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9 10:14
얼마전 짐바브웨의 명물 사자 '세실'을 잔혹하게 사냥(?)한 미국인 의사가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연구목적으로 길러지던 세실을 보호구역밖으로 유인하여 총과 활로 장시간 괴롭힌뒤 머리를 박제용으로 잘라낸 사실이 밝혀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므로 처벌가능성은 없고 그의 병원은 곧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전해집니다.
지난주 '비정상회담'에서 살상용 드론에 대한 얘기중 미국 패널인 타일러의 의견은 다른 패널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비윤리적이라는 다수 의견과 달리 타일러는 살상용 드론과 전쟁무기는 윤리적인 차원에서 차이가 없으며 살상용 드론을 이용함으로써 자국 군인의 피해를 줄일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먹고 살기위해 하는 사냥과 이른바 '트로피'사냥이 사냥감이 되는 대상에 결과적으로 차이가 있나? 혹은 보호구역의 동물과 구역외의 동물의 차이를 설명할수 있나?
방아쇠를 당기는 무기와 프로그램된 살인로봇의 차이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자국 군인과 상대국의 군인의 생명의 가치는 차이가 있나?
등등의 의문이 당연히 머리속에서 제기됩니다.
바로 밑의 반려동물인 개의 도축 합법화문제도 비슷한 선상에서 이해됩니다.
개고기를 반대한다면 다른 모든 육식을 반대해야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공평함의 차원에서 재기되는게 당연해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윤리의 문제에서조차 완벽한 공평함을 가지고 판단하는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사실 윤리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대부분 감정의 문제가 아닌가 싶거든요.
반대 주장이라는게 역사적, 정서적으로 소, 돼지보다는 고양이, 개가 인간과 더 가까운 유대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는게 유일한 이유일겁니다.
사실 멸종위기, 개체보호라는 측면을 무시한다면 고래를 어떻게 사냥하든 귀여운 듀공을 어떻게 죽이든 상관없어 보이긴합니다.
결국은 윤리라는 것도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결과물일뿐인가 싶은 생각만 들어요.
개고기 반대에 감성적 접근이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라는게 처음의 의도였지만 쓰다보니 엇나간 느낌이 나네요.
2015.08.19 11:08
2015.08.19 11:35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런 호모포비아의 선별적인 윤리가 인류의 지난 역사 대부분을 지배했었다는 것도 사실이죠.
2015.08.19 11:10
동물보호구역을 왜 설정했겠습니까. ‘최소한’여기에서만큼은 그러지 말라고 설정한거겠죠.
트로피 사냥이 생존을 위한 사냥보다 더 비난받는 것도 ‘생존’을 최소한의 절대가치로 인정하는 보편적 태도 때문이겠고요.
2015.08.19 11:22
보호구역, 사냥시즌이 정해지고 관리되는 것은 개체수 보호라는 측면이 강하니까요.
이건 관련법의 준수에 관한 문제이지 인간의 윤리나 동물의 권리문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거든요.
2015.08.19 11:31
개나 고양이는 인류와 친밀도가 더 높은 동물입니다. 같이 사는 동물들이죠.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보면 많은 사람은 호감을 보입니다. 개별적인 사람으로 보면 친밀도라는건 전혀 다를수 있지만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이야기입니다.
만일 개와 고양이를 먹어야만 생존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에선 먹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개와 고양이를 먹는 게 틀리다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제 생각은 식용으로 쓸 것들이 많다면 굳이 친밀도가 일반적으로 높은 종을 먹는 건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면 반발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회적으로 접근해야죠. 어차피 개를 식용으로 쓰는 건 점차 줄어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는 치료약이 아니니까요.
2015.08.19 11:43
저도 개고기는 결국 정서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2015.08.19 13:48
@어차피 개를 식용으로 쓰는 건 점차 줄어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체감하기론 몇 년새 부쩍 개고기 먹는 게 대유행인가 싶을 정도거든요. 아직까진 대놓고 밝히지 않는 쪽이 더 많아서 그렇지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엄청들 먹더라구요. 아는 분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개고기집을 하는데 그 업계는 불황을 모른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그 사장님 말로는 이명박의 개고기사랑이 널리 알려진 후로 손님이 더 늘었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포복절도할 일.
2015.08.19 12:42
(서울=연합뉴스)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70.이탈리아 볼로냐대 기호학 교수)가 한국인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에 대해 "파시스트"라고 비판했다.
에코는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실린 김성동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인들 역시 자기네 프랑스 사람들처럼 개고기를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파시스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에코는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의 문제는 인류학적인 문제"라며 "바르도의 일화는 한 마디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에코는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감수할 수 있는 것과 감수할 수 없는 것 사이의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2015.08.19 13:58
https://www.youtube.com/watch?v=5RKkoHPZy14
이 동영상과 같이 4족보행 로봇이 안 쓰러진다는 걸 보여주려고 걷어차는 영상들이 많이 떠돌죠.
얼마 전 뉴스에서 봤었나,
이 영상을 보면서 로봇개가 불쌍하다, 로봇이라 해도 저렇게 차는 건 잘못이다 라는
등의 반응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전 이 기사가 근래 본 쇼킹한 기사 탑 5 안에는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로봇을 생물과 비슷하게 느끼게 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는 생물 뿐 아니라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에까지도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겠지요.
