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00분. 장르야 뭐 '성룡 영화'죠.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어서기도 하고. 어차피 볼 사람은 다 37년 전에 봤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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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다 영화 속 장면이긴 한데 얼핏 보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보게 만드는 오묘한 포스터입니다.)



 - 다짜고짜 경찰 특공대의 임무 브리핑 장면이 짧게 지나가고 나면 그 '임무'가 살짝 틀어지면서 범죄 조직과 경찰들의 대규모 난장판 액션이 아주 길게 이어집니다. 시작부터 아무런 스토리 요소 없이 17분간!! ㅋㅋㅋ 

 암튼 그 임무에서 대단한 활약을 한 우리 진가구 형사님은 스타가 되어 경찰 홍보 모델도 되고 잘 나가게 됩니다만. 바로 그 임무에서 체포한 놈들 재판에 서야할 중요 증인 한 명을 밀착 경호하라는 중책을 맡고서 이래저래 갑작스런 슬랩스틱 개그를 펼치다가 그만 대실패를 하고 재판도 망쳐 버립니다. 그래서 개고생한 보람도 없이 순식간에 순경으로 좌천 빔까지 맞아 버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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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의 진지한 분위기 덕에 성룡의 표정도 진지해 보입니다.)



 - 도입부의 기나긴 액션 시퀀스를 보면서 궁서체로 진지하게 몇 번 놀랐습니다. 일단 이게 제 기억과 다르게 꽤나 건조하고 하드합니다. 도입부로 말할 것 같으면 한참 시간이 지날 때까지 성룡 특유의 아크로바틱 액션 없이 대규모 총격전, 카체이싱으로 전개되는데요. 이게 꽤 그럴싸합니다. 긴장감도 상당하고 액션도 과장 없이 잘 연출돼 있어요. 그리고 이 파트 말미의 자동차들이 산골 가건물을 와장창 때려부수며 질주하는 장면 같은 건 지금 봐도 스케일 크게, 멋지게 잘 뽑혔구요. 성룡의 연출인지 공동 감독으로 올라 있는 진지화의 연출인지 모르겠으나 진지화의 이후 필모를 보면 걍 성룡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훌륭한 액션 감독이었구나...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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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이걸 뭔 정신으로 기획하고 찍은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이 보는 내내 듭니다. ㄷㄷㄷ)


 이후에 성룡이 혼자서 벌이는 추격전은 이제 익숙한 '그 액션'입니다만. 이걸 오랜만에, 나이 먹고 보니 오히려 전보다 더 대단해 보이더군요. 정말 버스터 키튼의 진정한 후예는 이 시절 성룡이었구나 싶었어요. 21세기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정말 대단... 하면서도 이젠 이런 식으로 액션 안 찍는 세상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좀(...) 하지만 톰 크루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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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 움짤이 좀 이상하네요. 버스 꽁무니에 매달려 따라가는 장면입니다. 좌에서 우로 진행 중. ㅋㅋ)



 - 스토리 측면을 보자면 한국 영화 '베테랑'과 비슷합니다. 대놓고 나쁜 짓 하고도 쏙쏙 빠져나가는 얄미운 갑부 특권층을 성실하고 사명감 넘치는 일개 형사가 목숨 걸고 달라 붙어서 때려 잡고 쥐어 패는 이야긴데요. 역시 제 기억보다 훨씬 심각하고 진지하게 일선 형사들의 울분을 역설하는 이야기라서 좀 당황했네요. 특히 클라이막스 직전에 경찰 서장에게 뭐라뭐라 외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이미 다 체포한 악당들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막 두들겨 패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정말 격하게 심각해서. ㅋㅋㅋ 심지어 영화의 끝장면이 분노에 가득찬 성룡 얼굴 클로즈업이에요. 어쨌든 임무 마쳤으니 다 같이 하하 호호 이런 즐거운 마무리 전혀 없습니다. ㄷㄷㄷ


 근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눈높이로 볼 땐 이 진지한 파트는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일단 당연히도(?) 개연성 따위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액션과 쌩뚱맞은 몸개그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대는 각본 탓이 크구요. 또 시대가 바뀐 탓도 커요. 초반에 성룡 캐릭터가 증인 임청하를 길들이기 위해 하는 짓도 그렇고, 21세기 사람들의 기준 윤리에 맞지 않는 짓들을 성룡 캐릭터가 너무 자주 합니다. 아무리 농담 분위기로 커버한다고 해도 증인의 협조 얻겠다고 동료 형사를 분장 시켜서 커다란 나이프를 들고 증인 목숨을 위협하는 게 말이 됩니까. ㅋㅋㅋ 그냥 개그 영화였다면 '그 시절 영화가 그랬지 뭐' 하고 넘기겠는데 그게 바로 아주 진지한 이야기랑 아무 완충 없이 바로 이어져 버리니 난감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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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 잡아 넣기 전에 성룡이 먼저 감옥에 가야 하지 않나 싶었던 '개그' 장면.)



