겠지만, 이미 땅값의 포텐셜이 정점을 찍었는데 더 많은 돈에 눈이 멀어서 팔지 않는 건 절대 안 돼요. 


 왜냐면 우리들은 모두 1초에 1초씩 나이를 먹고 있잖아요?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것...늙음에 다가가고 있단 말이예요. 그야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될지도 몰라요. 다른 제대로 된 인간들은 노인이 되어도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을 다니거나 괜찮은 곳에서 친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거나...하는 즐거움이 있겠죠.


 하지만 나는 아니거든요. 늘 쓰듯이 나는 나이를 먹어버리면 끝이니까요. 나는 뭔가 미친짓을 하기 위해...비일상을 겪기 위해 돈이 필요한 거지 일상을 풍요롭게 겪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일상, 일상, 일상...그거 너무 지겹지 않나요? 



 8.내게 일상이란 건 태어났기 때문에 견뎌내야 하는 벌 같은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겐 면벌부를 살 돈이 많이 필요하단 말이죠. 돈이라는 것은 천국도 될 수 있고 어쩌면 지옥도 될 수 있는 이 연옥에서, 면벌부를 사기 위해 필요한 거니까요. 어쩌다 한 번 사는 게 아니라 매일 면벌부를 사려면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죠.


 한데 나이를 먹으면 욕망은 사그러들고 일상만이 남을 거란 말이예요. 일상을 즐길 수 없는 내게 노인이 된다는 건 인생이 끔찍해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돈이란 건 확실한 최고가치를 찍으면 바로바로 땡겨둬야 해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말이예요.한살이라도 젊을 때...미친짓을 좀더 잘할 수 있을 때 돈을 땡겨서 미친짓을 하고 다녀야 하니까요. 돈과 젊음의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하면 원하는 인생은 살 수 없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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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돈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예요. 일상이라는 벌에서 면벌되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은 돈이라는 형태로 요구되니까요. 이번 세상에서는요. 다른 생에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다면 그 세상에선 다른 대가가 요구될지도 모르죠. 그럼 그 때, 그 곳에서의 나는 돈이 아닌 다른 대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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