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12152120225&code=990308

"짧지 않은 미국 생활 중 텔레비전을 보다가 딱 한 번 마음이 울컥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드라마도, 다큐멘터리도 아닌 청문회 실황중계였다. 증언대에 선 미국 백악관 대테러조정관이었던 리처드 클락은 9·11 사태 진상규명 청문회 증언에 앞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9·11의 비극이 왜 일어났는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그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본 청문회에 서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또 다른 이유에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본 청문회를 통해 비로소 희생자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할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장에 계신 유족 여러분, 그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하고 계신 여러분. 여러분의 정부는 맡은 소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The government failed you). 국민들을 보호할 소임을 다하지 못했고 저 또한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실패했고, 실패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해서 모든 사실들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저는 여러분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앞서 길게 인용한 증언이 9·11이 일어난 지 3년 뒤인 2004년에 있었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국가 실패(state failure)에 대한 검토와 반성에 유효기간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음모론을 믿지 않더라도 우리의 국가가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며, 그 실패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우리는 아직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장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9·11 사건이 테러리스트들의 책임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앞서 인용문의 핵심어는 ‘실패’나 ‘사과’가 아니라 ‘납득’일 것이다."


"우리는 슬픔과 공감과 분노를 그때 다 ‘지불’해 버렸으며, 마치 새로운 뉴스들이 이전 소식을 아래로 밀어내리는 타임라인처럼 마음의 바닥에 세월호가 가라앉도록 내버려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가 지금 침몰해 있는 곳은 겨울의 팽목항 앞바다가 아니라 그보다 깊고 차가운 우리 마음속 심연이 아닌가 한다. 가만히 있어도 슬픔에 모래처럼 씻겨나갈 유족들이 굳이 뭉쳐서 다시 부서지고 깨지는 것은, 그리고 청문회장에 나와서 생살을 찢는 듯한 그 순간들을 다시 견디는 이유는, 길잃은 한풀이가 아니라 너무도 단순하고 사소한 ‘납득’을 위해서이다. 우리가 오늘 마음속의 세월호를 길어올려야 할 이유 또한 이들과 슬픔과 분노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성탄과 세밑의 화려한 불빛이 너무도 어지럽다."



지상파에서 중계되지 않는 세월호 특조위 1차 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에게 징역 5년,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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