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1 10:51
요즘 스팀 게임을 보면 좀 웃기는 태그가 있습니다... [female protagonist] 항목인데요. 그만큼 게임 내에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플레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요즘에도 아예 저런 태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아무튼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들어 본 경험도 있는지라 '왜 주인공 캐릭터를 늘리는 게 어렵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답할 수 있습니다만, 요즘에는 주 이유가 결국에는 리소스죠. 그래픽이나 보이스에 딸리는 개발비용이 제법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컨텐츠는 사실 그게 그건데 용량은 수천 수만배로 늘어나버린 게임들을 보면 참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영화와 퓨전한 혼종들은... 에구, 그만 떠들죠 이쪽 이야기는. 뭐 아무튼 바낭 말머리 달고 있으니 편하게.
제목의 울티마3 이야기는 왜 하였느냐... 울티마가 게임사에 차지하는 어쩌구나 저쩌구로 바이트를 때우면 무지 재미없는 글이 되기 일쑤일 겁니다. 전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려고요.
이 게임, 시작하면 내 팀을 4인까지 만들어서 세계를 구하는 모험에 투입해야 합니다. 다양한 직업과 종족이 있고 그에 따라서 팀을 구성하는 거죠. 이름과 성별과 종족, 직업을 정해주고 능력치를 정하고... 근데 '성별'을 고를 수 있는데 Male, Female, Other가 있었습니다. Other?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당시 (80's) 나온 게임들은 그냥 주인공이 정해져 있거나, 내가 이름을 정하지만 남자(호러 게임의 경우에는 종종 여자)로 고정된다거나 했지만 아예 성별 선택이 없는 게임들도 허다했습니다. 요즘에야 '여주인공'을 만들 때 들어갈 그래픽/보이스/기타 등등의 리소스를 고려할 때 일단 남캐만 만들어놓고...가 변명 아닌 변명으로 통할 수 있다지만 이 당시의 게임은 픽셀 그래픽이었잖아요? 굳이 16x16의 아이콘으로 남녀구분을 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플레이어 마음대로 '얘는 여성이야'하고 생각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어찌보면 요즘보다 더 성평등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아무튼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서 게임 내에서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과는 또 조금은 별개의 이야기인지라 그건 또 생각나면 그때 하기로 하도록 하고요... 아무튼 이 'Other'라는 성별은 그 당시 여러모로 제게 충격을 주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조금 우습지만 9편까지(온라인도 나왔지요) 나온 길고 긴 장수 시리즈 울티마에서는, 다시는 이 'Other'라는 성별을 볼수 없었어요. 근데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Other라는 sex가 나온 적이 있는지도 애매하네요. 로봇이나 괴물이나 사이보그 뭐 이런 무성 캐릭터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만. 요즘 현실에서 보면 LGBT구나!하고 알 수 있는 Other는 정말이지 본 기억이 없어요.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21세기에 나온 매드 맥스 게임이 '맥스'만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맥스를 조종하는 오픈 월드 게임으로 나온 것이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떻게 80년대에 나왔던 울티마3편의 내 팀을 떠올리게 됐네요. 왠지 모르게 남자마법사, 여자전사, 여자도적, '아더'성직자로 첫 팀을 꾸렸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주 많이 플레이를 하면서 많은 팀을 만들었는데, 언제나 제 팀에는 '아더'가 거의 한 명 씩은 들어있었던 게 기억나고요.
아마 그때는 '아더'를 사이보그나 외계인 같은 걸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S) '사람먹는놈'이라는 등장인물이 매드 맥스에 나오지요. 그 자의 영문이름은 'Man-eater'가 아니라 'People-eater'였습니다. 이런 원작의 배경을 충실히 살려 오픈 월드 탐험-자동차전투-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놓았으면서 왜 맥스만을 주인공으로 했을까요. 퓨리오사를 달라고!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내 자신의 분신을 (남/녀/가능하면 '아더'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PS2) 다행히도, 저 매드 맥스 게임은 그렇게까지 꼭 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어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퓨리오사가 나오거나 커스터마이징이 되었다면 전 샀을 겁니다.
2017.08.21 11:36
2017.08.21 12:46
게임 매드 맥스는 뭐... 그냥 이해는 합니다. 구입을 않는 것으로 나름의 저항(?)도 했으니까 뭐 됐죠.
울티마보다 사실 위저드리 시리즈를 더 좋아했어요. 특히 1편을 엄청나게 했네요. 위저드리에 비하면 제겐 울티마는 왠지 액션 게임 느낌이었다구요. 4편부터 이제 장황하고 거대한 이야기들을 시작하긴 했지만.
2017.08.21 15:31
2017.08.21 15:41
1983년도 게임이라서 그 당시에는 성에 대한 이해도가 영 없었던지라, 본문에도 썼던 것처럼 사이보그나 뭐 그런 존재일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젠더퀴어쪽 이야기로 나가면 요즘은 너무 세분화된지라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던 와중, 이 'Other'라는 단어 하나를 떠올리고 혼자서 끄덕끄덕, 그래그래, 하면서 만족했던 것 같아요. (부끄)
2017.08.21 16:13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아요. 일전에 비인간형 안드로이드봇에 굳이 성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폴아웃의 미스터핸디와 미스내니 같이요!) 어쨌거나 보이스가 동반되는 설정이라면 성별 이분법이 간편한 방법이긴 할 거에요. 기계음으로 변조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본래 성우의 목소리가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를테면 글라도스는 스토리상 여성형일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터렛의 성별이 뭐가 중요할까요?
2017.08.21 16:32
터렛의 성별에서 현웃이 잠시 터졌습니다 :D
그러게요. 요즘 오버워치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왜 여성형 남성형일까요...? @_@a
2017.08.21 17:24
2017.08.21 17:43
과연 그렇기도 하군요.
2017.08.21 19:26
2017.08.21 20:35
바스티온과 오리사 같은 남/녀 로봇(???)이 있는 걸 보면 LGBT도 좀 있어야죠. (반농담입니다)
2017.08.21 22:30
2017.08.21 22:56
저는 PVP, Online, FPS 순서로 게임을 기피하는데 오버워치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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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매드맥스야 뭐 영화와 세계관은 같아도 다른 캐릭터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는 게임이니 퓨리오사 출연은 무리였겠죠.
그리고 매드맥스의 상징 하면 그냥 맥스니까 주인공도 맥스로 고정... 뭐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
울티마 얘기 덕분에 잠시 추억에 젖었네요. 어렸을 땐 컴퓨터가 없어서 제가 본격적으로 플레이했던 건 6편 부터였지만 3편도 구경은 해 봤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구경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