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2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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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추리극 맞습니다. 진상이 쉬워서 그렇지.)



 - 배경은 1986년, 임춘애가 메달 따는 걸 중계로 듣던 바다 낚시꾼들이 생선 대신 사람 머리통을 건져요. 그리고 경찰이 인근의 낙도 '극락도'로 출동하는데, 이 작은 섬의 17명 밖에 안 되는 주민들이 한 순간에 싹 다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대피의 흔적 같은 건 없구요. 그래서 우리의 형사님들이 추리... 는 안 하구요. 바로 플래시백으로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ㅋㅋ 저 형사님들은 이야기 다 끝난 다음에 마무리 액자에서 또 몇 초 나오시고 끝.

 

 그러니까 나름 꽤 행복하게 살던 낙도였습니다. 보건소의 성실한 훈남 박해일 의사쌤에 예쁘고 똑똑하며 상냥한 박솔미쌤도 계시구요. 이 둘을 졸졸 따르는 귀여운 아이들도 남녀 성별 별로 한 명씩 있고. 성격 좋은 이장님을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유쾌하고 즐겁고 괜찮아요. 보아하니 예전에 이 집, 저 집에 각각 뭔가 안 좋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다 과거의 일이구요. 운명의 그 날도 마을에 경사가 있어서 잔치도 하고 모두모두 즐거웠습니다만. 문득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당황하는 와중에 또 하나가 추가되고 하면서 이야기는 80년대 대한민국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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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랬던 사람들이.)



 - 이것도 꽤 오래 전부터 본다 본다 했던 영화였구요. 몇 달 전에 시도도 했는데 중간에 꺼버렸어요. 넷플릭스로 본 거였는데 화면이 괴상하게 위아래로 길쭉하더라구요? 아니 이건 왜 이래? 하고 검색해보니 옛날 느낌 내기 위한 감독의 의도였다고... ㅋㅋㅋ 그래서 '난 그 의도 반댈세' 하고 꺼버렸죠. 그랬다가 엊그제 '헤어질 결심'을 본 김에 박해일 생각나서 왓챠에 있는 걸 틀어봤더니 정상적으로 나오고. 내친 김에 넷플릭스 것도 다시 틀어봤더니 이젠 평범한 화면비로 나옵니다?? 뭔 일이 있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다행입니다. 그 괴상한 비율 진짜 별로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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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고 다니게 되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 좀 사기당하는 기분이 드는 영홥니다. 분명히 서두에선 '섬 주민들이 일시에 증발해버린 불가사의한 사건'인 것처럼 분위기를 까는데 실상은 그냥 평범한 피칠갑 연쇄 살인 스릴러거든요. '범인은 누구냐!?'의 미스테리가 결합된. 뭐 저야 평범한 피칠갑 연쇄 살인 스릴러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용물과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건 사기일 뿐더러 불필요한 실망을 불러 일으키니 이래저래 관객은 물론 주최측에게도 마이너스죠.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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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거시 어떻게 2007년 영화의 비주얼... ㅋㅋㅋㅋㅋ)



 - 15년이 흐른 지금 와서 볼 때 가장 인상적인 건... "옛날 영화 느낌 쩐다!!!" 는 겁니다.

 근데 이게 영화 만듦새가 촌스럽고 구리다는 얘기가 아니구요. 좀 복합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는 요인들이 있어요.

 일단 캐스팅을 보면 김인문, 최주봉, 성지루, 이대연 같은 분들이 우루루 나오는데 이 분들 한 분 한 분은 괜찮은데 이렇게 한 방에 묶어서 보니 대략 20년전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떠오르거든요. ㅋㅋ 게다가 연기 톤도 딱 그 시절 연기 톤이구요. 그 시절 영화니까

 거기에다가 시대적 배경인 80년대에 공간적 배경인 깡촌 낙도가 결합되니 거의 60년대스런 분위기가 조성되구요. 

 기본적으로 영화의 때깔도 요즘 기준으론 좀 칙칙한 편입니다. 그래서 별로 2007년 영화 같지 않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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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짤들만 보면 꼭 코미디 영화 같은데, 사실 그것도 맞습니다. 의외로 개그의 비중이 꽤 커요.)



 - 하지만 초반의 이런 애매한 인상을 극복하고 대충 영화 톤에 적응을 하고 나면 이게 의외로 꽤 재밌습니다. 


 일단 좀 괴상하게 웃깁니다. 못만들어서 웃기는 게 아니라 그냥 작정하고 괴상하고 웃기는데 그게 진짜로 꽤 웃겨요. 심각하고 살벌한 연쇄 살인 사건 와중에 쌩뚱맞은 개그씬이 나오는 식인데, 특별할 건 없지만 나름 톤과 비중 조절이 적절해서 피식피식 웃게 됩니다. 참신한 구석도 좀 있어요. 갑작스레 주인공들이 명탐정 톤으로 연기를 한다든가, 이들의 추리 속에 등장하는 범인이 김전일의 범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든가... 특히 갑작스레 출동한 '봄봄' 장면에선 피식보다 조금 크게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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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갑자기 명탐정 놀이를 시작할 땐 그게 개그인지 몰라서 몇 초 정도 웃지 못 하는 사태가...)


