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인 대단하네요

2017.06.10 23:52

디나 조회 수:2727


   전 구교환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사실 2000년대 중후반엔 독립 영화를 많이 봤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그거 같고 특유의 스타일 같은게 지겨워져서 관심을 끊었죠....그러는 사이 이런

   괴물이 나온줄은 꿈에도 몰랐다능......


   구교환의 제인 연기는 너무나 압도적입니다. 단순히 몸짓이나 목소리 같은 피지컬적인 요소가 완벽해서 그러는게 아니에요. 무수히 많은 영화를 봤지만 세상에 그렇게나 처절하게 고독을 표현

   하는 캐릭터는 못 본 것 같아요. 거기다 영상과 음악 모든게 꿈같아서 후반부 제인의 독백 장면에선 정말 입이 떡 벌어져서 봤어요. 이렇게 압도당할만한 연기를 내가 또 언제 봤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10년전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종류가 약간 다르지만 레픈의 드라이브, 아로노프스키의 블랙스완? 이정도가 지난 10년간 가장 충격적

   으로 본 영화들 인 것 같은데 꿈의 제인은 그들보다 뒤질게 전혀 없어요. 


   이민지 역시 전부터 눈여겨 보던 배우였는데 전혀 다르게 생긴 구교환과의 케미가 너무 좋았네요. 가끔은 애니메이션을 보는것 같았어요. 너무나 만화적인 두 사람. 그리고 다른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았고 (특히 아빠) 연출도 훌륭하고 그냥 전 별다섯개입니다.  뭐 대사로도 나오지만 인생의 불행과 행복에 대해서 나름의 썰을 푸는데 언젠가 제 베프가 했던말이 떠올랐어요. 

   '너는 (재수가 드럽게 없어서) 네가 원하는 것은 절대로 못가질거다' 물론 저를 저주하는 말은 아니었고 80퍼센트 정도의 시니컬한 유머와 20퍼센트 정도의 동정이었던것 같은데 그 말이 계속

   생각나더군요. 


   상영관이 많지 않았는데 자주 가던 소풍cgv는 너무 지겨워서 전부터 가보고 싶던 영화공간 주안 에서 봤어요. 왠지 영화 분위기랑 더 맞을 것 같았는데 홈런. 그때 그 시절 중폰지와 시네코아의

   추억을 가지신 경인지역 주민이라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적당히 옛스럽고 적당히 후지고 대한극장 서울극장과는 다른 느낌의 과거를 소환해주는 곳입니다. 


   암튼 뽕을 잔뜩 맞고 뭔가 감정적인 요동이 엄청나게 치는 가운데 햇살이 짠하게 내리는 휑한 인천 도로를 달리는데 몽롱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아니 좋았다고 하는게 맞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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