 -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유머는 지금 봐선 먹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아예 없진 않은데, 그 중 다수가 안 먹혀요.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다수는 지금 보기에 유치해서 안 웃기구요. 나머지는 뭔가 다 성희롱, 성차별스런 드립들이어서요.

 그나마 임청하의 증인 캐릭터는 좀 낫습니다. 막판에 중요한 역할도 하고 나름 당찬 구석도 있고 그렇거든요. 근데 장만옥의 여자 친구 캐릭터는 정말 시종일관 난감 그 자체더군요. 그 진상질에도 불구하고 성룡을 버리지 않고 지지해주는 조강지처스런 인물로 나오는데, 음... 그냥 길게 말을 않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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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주인공 성룡을 제외하면 가장 비중이 큰 게 여배우들입니다... 는 됐고 장만옥 저 뽀송한 비주얼 어쩔!!!)



 -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액션입니다.

 그 시절 성룡의 전매특허였던, 지금은 쌩뚱맞게 톰 크루즈가 이어 받아 펼쳐 나가는 그 '(거의) 모든 걸 직접 해내는 위험천만 아크로바틱 액션' 말이죠.

 솔직히 이건 요즘 시대에 보니 정말 몇 배로 더 대단해 보입니다. cg도 와이어도 없이 온 몸을 날리며 보여주는 그 현실감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그게 '정말 저게 된다고?' 싶은 황당한 수준의 묘기들이니 더욱 그렇구요. 이런 아크로바틱 액션이 당시 홍콩 영화 특유의 어디에든 와장창 부서질 것이 널려 있는(...) 연출과 어우러져서 진짜 멋지고 신기한 볼거리가 돼요. 앞서 말한 줄거리 같은 건 다 포기하더라도 이 액션들만으로도 다시 볼 가치가 있다는 느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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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에 안 맞고 너무 위험하고 뭐 그런 거야 다 나중 생각이고 보는 순간엔 그냥 입이 떡 벌어지던 요 장면!)



 - 그러다 막판에 좀 당황스러워진 것이. 임청하, 장만옥도 비슷하게 요런 액션씬의 상당수를 직접 소화하고 있더라구요. 절대로 스턴트일 수가 없게 얼굴이 다 확인되는 장면인데 임청하가 발차기에 맞고 날아가 유리 진열장을 와장창창 부수고 쓰러지는 장면 같은 걸 보고 나니 순간 '엄...' 하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성룡이든 다른 악당역 배우들이든 대부분 액션과 스턴트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겠거니... 하지만 전혀 그런 거랑 상관 없는 배우들까지. ㄷㄷㄷ 


 거기에다가 엔드 크레딧의 '성룡 영화 보너스'인 NG 장면 퍼레이드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좀 더 거시기해지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이 성룡표 NG 장면들은 늘 그냥 웃기는 연기 NG, 자랑스런 포인트 액션 장면 촬영 모습을 보여주다가 중간에 부상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넣어주는데요. 이게 뼈 부러진 사람으로서(...) 보기 참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차라리 cg로 때우는 요즘이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는 거죠. 아니 뭐 요즘도 스턴트는 당연히 존재하지만요. 이 시절 성룡 영화들의 스턴트라는 것은 그 위험도의 차원이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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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유리도 그냥 두터운 일반 유리였다는군요. NG도 몇 번 났고 부상도 입었다고...;)



 - 어쨌거나 결론은요.

 cg와 와이어 액션으로 만들어내는 요즘 액션, 요즘 스펙터클들이 영 별로다. 라는 분들이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물론 다 이미 보셨겠지만 보신지 20년씩 되신 분들이라면 한 번 다시 보세요. 느낌이 다릅니다. ㅋㅋ

 뒤에서 뭐라고 한참 투덜거려 놓긴 했지만 분명히 차원이 다른 현실감이 있어요. 여기서 맨주먹으로 서로 쥐어 패다 에스컬레이터로 굴러 떨어지는 액션이 요즘 헐리웃 블럭버스터에서 도시 하나 초토화 시키는 액션들보다 훨씬 강렬한 볼거리라고 느껴지거든요.

 물론 영화 전체를 즐기기 위해선 그 말도 안 되는 스토리와 요즘 시국에 안 맞는 그 시절 갬수성 충만한 난감 개그씬들을 견뎌내셔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액션들이 줄줄이 이어지니까요. 

 어쨌거나 일단은 재밌게 봤습니다. 어차피 요즘 세상에 이런 영화가 이런 위험 천만한 연출로 다시 만들어질 일은 없으니까! 라는 맘으로 맘 편히 즐기면 되... 지 않을까요. 하하;



 + 추석이 다가오면서 예상은 했지만. 이 걸로 한 페이지에 글 네 개에 2연타까지 달성했네요. 일단 하루 정도는 자중해 보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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