 그리고 또 의외로 괜찮은 호러에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그 마을 열녀 귀신(?)이 실제인지 환각인지 거짓말인지 모를 형태로 툭툭 튀어나오는데 굉장히 전설의 고향스러우면서도 꽤 무섭습니다. 연쇄 살인 미스테리 같은 건 대충 때려 치우고 귀신 영화로 갔어도 재밌었겠다 싶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연쇄 살인 미스테리도 뭐... 나쁘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 관객 입장에선 도입부에서부터 대략 진상을 짐작하게 되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이게 진상을 파악한다고 해서 이야기 전개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류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디로 튈진 모르겠지만 암튼 점점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한 상황을 구경하는 재미 같은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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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대략 14년 후에 월드 스타(?)급 유명 배우가 되십니다.)



 - 단점을 말하자면 뭐, 앞서 말 했듯이 '섬 주민 증발 사건' 이라는 매력적인 도입부가 사실 다 훼이크라는 거. 진상이 예측도 쉽고 별로 재미가 없다는 거. (나름 재밌는 떡밥들이 많은데 그걸 진상이 다 한 방에 묻어 버립니다. ㅋㅋ) 제일 멋진 열녀 귀신님이 그렇게 자주 나와주지 않으신다는 거... 등등 많이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크리티컬한 건 없구요.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단점이라면 "다 괜찮긴 한데 다 그냥 평범하게 괜찮다"는 거였습니다. 뭔가 강렬한 한 방이 있었다면 훨씬 좋게 기억에 남을 텐데, 준수하고 준수하고 준수하다가 그냥 끝나버린 느낌이네요. 살짝 아쉬운 구석들을 덧붙여서 말이죠.


 그리고 하나 덧붙여서... 등장 인물 여럿이 모여서 사투리를 쓰며 왁자지껄 떠드는 장면이 대부분인데 그 시절 한국 영화답게 대사가 잘 안 들립니다. ㅠㅜ 그래서 처음엔 왓챠로 보던 걸 넷플릭스로 갈아타서 마저 봤지요. 자막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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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말간 얼굴로 멀쩡한 훈남 젊은이 연기를 하는 박해일을 보니 참 신선하더라구요.)



 - 위에서 '옛날 배우들, 옛날 연기' 같은 식의 얘길 해서 좀 부정적으로 들렸을 텐데. 배우들의 연기 퀄은 노인부터 어린이들까지 거의 다 괜찮습니다. 그냥 제가 그 으르신들 연기 스타일(...)을 그렇게 안 좋아해서 그랬죠. 그 중에 제일 위험해 보였던 박솔미도 무난하게 잘 소화하구요. 관람 결정의 이유였던 박해일의 꽃청년 시절 비주얼이나 연기도 오랜만에 보니 재밌더군요.


 그리고 이제와서 보면 유명한 분들이 몇 있어서 그 분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네요. 여기서 박해일을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애 봉구역을 맡은 게 이다윗이구요. 다 해봤자 1분 나올까 말까한, 하지만 나올 때마다 장면을 지배하는 열녀 귀신님을 맡은 게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입니다. 오오 월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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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 어쨌든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렇게 독창적이거나 막 신선하지도 않고. 완전 무섭거나 스릴 넘치지도 않고. '15년 전 영화지만 요즘 영화처럼 세련됐음!'도 아니구요.

 뭔가 대체로 애매한 듯 하지만 평범하게 괜찮은 부분부분들이 꽤 잘 조합돼서 평범하게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뭔가 살짝 취향을 건드리는 듯 마는 듯 하는 느낌이 있어서 일단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뭐 다른 볼 것들 제치고 굳이 챙겨봐야할 영화까진 아니구요. ㅋㅋ 걍 볼 거 없으실 때 슬쩍 보면 생각보다 괜찮을 거다. 뭐 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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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좋아하는 바다 사나이 해준 박해일!!)



 + 감독이 누구인지를 영화 다 보고 나서야 알았네요. 나름 한국의 호러 꿈나무가 될 자질이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아쉽습니다만. 본인은 천만 감독으로 잘 나가고 있으니 전혀 아쉽지 않겠죠. ㅋㅋ



 ++ 당시에 표절 시비가 있었나 본데.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작품을 보니 흠. 본지 20년이 다 되어가서 자신있게 말은 못 하겠지만 '뭐 그런 걸 다'라는 느낌이네요. 애초에 딱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아니구먼.



 +++ 구글 영화 정보의 캐스팅 란을 보면 이 영화에 '여자친구' 멤버 예린이 나온 것처럼 되어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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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이 아역 배우분이랑 본명이 같아서 생긴 오류인가 봅니다. 구글 영화 정보란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궁금하네요. ㅋㅋ



 ++++ 영화의 촬영지가 전라도 신안이더라구요. 훗날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동네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면서 이 영화도 자주 소환되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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