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3 03:32
나영석은 참 신기한 인간이에요.
뭔가 재탕삼탕 자기복제의 매너리즘에 빠지는거 같다 싶으면 펑~하고 참 섹시한걸 뽑아내는;
전 패널? 중에서 정재승 박사가 가장 반가웠습니다.
톡투유 초창기에 나오다가 요즘은 뜸에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이번 회차에서 통영에 박경리를 만났으니 다음 순천에서는 조정래일까요?
그저 토지도 전권을 다 읽고 태백산맥도 다 읽은 전 행복할 뿐입니다
유시민의 쉬지 않는 막힘 없는 뇌가 시원해지는 입담과 김영하의 짜릿한 추임새 그리고 정재승의 과학적 넉살이
이 프로의 미덕까진 몰라도 1회차 만에 (보통 예능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는) 캐릭터와 관계구축이 된 느낌이 들어요.
첫 회에서 가장 좋았던건 무려 25년만에 박경리와 토지를 다시 만난 것입니다.
당시 토지를 읽는 과정이 저에게는 80년대 운동권의 치열하지만 너무나 얄팍했던 어떤 세계관? 시선을 반성하고 성찰해주게 만든
계기였다는 기억과 조우하게 되었어요.
또 하나 좋은 기억이 소환된게 있는데 한국에 있을적에 저의 20대후반부터 30대 초반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던 문화유산답사동호회 활동의 기억
이 그것입니다. 첫회 말미에서 언급되었던 이질적인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나오는 창조적 에너지? 제 인생에서 가장 그 에너지가 고양될 수 있었던 환경이었거든요. 연령, 지역, 직업, 사상, 취향이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돌덩어리 사이를 산책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던 기억
문득, 궁금해집니다.
제 세대가 아닌 더 젊은 세대, 어린 세대들 중 이 프로를 보며 무엇에 공감하고 즐거웠을지 말이죠.
2017.06.03 06:33
2017.06.03 21:14
재밌게 봤어요. 이 글보고 다시보기로 봤네요. 앞으로는 시간에 맞춰서 봐야겠어요.
"토지"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안봤다는게 놀랍더군요. 저도 첨부터 끝까지 다본건 아니지만요.
토지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2017.06.03 06:48
(에잇~ 내친김에 더 써봄)
토지가 왜 명저인지에 대해 유시민이 설명한 말.
" 인간사회에는 두 종류의 악이 있죠. 나쁜 제도가 빚어내는 사회악이 있고 나쁜 사람이 만들어내는 악이 있어요. 그 둘이 얽히면서 문제가 생기는데, 선한 사람이 제도의 피해자고 악한 사람이 제도의 가해자면 우리편 나쁜편 구분이쉬운데, 토지는 지주도 괜찮은 지주, 못된 지주가 있어요. 소작인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제도적 선악과 개인의 인간적 선악은 차원이 다른데... 우리 인간은 대체로 다 악한 거라 생각하며 그 연민을 쓴 거... (가물가물)"
2017.06.03 18:25
2017.06.04 03:46
전 막판의 상호교류 얘기 빼고는 soso한 느낌을 받은 1회였네요.
유시민 똑똑하지만 말이 너무 많고; (나이 드니 말 많은 거 잘 못견디겠어요.)
제목으로 '알아두면 쓸데없는'이라고 방어막 만들어놨지만 암튼 그 멤버들로, 생각보다 남는게 없는 프로였어요.
그래도 거의최고의 팟캐스트(자기맘대로의 쿨한 업로드주기 같은 자잘한거 포함해서)의 창출자라 갠적으로 생각하는 김영하는 반가웠네요.
2017.06.07 03:34
저도 soboo님 추천 덕분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라고 하고 싶었는데.. 뭐랄까, 이제 아저씨들 떼로 나와서 수다 떠는거 좀 지겹네요. 유시민도 썰전에서가 더 좋았고, 할 말은 한다고 호감갖고 있었던 황교익 씨도 제작진에게 반말하고, 누가 더 맛집가나 티격태격하고, 장어가 정력에 진짜 좋냐 한참.. 하,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나 싶어서 껐습니다. 혼자 조용히 짬뽕 먹고 박경리 작가 묘소에 풀뽑던 김영하 작가 부분만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이렇게 말은 해도 저도 나영석의 노예이기에 2부 나오면 또 볼거긴 할겁니다만.
2017.06.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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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고기다리 던 프로인데 TV가 없어서 조금 전에 인터넷 다시보기로 봤어요.
저는 나PD의 감각을 올드하게 느껴서 그의 프로가 왜 그렇게 뜨는지 이해 못하던 사람인데,
어벤져스 팀을 꾸려 (말씀하신 대로) '이질적인 사람이 모여 서로 상호작용하는 창의성'을 발현하는 프로를 만든 걸 보고 좀 달리 보게 되었...ㅋ
기억에 남는 어록들.
유시민/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많지 않냐는 유희열의 질문에 러브콜 없다면서)
자기가 안 하면 할 놈 없을 것 같지만 안 그래~ 새로운 사람이 그 공간을 메꾸고 들어온다니까.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용하지 않아~
김영하/ 통영에 도착했을 때 " 아 햇빛이 바삭바삭하다"는 표현. (심쿵)
유시민/ 저녁식사 장소로 다찌집에 갔을 때
"다찌집의 메뉴는 사장님의 합법적인 재량에 속한다" (다찌집의 메뉴는 주인장 맘대로라는말을 참 있어 보이게 표현함. - - )
그리고 토지를 읽지 않은 (유시민 빼고 누구도읽지 않았더라는) 유희열이 토지를 두 줄로 요약해 달라고 하니
"지주집 딸이든 종의 자식이든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힘차게 살아가는 이야기." (굿잡)
정재승/ (소위말하는 정력음식의 효과를 묻자)
"플라시보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마세요~"
호주제의 비합리성에 대해 미토콘드리아로 설명한 것과 이순신의 숨결을 우리가 느끼는 것에 대해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설명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전 무엇보다 유시민이 즐거워보여서 그게 제일 좋더군요.
문 대통령 지지자들 표현법을 빌려 말해주고 싶... ' 우리 미니 하고 싶은대로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