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모아나 후기

2017.06.04 17:57

일희일비 조회 수:1549

개봉을 애매한 때 했더군요. 시원한 바다가 나오는 영화인데 왜 한겨울에 개봉을 했던 건지. 그래서 흥행을 못했나 싶기도 해요.

최초로 러브스토리가 전혀 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모아나는 아주 당차고 용감하네요. 그런데 정말로 전형적으로 씩씩하고 용감한 주인공이라서 뭔가 개성이 없어요. 오히려 조력자(처음엔 방해자)인 마우이가 입체적인 캐릭터네요.
바다와 섬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네요. 영화 보고 나니 바다로 달려가고 싶어져요.

카누 하나를 타고 해류를 거슬러 망망대해로 떠나서 차례로 태평양의 섬을 발견한 역사를 재해석한 영화입니다. 왜인지 1~2천년 동안 모험을 중단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랬다가 다시 모험을 시작한 시점이 영화에서 다루는 시기입니다.
총,균,쇠 생각도 납니다. 영화 보고 나서 폴리네시아 문화에 대해 찾아보니 더 재미있네요. 마우이는 폴리네시아 전체를 공유되는 영웅인데, 원래 잘생긴 남자인 마우이를 영화에서는 좀 코믹하게 그려 놔서 다소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나봐요. 우리나라로 치면, 원래 미남인 도깨비를 일본식 오니로 그려놓은 셈? 마우이 성우인 드웨인 존슨이 그렇듯 폴리네시아 남자들은 건장한 근육질도 많은데 서구인들이 상상하는 뚱뚱한 폴리네시아인을 그린 거 아니냐. 
그리고 훌라춤은 그냥 춤이 아니라 정교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수화라는군요!

9년 동안이나 준비했다는데 약간 설정이 유기적이지 않고 붕 떠 보이는 것도 있어요.

처음에 나오는 귀여운 돼지는 분명 모아나의 여정을 같이 하는 동물 친구 역으로 점찍은 것 같은데, 그냥 역할 없이 안 나와서 읭?스러워요. 동물 친구 역은 바보 수탉이 합니다. 그런데 바보 수탉은 정말 바보라서 하는 일이 넘 없네요. 동물 친구에 지능을 주는 설정으로는 도저히 이야기가 꼬여서 할 수 없이 지능을 낮추었다고 합니다.

코코넛 해적들이나 집게 괴물을 만나는 모험은 전체 줄거리상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1부 미션 완료 2부 미션 완료 같이 게임 미션 하나씩 처리하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다가 모아나를 선택했다면 그냥 처음부터 모아나를 데리고 초고속 해류에 태워서 테 피티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왜 마우이를 만나서 -> 마우이를 설득해서 -> 마우이 갈고리를 찾아서 -> 마우이를 데리고 항해술을 배워서 -> 테 피티로 가는 거죠?

아니면 바다가 그냥 심장을 운반해서 테 피티에게 갖다 줘도 되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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