터미네이터를 총으로 쏴 망가뜨리는 건 윤리적이냐,
파일을 딜리트하는 건 윤리적이냐 라거나....
근데 그렇게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대상과 그렇지 않은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마 나, 혹은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가와 관계가 있을까요.
같은 사람에게, 그 다음으로는 동물에게, 그리고는 식물까지, 뭐 그런 식으로요.
사람이라면 우리 편이냐 적이냐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동물이라도 개나 원숭이 등 덩치가 크거나 호감형인 동물에게는 더 윤리적인 잣대가 들이밀여지고
모기, 벌레, 세균 등은 아예 생명이 있다는 것에 대해 별 의식을 하지 않기도 하죠.
개가 죽어 슬퍼하는 사람이 파리채로 파리를 죽이면서 아무 감정이 없는 경우야 흔하겠죠.
아마 위에 쓴 로봇도, 동물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고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는,
그냥 바퀴로 움직이는 직사각형의 박스 형태였다면 위와 같은 반응은 없었겠죠.
여기에 '감성' 외의 어떤 기준이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
2015.08.19 14:42
아마 위에 쓴 로봇도, 동물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고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는,
그냥 바퀴로 움직이는 직사각형의 박스 형태였다면 위와 같은 반응은 없었겠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간이 애착을 갖고 감정을 투사하는 대상은 그야말로 제멋대로라서. 로봇 청소기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어쨌거나, '로봇을 학대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 지점은, 아마도 '로봇'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대상을 불문한 '학대'라는 행위일거예요.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차이는 '~하는 행위'를 '학대'로 인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보다 결정적일 거라는 얘기.
2015.08.20 01:32
제가 드리고 싶었던 예시 (짐바브웨 사자) 와 말씀을 잘 해주셨네요.
별도로 게시물을 하나 적어봐야겠어요.
2015.08.20 11:27
'결과적으로'를 자꾸 강조하시네요. (불쾌합니다.) '결과적으로' 사자가 죽었으니 죽어가는 과정 그를 죽이는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은 필요없는건가요
또 예를 들자면 드론은 '결과적으로' 명중률이 높아지겠죠. 몇년전 드론의 명중률이 1%도 안되었다는 거 아십니까?
드론은 핸드폰 발전하듯 눈부시게 발전할거고, '결과적으로' 죽일 가치가 있는 사람을 명중시켜 죽일거고,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은 어차피 (드론이 죽일사람이 죽일테니)'결과적으로' 죽을 사람인건가요
2015.08.20 13:23
개고기 논쟁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제외하듯 사자, 드론에도 '결과적'인 팩트만 적용하는 같은 논리를 취할수도 있지않을까요?
어떤점이 불쾌한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드론이야기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대답드리기 힘드네요.
2015.08.20 23:51
머리속이 복잡해서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글은 남겨놓을께요. 썼다지웠다 하는 중입니다.
저는 개고기는 안먹고 타인은 먹거나 안먹거나 상관안합니다.
개를(애지중지 키웠든 아니든) 고문해가며 죽였다면 그 행위는 비난받아야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가 돈벌기위해(손님들의 요구에 저항했으나 '갑'인 식당주인의 명령으로)개를 잔혹하게 죽였다면 문제는 복잡해지겠네요. 그만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다른 동물도 다 그렇게 죽는데 왜 개만 그렇게 특별대우하냐? 고 묻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요즘 사람이 개죽음 당하는게 얼마나 많은데 한사람쯤 더 죽는다고 왠 호들갑이냐? 와 같을 수 있을까요
드론은 (물론 스켈님은 드론 얘기가 핵심이 아니고 개고기를 이끌어 내기위한 것입니다만) 테일러가 얼마나 고심끝에 저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가 좀 무섭네요.
그런 그가 우리나라 방송에 나온다니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런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자꾸 감성이 개입되는군요.
스켈님이 생각하는 팩트와 제가 생각하는게 다르네요. 6^ ^ 저는 굳이 설득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드론이 명중률을 100%로 높일때까지 죽어갈 사람들을 걱정해서 하는 얘기였습니다. 제 주관이 많이 개입한 거죠.
2015.08.21 08:46
어떻게 보면 저도 채찬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듭니다.
윤리라는 것, 특히 동물에게도 인간의 윤리를 적용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행위라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소나 돼지와 달리 개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더 이입해서 개고기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감성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 제시하라고만 할수 없다는 글을 역설적으로 쓰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같은 사람이지만 여성, 노약자의 피해에 더 민감한 것에 감정적 요소를 배제할수 없듯이요.
말씀하신대로 드론 이야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타일러의 의견에 저도 살짝 놀랐습니다만 전쟁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어쩔수 없이 타국인보다는 자국병사, 타인보다는 나의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겠지요.
의견이 Collateral damage에 대한 우려라면 오히려 타일러와 채찬님은 같은 의견이라고 보입니다.
스마트 소총과 미사일과 드론의 명중률이 1%이든 100%이든 전쟁무기로서의 비윤리성은 변하지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드론과 같은 스마트무기의 오차는 여전히 다른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낮을테니까요.
2015.08.21 09:18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생각하는 주제인데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제가 내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이해못하니 제대로 쓰기도 어렵지요. 글을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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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문제야 말로 공정해야죠. 그렇지 않다면 윤리를 빙자한 폭력이 될 뿐이니까. 호모포비아들의 윤리(라고 그 사람들은 믿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