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례를 잘 마쳤습니다..

2016.01.08 13:27

crumley 조회 수:1299

제가 예전에 이 게시판에 아버지와 기적적으로 화해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고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글을 조회해주셨습니다.(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document_srl=5042011&m=0)

그게 2012년 11월 13일이었고 그 일이 있은 지 3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저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장례를 잘 마쳤습니다.
1월 4일 월요일 오전에 화장을 하고 아버지를 어머니와 같이 모시기 위해 
소망교회의 곤지암 수양관에 도착해서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아버지의 육체가 부활하실 것을 소망하며 아버지의 '재'를 소망동산에 뿌렸습니다.. 
아버지의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영혼은 천국에 계신 것을 믿습니다..

댓글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해주시고 저를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참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와 2012년에 화해한 이후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증오심을 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간병 과정에서 아버지와 다투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금새 아버지와 다시 화해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살아갔습니다.
아버지와 기적적으로 화해하면서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껴안아드리고 이마와 입에 뽀뽀도 해드렸었는데요.
아버지의 임종 순간까지도 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참 놀랍고 기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버지와 마지막까지 그럴 수 있었다는 게
솔직히 아직까지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자체로 기적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저를 화해하게 만드신 하나님은 정말 놀라운 분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작 아버지와 그러지 못했었다는 건 여전히 후회로 남아있어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를 최선으로 모셨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그것도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부모님과 불화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와 같이 꼭 화해하시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한영현' 아버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듀게 여러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헛되지 않게 씩씩하게 당당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정적으로 영화와 함께 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듀게 여러분들, 건강이 최고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듀게 여러분들, 저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부모님께 잘해드리세요! 

끝으로 새해 인사 드리고 마칠께요.
듀게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일들 모두 이루어지시고
부모님과 사이 좋게 지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요. 

감사합니다. 

P.S: 나중에 제가 영화나 다큐를 만들게 된다면 부모님께 바치는 작품을 찍고 싶어요. 만약 영화를 찍게 되면 반드시 크레딧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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