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2015.12.16 05:08

푸른나무 조회 수:1246

일찍 깼어요. 잠을 못 자서 괴로운 날들이 얼마 전까지 있었으니 일찍 깬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이 심하게 일찍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대신에 노래를 듣고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벽에 잠자코 기대어 서서 처음 보는 느낌으로 제 공간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열린 창 밖도. 아직도 가끔은 세상이 신기해서 방금 만들어진 세계의 모서리를 따라 걷는 느낌으로 거리를 가만히 걸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때가 많이 드물고 그런 때가 점점 더 드물어진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요. 그렇다고 이 새벽에 나가서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눈으로만... 몇 시간 후면 나갈 거니까요. 괴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지금이 가장 좋아요.


잠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았더니 흰 머리카락이 늘었어요. 빨리 깨어버린 잠처럼 아직은 이른데. 그런데 괜찮아요. 부분적으로 흰색이 섞인 길어진 머리카락도 저의 일부죠. 그만큼의 낮과 밤이 괴롭게 섞여서 지나간 거고. 길게 자란 머리카락만큼 아직도 많은 낮과 밤이 남았겠죠. 그것도 괜찮아요. 따뜻한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괜찮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던 한 해가 거의 가고 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0년 게시판 영화상 투표 [19] DJUNA 2020.12.13 215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64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4615
97934 캐나다 바람 이야기 [18] Vulpes 2016.01.09 2137
97933 인생은 랜덤 [35] 차이라떼 2016.01.09 3134
97932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웰다잉법' 국회 통과 [4] soboo 2016.01.09 1379
97931 가난한 나날의 문화 [9] 겨자 2016.01.09 2022
97930 미개봉 서부극 두편과 쿠바 영화 한편 [4] 가끔영화 2016.01.08 528
97929 듀게에 데뷔할 때 유행했던 노래 무엇인지요 [6] 가끔영화 2016.01.08 551
97928 [스압주의] 의사들은 왜 쉽게 죽음을 맞이할까. [6] 스위트블랙 2016.01.08 2412
97927 호남에 대한 혐오 [2] catgotmy 2016.01.08 900
97926 기사펌)트와이스ㅡ우아하게 인기가요 1위후보 입성 [2] 라인하르트백작 2016.01.08 899
97925 조금 이상한 완벽남 [2] 10%의 배터리 2016.01.08 1301
97924 이런저런 잡담... 여은성 2016.01.08 589
97923 안철수 신당 당명 '국민의당' [5] 닥터슬럼프 2016.01.08 1569
97922 신설동역 근처 리도(라멘집)에 갔습니다. [5] catgotmy 2016.01.08 1261
97921 애프터버너, 풀쓰로틀, 대항해시대2, 바이오하자드1,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2 catgotmy 2016.01.08 418
97920 맛집이라는 소문들은 다 헛거인거 같아요. [8] 산호초2010 2016.01.08 2394
97919 두둥 둥두둥, 최종보스 할머니연합 등장~ [6] 사막여우 2016.01.08 1871
97918 제가 꼬인걸까요. [6] 장모종 2016.01.08 1788
97917 화이트닝 치약이 그래도 효과가 있긴있나봐요 [6] 바스터블 2016.01.08 1826
97916 아버지의 장례를 잘 마쳤습니다.. [5] crumley 2016.01.08 1210
97915 [시] 겨울 숲 外 [8] underground 2016.01.08 18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