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최ㅅㅅ)

2017.06.01 20:32

여은성 조회 수:2027


 #.어딘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면 가끔 띄워주는 소리를 듣곤 해요. 대단한 분이라느니 vip라느니 하는 헛소리 말이죠. 그럴때마다 나 자신을 환기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말해 줘요. 너희들의 눈 앞에 있는 나는 조무래기일 뿐이라고요. 그들은 무슨 소리냐고 하지만 사실이 그렇잖아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그곳에 오지 않았을 거니까요. 내가 그들이 일하는 곳에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일했겠죠. 그들이 하는 일...친한 척 해주는 일, 신경써주는 척 하는 일, 사랑하는 척 해주는 일 말이죠. 그걸 더 열심히 했겠죠. 


 내가 그걸 진짜라고 믿어버리고, 더이상은 나 자신을 환기하기 위한 조소를 던질 필요가 없게 될 정도로 열심히 할 거예요.



 ---------------------------------------



 1.사실 최순실의 술값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아니 그야 하룻밤 500만원은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싸지만 최순실의 돈질 스케일은 어지간한 지역 유지나 어지간한 회사 대표를 넘어 저 위에 있잖아요. 게다가 최순실은 호빠에 가지 않아요. 호빠가 최순실에게 오는 거고 그것도 호스트 5명 정도가 온다고 들었어요. 그런 걸 감안하면 하룻밤 5~600만원의 페이는 많지 않죠. 많기는커녕 호스트들이 최순실을 상대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기랄, 저 아줌마는 너무 짠순이야.'라고 한 소리 들을 수도 있는 금액이예요.



 2.음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쓸 돈이 미칠듯이 많지는 않을수도 있겠다 싶어요. 설령 재산 10조설이 사실이더라도 지갑에 손을 넣는 것과 벌집에 손을 넣는 건 다르니까요. 10조가 확실하게 안전한 곳에 있지 않다면? 그 곳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 손을 넣을 때마다 벌집에 손을 집어넣는 기분일 걸요. 벌집에 손을 넣을 때는 꿀이 아니라 벌침에 쏘일 각오도 해야 하고요.


 그런 점을 감안하면 아직 권력을 잡고 있을 때 유동성(합법적인)을 늘리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현금을 빼돌리는 게 그쪽 입장에선 합리적이긴 해요. 하긴 그러다가 걸렸지만요.



 3.뭐 최순실에 대해 쓰려는 건 아니예요. 보편적인 인간상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 어떤 검사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듯이 나도 특정 사람을 미워하진 않으니까요. 어...아닌가? 뭐,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예요.


 최순실의 나쁜 점에 대해 쓰려는 것도 아니예요. '뭐? 전에는 사람의 뻔하지 않은 2%를 보고 싶어한다더니?'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최순실은 이미 알려진 악당이잖아요. 아직 악당인 게 밝혀지지 않은 녀석들을 상대로는 악당의 일면을 파헤쳐보고 싶지만 이미 악당인 게 밝혀진 녀석에게선 악당이 아닌 면을 보고 싶어요.



 4.휴.



 5.내가 인상깊게 읽은 건 그 일화예요. 최순실이 어떤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그곳의 승무원이 너무 극진한 대접을 해줘서 그것에 감동받았다는 일화요. 그래서 항공사에 온갖 루트로 온갖 압력을 넣어서 기어코 그 승무원을 진급시켰다고 들었어요. 


 그야 이건 정말 생각이 없는 짓이예요. 호의로 그랬겠지만 정작 그 승무원은 회사에서 버틸 수 없게 되니까요. 실제로 그만뒀다고도 들었어요.


 이건 너무나 미화해서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외로움에서 발현된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이제 나도 어느정도 파괴적인 힘을 손에 넣었지만 아무 타이틀도 없어서 사람들이 신경써주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 말이죠. 아무도 나를 알아봐주지 않고, 내가 파괴력을 보여주기 전에는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느끼는 감정이요.


 아마 그 감정은 분노일 거예요. 최순실 기준에서 보잘 것 없는 타이틀을 두른 놈들도 어디 가면 사람들이 굽실거리잖아요. 한데 실제로 쓸 수 있는 힘은 최상층에 근접해 있지만 타이틀이 없어서 아무도 자신을 두려워하지도, 알아봐주지도 않는다면 분노가 느껴질 수밖에 없을거예요. '아랫것들에겐 굽실거리는 놈들이 감히 나를 못 알아보다니?'라는 분노 말이죠.


 타이틀의 좋은 점은, 힘을 쓰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짐작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이 녀석이 얼마나,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최순실은 자신을 빡치게 만든 놈들을 응징하기 위해 힘을 써야만, 보여줘야만 사람들을 알아먹게 만들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자신이 아무 힘도 쓰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깎듯이 대한 사람을 보면? 역시 힘을 쓰고 싶었을 거예요. 왜냐면 최순실 같은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 쓰든, 나쁜 쪽으로 쓰든 사람들에게 힘자랑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니까요.



 6.물론 나는 조무래기지만, 스케일과는 관계없이 비슷한 감정은 느껴본 적이 있어요. 언젠가 썼듯이 가끔은 처음 가는 곳에서 맥주 한병을 시키고 두세시간씩 버틴 시절이 있어요. 테이블도 부스도 룸도 아닌, 카운터 앞에 앉아서요. 그야 그렇게 하면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죠. 말걸어주긴커녕 근처에 오지도 않아요.


 물론 이건 당연한 일이예요. 직원들의 페이는 계속 나가고 있고 직원들은 자기가 가게에서 받아가는 것 이상의 매상을 올려주고 인센티브를 챙겨야 하니까요.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맥주 한병을 시켜놓고 있는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 건 합리적이지 않죠.


 그러다가 가끔...어쩌다 가끔 이상하게 내게 잘 해주는 직원이 있긴 있어요. 내게 아무 이유 없이 친절을 베풀어주는 직원이요. 그러면 한동안은 그 직원의 이름으로 매상을 잔뜩 올려 주는 거죠. 그야 나의 '잔뜩'과 최순실의 '잔뜩'이 다르고 최순실의 '잔뜩'과 빌 게이츠의 '잔뜩'이 또 다르겠지만요. 잔뜩은 잔뜩인거죠.



 7.뭐 이건 분노의 감정까지는 아니예요. 하지만 일종의 심술이었죠. 그 가게에 갈 때마다 다른 녀석들을 다 제치고 그 직원만 옆에 앉혀놓은 후, 그 가게의 에이스나 사장은 얼음이나 물, 과일 심부름만 시키는 건 완전 심술이잖아요. 해석하자면 이거죠.


 '저러언, 너희들에겐 레프러컨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구나? 난 레프러컨을 알아본 사람에게 잘 해 줄거야. 날 알아보지 못한 것들은 얼음이나 나르라고.'


 라는 거죠.



 8.그야 나도 알아요. 그런 직원들은 나를 알아보거나 한 게 아니예요. 


 그냥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나에게도 친절했을 뿐인 거죠.



 ----------------------



 위에 쓴 마지막 문장이 바로 '환기하기 위한 조소'의 한 예예요. 언젠가는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날 까지는 주기적으로 나자신을 비웃어 줘야 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