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마을 노래 하나

2017.06.12 04:33

게으른냐옹 조회 수:592

< 일이 필요해 >

끝없는 집안일 반복 또 반복
그 중에 한가지 먹는 일만해도
하루에 세 번 일주일에 스물 한번
한 달에 아흔번 일년이면 천번이 넘게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을 올리는
시지프스의 노동처럼
여자라서 아내라서
여자라서 어머니라서

사랑의 이름으로 모성애의 이름으로
일 할 의무만이 남겨지고
일 할 권리는 사라져 갔네
나는 일이 필요해
당당하게 살아갈 일이 필요해
사람으로 났으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이 필요해 나는 일이 필요해

한 평생을 살아도 남는 것은 빈 껍질 뿐 남편은 바빠지고 아이들이 커졌을 때
내 세상 전부는 부엌과 집
텅 빈 가슴만 남아 있다네
나는 일이 필요해
당당하게 살아갈 일이 필요해
사람으로 났으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이 필요해 나는 일이 필요해
일이 필요해 나는 일이 필요해


https://www.youtube.com/watch?v=R-6cz-o8vCY


가사가 매우 투박한 옛날 노래입니다. 얼마전에 이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가사가 떠오르질 않아서 유튜브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가사를 들여다 보다가 조금은 충격을 먹었어요. 제가 20대 대학생일때 듣던 노래인데 저는 꼭 이렇게 살고 있네요. 이 노래가 제 인생을 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때에도 제가 느낀 것을 미리 느낀 어머니들이 계셨던 게지요.

가장 와닿는 부분이 '일할 의무만이 남겨지고 일할 권리는 사라져 갔네'

작년에 명퇴를 하고서 한동안 반우울 상태에서 남초게시판에서 키보드 워리어를 했어요. 항상 주장하는데 여자들은 야근할 권리가 없고 그게 차이를 만들고 있다는 건데 남자들은 다들 헛소리로 치부하더군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그들은 다수이고 아무리 알아듣게 설명해 봤자 또 못알아듣는 다른 마초들이 계속 등장하니 끝이 없습니다. 여성으로서 일할 권리라는 걸 지킨다는 건 점점 외로와 지는 길인 것 같아요. 소리쳐도 아무도 듣지 않는.

집근처에 나혜석 공원이 있습니다. 항상 보던 동상인데 거기에 적혀 있던 '인형의 가' 라는 시가 있어요.

(시가 꽤 기네요. 링크로 첨부 )
http://m.blog.naver.com/whaksgus60/110070308807

이분도 참 시대를 잘못 타고 나서 고생길을 자처하신 분이더라구요. 동상을 볼 때마다 안스러운 느낌..

주위를 둘러봐도 제 나이에 일하는 친구들도 없고 제 고충을 말해봐도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나마 친분이 유지되는 아이친구 엄마들 중에 젊은 분들이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만나기도 쉽지 않지요.

근황을 잠시 이야기 하자면 명퇴한지 1년 안 돼서 올해 초에 정말 운이 좋게 재취업을 했습니다. 집에서 삼시 세끼 밥하는 것에 보람을 못 느끼고 방황하던 차에 구세주 같은 직장입니다만 다닐수록 이업계에 뭔가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단 연봉은 그전에 반도 안 됩니다. 대신에 일찍 퇴근 합니다. 칼퇴근에 -2시간이니 아이엄마로서는 신의 직장이라고도 할 만 하고 마트 캐셔보다는 나으니 나름 틈새시장(?) 을 뚫은 셈입니다만 코딩쟁이로 20년 넘은 경력자로서는 사실 착취에 가깝지요. 이렇게나마 얼마나 커리어를 이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일이 필요한가 봅니다.

휴일 초저녁에 아이랑 씨름하다 일찍 뻗었다가 새벽에 깨어 잠을 못이루다 뻘소리 올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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